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49

영화 스턴트맨 솔직 후기 - 맛있는 소재를 버무려 만든 맛없는 비빕밥

스턴트맨이라는 제목에서 관객들은 화려한 스턴트 액션을 기대했을 것이다.물론 액션은 있다. 자동차 전복을 7바퀴 반이나 했다는 세계 신기록 장면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로맨스도 있다. 사랑도 있는 정도가 아니라 영화의 메인 테마다. 스턴트맨과 조감독이 사랑을 하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헤어진다. 그리고 운명적으로 감독의 첫 영화에서 조우하는 스턴트맨. 또한 스릴러도 있다. 마지막 반전을 위해 감독은 길게도 빌드업을 한다. 아마도 관객들이 그 반전에 탄성을 지르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맛있는 소재들이 버무려져 맛없는 비빔밥이 되어 버렸다. 액션도, 로맨스, 스릴러도 어느 하나도 관객을 온전히 소구 할 정도는 아니었다.  간간히 가미되는 유머는 맛없는 비빔밥에 추가된 유통기간 지난 참기름 같았..

영화 2024.05.06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솔직 후기 - 관객이 빈 공간을 채워가는 영화

시간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매우 익숙한 소재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바로 그런 익숙한 소재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인연과 전생이다. 전생은 영어로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로 표현되었지만 인연은 카르마(karma)라는 영어 단어를 언급하지 않고 한국어 '인연'으로 설명했다. 카르마는 부정적 이미지는 '업'이라는 이미지도 있어서 긍정적 이미지인 '인연'으로 해석될 수 있는 단어는 한국어 '인연'밖에 없다는 감독의 판단이었던 것 같다. 영화는 지루하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12세 관람가 영화지만 12세는 지루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15세 이상이라면, 한 번쯤 첫사랑의 아득한 기억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영화 속 빈 공간을 빼곡히 스스로가 채워가는..

영화 2024.03.24

OTT 영화 로기완 솔직 후기 - 한복 입고 발레 하는 듯한 영화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은 템포가 아주 느린 영화다. 주인공 송중기 (로기완 역)의 내레이션과 함께 매우 느린 전개로 서사를 이어간다. 마치 한 장 넘기기도 힘든 소설책을 읽는 듯 영화 내내 지루함을 견딜 수가 없다. 무엇이 영화 '로기완'을 지루하게 만들었을까? 우선 캐스팅이 완전히 잘못되었다. 주인공인 송중기는 저음의 북한 사투리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탈북민과 동일시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송중기의 엄마 김성령(옥희 역)은 주름살을 어설프게 그은 초등학교 학예회 연극 속의 아마추어 연기자처럼 보였다. 여주인공 최성은(마리 역)은 한복 입고 발레 하는 듯 캐릭터가 일체화되지 못했다. 조한철(윤성 역), 이일화(정주 역) 도 제 옷을 입은 듯하게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상희(선주 역)만 고군분투하는 듯해 보..

영화 2024.03.06

영화 파묘 솔직 후기 - 두 명의 세공사가 원석을 다듬은 듯한 영화

영화 파묘의 소재는 참신했다. 무당이라는 초자연주의적 (occult)인 토속 무속 신앙과 민족의 정기를 단절시키려는 외부 세력을 결합한 소재는 충분히 신선했다. 아마도 이 영하의 소재를 착안했을 때 감독은 '유레카'를 외쳤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마치 원석을 발견한 소심한 광부처럼 조바심에 움츠렸을지도 모르겠다. 힘이 넘치는 생선처럼 신선한 소재는 초반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부여했다. 일부 지나치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내레이션으로 과유불급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빛나는 원석의 힘으로 관객들은 영화에 빨려 들었다. 하지만 마치 영화 전반부와 후반부를 다른 감독이 연출한 것처럼 원석은 다르게 세공되었다. 상당한 공력을 지닌 세공사가 원석에 대한 기초 작업을 마무리하고 마치 기력이 소진한 듯, 정작 정밀하게 가..

영화 2024.03.01

영화 데드맨 솔직 후기 - 범죄 추리극의 기본이 안 된 데드무비

영화 데드맨 포스터를 보면 범죄 추적극이라고 장르를 밝힌다. 범죄 추적극 혹은 범죄 추리극 장르의 기본은 무엇일까? 관객들과 두뇌싸움(battle of wits)이다. 진퇴양난(dilemma)의 상황에서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면 관객들은 점차 범죄 추리극에 빠져든다. 이런 점에서 영화 '데드맨'은 범죄 추리극의 기본이 안 된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의 상황도 부재했고 감독은 관객들과의 두뇌싸움에서 연전연패를 한다. 데드맨이 아니라 데드무비가 되어 버렸다. 파산상태에 놓인 조진웅(이만재 역)이 장기 매매를 하려다 바지사장계에 입문하고 나름 성공하지만 결국 엄청난 채무를 떠안고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가장 최종적인 악인은 누구일까? 죽다 살아나게 ..

