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59

영화 위시 솔직 후기 - 기승전결 없이 위시만 넘쳐나는 뮤지컬 그림책

개봉하기 전부터 디즈니 100주년을 기념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위시'에 대해 많은 기대가 있었다. 그동안 '겨울왕국', '라푼젤', '모아나' 등 엄청난 흥행을 거둔 작품들을 제작했던 디즈니의 100주년 기념 작품을 기다리는 팬들도 상당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영화 '위시'는 디즈니 100주년을 기념해서 마치 그동안의 성을 다 허물고 다시 시작하려는 듯, 그동안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졸작이었다. 관객들이 극에 몰입될 수 있도록 기승전결의 구조가 생략되고 시종일관 '위시'가 넘쳐나는 뮤지컬 그림책이었다. 왜 마법의 왕국 '로사스'가 만들어졌는지, 왜 매니그피고 왕은 사람들의 '위시'를 이루지지 못하도록 가두었는지에 대한 서사가 단 몇 마디의 대사로 어물쩍 넘어갔다. 영화 전체가 클리세로 가득 차 있지만 정..

영화 2024.01.03

영화 티처스 라운지 솔직 후기 -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곱씹게 하는 영화

오랜만에 스토리텔링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영화를 만났다. 독일 영화 '티처스 라운지'는 눈요기 거리가 되는 미장센이나 엄청난 반전을 통한 서스펜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라는 작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영화의 말미까지 도달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영화가 다 끝난 후에 여운이 깊게 남는 작품이다. 영화의 여운은 미장센이나 음악 등으로 느껴지는 감각적 기관을 통해 유지되는 일반적이다. 하지만 영화 '티처스 라운지'는 뇌라는 신체 기관을 자극한다. 작은 학교라는 사회를 통해 민주주의와 인종차별,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인 교사들의 교권과 학생들의 학습권 문제 등을 생각하면서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곱씹게 하는 여운을 남긴다. 영화는 ..

영화 2023.12.29

영화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솔직 후기 - DCEU 폐점처럼 초라한 대미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전편인 아쿠아맨을 연출한 제임스 완 감독과 제이슨 모모아, 패트릭 윌슨,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니콜 키드먼 등이 대부분 출연했다. 하지만 전편에서 기반을 마련한 서사를 심화시키지 못했다. 신비로운 심해를 표현으로 관객을 눈을 사로잡았던 CG도 전편만 못했다. 이번 영화를 끝으로 DC 확장 유니버스(이하 DCEU)는 공식적으로 막을 내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문을 닫는 영화인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에 큰 기대를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오픈할 수 없을 정도로 매출이 떨어져 공식 폐점한 가게처럼 실질적으로 더 이상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관객의 관심을 끌기에는 턱없이 초라한 콘텐츠를 보여 주고 있다. 문 닫는 DCEU뿐만 아니라 마불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히어로물도 ..

영화 2023.12.22

영화 노량 : 죽음의 바다 솔직 후기 - 성웅의 죽음을 욕보인 영화

노량해전은 엄청난 전과를 거두었고 임진왜란과 정유재란까지 7년 전쟁의 대미를 장식하는 전쟁이었음에도 성웅 이순신의 죽음으로 귀결되는 전쟁이어서 혹자는 대첩이 될 수 없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물론 그런 주장은 어패가 있다. 명량 해전 또한 판옥선 13척(12척으로 알려졌으나 뒤에 수리된 한 척 추가)으로 적군 133척을 궤멸시킨 엄청난 전과를 올렸지만 대첩보다는 해전으로 불린다. 임진왜란의 3대 대첩(한산도 대첩, 행주대첩, 진주대첩) 중 유일한 해전인 한산도 대첩에서 이순신 장군이 지휘하는 조선 수군은 학익진 전법을 사용해서 왜군에 궤멸적 패배를 안겨주어 사흘동안 100여 척을 파괴하는 전과를 거두었다. 이 대첩으로 조선 수군이 남해 제해권을 장악함으로써 임진왜란의 물줄기를 바꾸었기 때문에 한산도 해전이..

영화 2023.12.22

영화 나폴레옹 솔직 후기 -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친 영화

영웅을 다루는 서사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역사적 관점에서 다루어야 하는지 아니면 인간적인 접근을 시도해야 하는지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철저하게 한 쪽 측면에서만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둘 다 취하는 것이 작품의 완성도에 반드시 긍정적 효과를 주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비율적으로 어떤 측면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는 선택할 필요가 있다. 영화 '나폴레옹'은 역사적 관점과 인간적인 관점 두 측면에서 모두 접근하려는 시도를 했다. 만약 이 시도가 성공했다면 리들리 스콧 감독은 영화 '마션' 이후 또 다른 그의 마스터피스를 추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시도는 실패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둘 다 놓친 영화가 되어 버렸다. 영화 '조커', 'her' 등을 통..

