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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라워 킬링 문 후기 - 담백한 평양냉면 같은 영화 - 순수 vs. 위선

언젠가 고인이 된 소설가 최인호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사회자가 어떤 소설을 쓰고 싶은가를 물었던 것 같다. 최인호의 답변은 "아무런 기교가 들어가지 않은 담백한 소설을 쓰고 싶다"였다. 기교가 없는 초등학생 같은 글. 그것은 무엇일까? 대중 소설가로 한 시절을 풍미했던 대가의 말을 이해할 것 같으면서도 딱히 손에 와닿지 않는 답답함이 있었다.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3시간 26분의 장편 서사시 '플라워 킬링 문'을 보면서 '기교가 들어가지 않은 담백한 영화'가 무엇인지 눈으로 와닿는 느낌이었다. 평양냉면을 처음 먹어본 사람들이 느끼는 상반된 반응처럼 심심하지만 담백하고 오묘한 맛을 이해하는 사람과 밍밍한 맛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으로 나뉠 것 같은 영화 '플..

영화 2023.10.20

개봉 첫날 영화 거미집 후기 - 창의적 연출력과 탄탄한 연기력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다. 물론 작가나 배우와 함께 앙상블을 이루어야 하지만 캠퍼스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처럼 스크린 구석구석 빈틈없이 채워야 하는 것은 감독의 몫이다. 개봉 첫날 영화 '거미집'을 보면서 모처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보게 되어 흐뭇했다. 짜증 나는 기회비용 감시자의 역할을 하지 않고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를 열거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영화 '거미집'은 감독의 창의적인 연출력과 검증된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조화를 이룬 올해 가장 완성도가 높은 영화로 추천하고 싶다. ■ 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혀 올드하지 않는 연출력 영화 시작부터 관객들을 몰입하게 하는 스피디한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곧 더 인상적인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전개되면서 관객들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영화 2023.09.27

보낸자 드라마 리뷰 - D.P.2 : 폭력에 순치된 사회에 대한 반항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6부작 D.P.2를 리뷰하고자 한다. 드라마 제작을 위해 노력을 한 수많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의 소재가 되는 수많은 군인과 예비역이 있기에 참 무거운 마음으로 리뷰를 한다. 과거의 군 생활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에 미루고 미루다 보았던 D.P.1. 예상과는 달리 무거운 주제를 풀어가는 연출력과 연기 앙상블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새워가며 6부작을 한 호흡으로 시청했다. 그런데 이번 D.P.2는 달랐다. 하루에 6부작을 모두 시청했지만 버거웠다. 아쉬운 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시청을 미룰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엄청난 물량 투여로 엉성한 스토리에도 끊임없이 관객들을 불러 모으는 마블 시리즈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단지 하루에 한 화씩 시청하기를 권한다. 배..

영화 2023.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