영화 2024.02.09

영화 도그데이즈 솔직 후기 - 사이노포비아도 녹이는 가족 영화

필자는 개공포증(cynophobia)이 있다. 어린 시절 개에 쫓기다 대문 문턱에 넘어져 팔이 부러졌는데 그 개가 나를 핥고 있던 공포가 상당기간 필자를 사로잡았다. 그런 필자가 이 영화를 긍정적 시각으로 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주인공인 유해진(민상 역)도 필자와 다른 의미에서 개에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개에 대해 호의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필자나 유해진처럼 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도 공감하게 하는 어려운 일을 해낸다. 영화 '도그데이즈'는 극적 긴장감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휴먼 드라마 장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만 한다면 결코 지루하지 않다. 등장인물이 거의 낭비되지 않고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구성과 따스함으로 어필하는 영화다. 영화에서 조민서(윤..

영화 2024.02.08

영화 웡카 솔직 후기 - 초콜렛처럼 달콤한 동화 판타지 뮤지컬

영화 '웡카'는 참 많은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영화다. 우선 초콜릿처럼 달콤하다. 그리고 동화처럼 순수하고 환상적이다. 그리고 극장 뮤지컬과 다르게 영화에서만 맛볼 수 있는 빠른 템포의 뮤지컬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말도 있지만 많은 수식어가 따로 놀지 않고 전체의 서사와 잘 어우러져서 관객들을 충분히 소구 할 수 있는 영화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자'의 프리퀄로써 부정적인 선입견이 있었지만 영화로써 독립성을 유지하고 독자적인 완성도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무엇보다도 영화 '웡카'는 캐릭터를 낭비하지 않았다. 최근 많은 영화에서 서사가 조밀하지 않아 주요 캐릭터들이 가볍게 소비되는 경향에 있었는데 오랜만에 각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아귀가 맞아 ..

영화 2024.02.02

OTT 영화 황야 솔직후기 - 서사의 부족을 잔인함으로 채우려는 영화

영화 '황야'는 잔인하다. 쓸데없이 잔인하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액션 스릴러 영화 범죄도시가 합성된 영화처럼 보인다. 그런데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대한 납득할만한 서사가 부족한 것을 쓸데없는 잔인한으로 채우려는 시도는 비겁하다. 좀 더 치열하게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일어난 배경, 양기수(이희준 분) 박사가 인류를 구한다는 미명하에 딸을 살리려는 실험의 과학적 근거, 군인들을 포함한 일단의 무리들이 양기수 박사를 따르게 된 납득할만한 이유 등의 서사는 전무하다. 결국 관객들을 소구 하기는 해야겠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고갈된 상태에서 감독은 결국 마동석(남산 역)류의 액션 활극을 선택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 액션 스릴러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처럼 보이지만 기실은 비겁한 우회로였다...

영화 2024.01.27

영화 도그맨 솔직후기 - Everything is Nothing

안나 이후 뤽 베송 감독의 신작 도그맨이 개봉되었다. 택시의 빠른 호흡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다. 그 관점에서 본다면 영화의 템포는 슬로비디오에 가깝다. 서사는 참신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이 오히려 서사의 참신함을 식상하게 만들었다. 납득하기 힘든 범죄자의 심리 상담을 하는 의사와의 동일시 과정이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단순한 장치로 설계된 것이 아쉬웠다. 특히 영화 '도그맨'의 이름에 부합하게 많은 개가 등장했지만 그 어떤 개도 관객들을 사로잡지 못했다. Everything is Nothing. 모든 개에 의존하는 연출이 그 어떤 개에도 관객들을 몰입하지 못하게 했다. 감독이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클리세에 의존하지 않고 잔인하고 과격함을 자제하며 주인공 더글라스 먼로우 (케일럽 ..

영화 2024.01.25

영화 외계+인 1 솔직 후기 - 재미없는 롤러코스트처럼 산만한 영화

재미없는 롤러코스트를 타 본 적이 있는가? 놀이동산에 갈 필요가 없다. 영화 외계+인 1을 보면 딱 그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모두의 기대를 잔뜩 모으며 출발한 롤러코스트가 첫 번째 내리막부터 무료함을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산만하다. 뭔가 적응하려 하면 또 다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데 재미가 없다. 그냥 산만하기만 하다. 개연성이라는 것은 필요 없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 극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억지스러운 결말)를 난발하고 그것을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글을 쓰고 연출을 맡은 듯하다. 결국 어느 순간부터 또 다른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나올 것이 예상되면서 그 어떤 기대감도 가질 수 없다. 또 마술을 부리든지 변신하든지 하면서 억지스러운 전개가 이어질 테니까... ..

영화 2024.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