영화 2023.12.08

영화 3일의 휴가 솔직 후기 - 간만에 맛보는 엄마 집밥 같은 영화

영화 '사랑과 영혼(Ghost)' 이후 망령과 현생의 사람들이 조우하는 많은 작품들을 만나왔다. 영화 '신과 함께'는 1,2편 모두 1000만을 넘는 관객을 동원했고, TV 시리즈로도 '도깨비', '호텔 델루나'를 포함해서 많은 작품들은 흥행에도 성공했다. 그래서 '영혼 판타지'는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렸지만 동시에 식상한 소재이기도 하다. 영화 '3일의 휴가'는 죽은 엄마와 살아있는 딸의 이야기다.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영화를 봤기 때문에 처음에는 엄마 박복자(김해숙 분)가 교도소에서 짧은 귀휴를 얻는 영화인줄 알았다. 하지만 천사 가이드(강기영 분)와 함께 현생의 딸 방진주(신민아 분)를 만나는 영화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식상함이 밀려들었다. 그런데 그런 선입견에도 불구..

영화 2023.12.07

영화 싱글 인 서울 솔직 후기 - 스케치만 하고 채색하지 않은 영화

출판사에서 각 도시의 싱글라이프를 기획한다. 시류에 부합하는 소재다. 하지만 내용은 싱글라이프를 지향하지 않는다. 싱글라이프의 삶을 사는 이유를 아주 잠깐 소개하고 싱글라이프의 일상을 '짬밥 된장국 된장 들어가듯' 생색만 내지만 영화 내내 커플이 등장한다. 첫사랑이 등장하지만 애틋하지 않다. '건축학 개론'의 애틋함을 기대한다면 촌스럽다고 영화는 일갈한다. 편집자와 작가가 등장하지만 표피적이다. '연애 빠지 로맨스'의 밀도를 기대한다면 '진지충'이라고 영화는 비아냥거린다. 'MZ세대는 심각하지 않아'라고 강변하듯이 영화는 가볍다. 스케치만 하고 채색하지 않고서 관객들에게 '이게 트렌드'라고 비싼 가격으로 판매한다. 싱글을 위한 영화로 알고 혼자서 영화를 관람하다가는 큰코다친다. 손을 만지작거리며 낙엽만 ..

영화 2023.12.02

영화 괴물 (2023) 솔직 후기 - 고구마가 괴물이 되는 신기한 경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영화 '괴물'은 괴물 같은 영화다. 일본 영화 특유의 소설 같은 느린 흐름으로 고구마 몇 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으로 몸을 비틀다가 영화관을 뛰쳐나오려는 순간 갑자기 고구마가 뿌리를 내리고 줄기가 나더니 심지어 꽃봉오리를 맺는 영화를 만났다. 그리고 마침내 엔딩을 향하며 사카모토 류이치의 피아노 선율과 함께 만개한 괴물 같은 꽃의 향기를 느낀 영화 영화의 결말을 위해 도입 부분의 지리함을 참아 내야 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필자에게 마지막 결말의 전율로 단단한 눈처럼 쌓였던 지리함이 녹아내리는 영화 영화적 완성도는 차치하더라도 소재가 함부로 낭비되지 않는 치밀한 각본의 힘 시선이 교체되면서 단절되는 듯한 영화가 복선이 내장된 소재들의 빈틈없는 연결로 단단한 콘크리크가 되는 ..

영화 2023.11.29

영화 서울의 봄 솔직 후기 - 극적 긴장을 반감하는 지나친 드라마타이즈

영화를 평하면서 영화 외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을 지양한다. 감독이나 배우의 세평이나 전작의 성과, 언론을 통한 마케팅, 심지어 정치적 지향까지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영화 그 자체의 완성도로 영화를 평해왔다. 하지만 영화 '서울의 봄'에서는 한 번쯤 일탈을 시도해 보겠다. 대한민국의 헌정사를 중지시켰던 12.12 군사 쿠데타처럼 영화 '서울의 봄' 후기는 보낸자 영화 평론의 쿠데타가 될 것이다. ■ 극적 긴장을 방해하는 지나친 드라마타이즈는 어쩔 수 없는 선택? '서울의 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지만 지루하지 않고 상당한 긴장감이 유지되었다. 매우 많은 사람들이 출연한 영화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산만한 구성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스트럭처의 짜임새가 있었다. 하지만..

영화 2023.11.23

영화 더 킬러 솔직 후기 - 싸구려 소재로 '빕 그루망'을 만든 영화

조디악, 세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소셜네트워크, 나를 찾아줘 최근 그의 작품을 열거만 해도 시네필을 설레게 만드는 감독 데이빗 핀처. 그의 명성에 기대지 않고 영화 '더 킬러'를 객관적으로 살펴본다. 영화가 재밌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분명한 것은 그 어떤 킬러 무비와는 다른 데이빗 핀처만의 독특함이 살아있는 작품이었다. 이젠 식상한 '살인 청부업자'라는 싸구려 재료를 이용해서 가성비 높은 '빕 그루망'을 만들어 낸 것은 분명하다. 물론 제작비는 1억 7500만 달러가 들어가서 합리적 가격으로 맛있는 훌륭한 음식을 만드는 '빕 그루망'의 취지에는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젠 상투적 소재가 된 '킬러'를 이용해서 독창성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빕 그루망'같은 영화라고 말하고 ..

영화 2023.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