언젠가 고인이 된 소설가 최인호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사회자가 어떤 소설을 쓰고 싶은가를 물었던 것 같다. 최인호의 답변은 "아무런 기교가 들어가지 않은 담백한 소설을 쓰고 싶다"였다. 기교가 없는 초등학생 같은 글. 그것은 무엇일까? 대중 소설가로 한 시절을 풍미했던 대가의 말을 이해할 것 같으면서도 딱히 손에 와닿지 않는 답답함이 있었다.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3시간 26분의 장편 서사시 '플라워 킬링 문'을 보면서 '기교가 들어가지 않은 담백한 영화'가 무엇인지 눈으로 와닿는 느낌이었다. 평양냉면을 처음 먹어본 사람들이 느끼는 상반된 반응처럼 심심하지만 담백하고 오묘한 맛을 이해하는 사람과 밍밍한 맛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으로 나뉠 것 같은 영화 '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