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59

영화 더 마블스 솔직 후기 - 재미없는 테마파크 같은 영화

최근 개봉한 '플라워 킬링 문'의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은 마블 영화에 대해 "마블 영화는 감정을 전달하고 심리적 경험을 공유하는 시네마가 아니라 테마파크와 같다."라는 혹평을 했다.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생각을 했다. 마블 영화가 관객들에게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적 감동이 전혀 없다고 강변할 수 없고 SF 무비가 전달하는 심리적 경험 또한 충분히 전율을 일으킬 정도로 공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지나치게 상업적 흥행에만 몰두하는 비즈니스적인 접근과 무한 반복되는 스핀오프로 영화가 아니라 테마파크와 같은 느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측면도 수긍이 간다. 영화 더 마블스는 후자에 가까운 영화이다. 그것도 아주 재미없는 테마파크 같은 영화이다. 누군가가 이 영..

영화 2023.11.08

영화 톡투미 후기 - 탄탄한 스토리텔링 but 너무 위험한 공포 영화

영화 초반부부터 호주 영화 냄새가 물씬 풍겼다. 호주 출신 가수 시아의 '샹들리에'와 캥거루 공포물답게 길에서 죽어가는 캥거루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죽어야 하지만 차마 죽이지 못한 캥거루는 영화 마지막까지 계속되는 복선이었다. 첫 장면부터 충격적이었다. 동생을 구하려는 형. 그런데 그 형을 찌른 것도 모자라 자해하는 동생. 이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의 비밀은 영화를 비집고 들어가면서 풀리게 된다. SNS에서 유행하는 청소년들의 '빙의 챌린지'. 엄마를 잃어 늘 우울한 미아(소피 와일드 분)는 마침내 일탈을 시도한다. 그런데 유령은 결국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고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진다. 특수효과를 제외하면 그다지 큰 예산이 들 것 같지 않은 영화. 하지만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관객들을 압도하는 영..

영화 2023.11.02

영화 '소년들' 후기 - 거리두기에 실패 - 실화 바탕 '살인의 추억'과 비교

베테랑 정지영 감독의 영화 '소년들'을 개봉 첫날 보았다.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다수 감독했던 정지영 감독의 내공을 기대했다. 하지만 감독은 영화와 '거리두기'에 실패했다.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영화 속에 너무 직접적으로 녹아들어 갔다. 관객은 영화 속에 반찬들을 자기 손으로 골라먹지 못하고 감독이 먹여 주는 대로 억지로 먹어야 하는 느낌을 받았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과 비교한다면 '거리두기'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실화를 소재로 하는 영화를 풀어나갈 때 감독과 영화의 '거리두기'가 실패했을 때 관객들은 TV 다큐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을 받는다. PD 또한 다큐를 재밌게 만들려..

영화 2023.11.02

영화 '용감한 시민' 솔직 후기 - 영화와 웹툰의 차이는 알고 찍은 걸까?

영화 '용감한 시민'에서 여러 번 나오는 대사가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정말 그 말을 그대로 되돌려 주고 싶다. 아무 영화도 만들지 않으면 아무 욕도 먹지 않는다. 영화 '용감한 시민'은 한마디로 불쾌한 영화다. 빌런이 왜 나와야 하는지,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어떤 개연성도 없이 납득하기 힘든 온갖 나쁜 짓을 한다. '학교 폭력'이라는 이젠 흔한 소재를 어떤 예술적 정화장치도 없이 빌런은 그냥 배설한다. 그래서 영화 '용감한 시민'은 불쾌하다. 땅에 떨어진 김밥을 주어 먹는 피해자가 불쌍하기보다는 그냥 역겨운 불쾌함만 느꼈다. 그 불쾌함을 관객들에게 안겨주고 싶은 감독의 의도가 있었다면 성공했다고 찬사를 보내고 싶다. 영화 '용감한 시민'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영화 2023.10.25

영화 플라워 킬링 문 후기 - 담백한 평양냉면 같은 영화 - 순수 vs. 위선

언젠가 고인이 된 소설가 최인호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사회자가 어떤 소설을 쓰고 싶은가를 물었던 것 같다. 최인호의 답변은 "아무런 기교가 들어가지 않은 담백한 소설을 쓰고 싶다"였다. 기교가 없는 초등학생 같은 글. 그것은 무엇일까? 대중 소설가로 한 시절을 풍미했던 대가의 말을 이해할 것 같으면서도 딱히 손에 와닿지 않는 답답함이 있었다.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3시간 26분의 장편 서사시 '플라워 킬링 문'을 보면서 '기교가 들어가지 않은 담백한 영화'가 무엇인지 눈으로 와닿는 느낌이었다. 평양냉면을 처음 먹어본 사람들이 느끼는 상반된 반응처럼 심심하지만 담백하고 오묘한 맛을 이해하는 사람과 밍밍한 맛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으로 나뉠 것 같은 영화 '플..

영화 2023.10.20

영화 익스펜더블 4 솔직 후기 - AI가 쓴 것 같은 잔인한 병정 놀이

제이슨 스타뎀과 실베스타 스탤론의 액션 영화 '익스펜더블 4'를 개봉 첫날 관람했다. 돌아오면서 포스터도 얻어왔다. 실베스타 스탤론이 '람보 4 라스트 블러드' 이후 직접 감독 주연을 한 작품이 2014년 세 번째 속편까지 이어지다가 10년 만에 영화 '익스펜더블 4'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스캇 워프가 감독을 맡았다. 익스펜더블(expendable)은 소모품이나 희생시키는 군인이나 군사조직을 의미하는 단어다. 정말 그랬다. 영화의 캐릭터들은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의 소모품처럼 무의미하고 잔인하게 소비된다. 전체적으로 Chat gpt로 액션 시퀀스를 학습시킨 다음에 내놓은 시나리오처럼 오리지널리티는 거의 없고 클리세로 범벅이 되어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단 몇 개의 키워드만 AI에게 입력시키면 나올 수 있..

영화 2023.10.18

영화 화란 개봉 첫날 솔직 후기 - 칸 주목할 시선? -기회비용 감시자

'화란'.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옛날식 나라 이름이다. 네덜란드를 과거에는 화란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프랑스를 불란서, 유럽을 구라파라고 한자식으로 말하는 시대가 있었다. 영화 '화란'은 이름처럼 매우 올드한 연출 방식으로 일관했다. 믿어지지 않는 사실은 이런 올드한 감각의 영화를 연출한 사람이 신인 감독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이 영화가 칸의 '주목할 만한 시선'으로 초청되었다는 사실이다. 신인감독이라면, 칸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으로 초청되었다면, 최소한 실험적이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신선한 맛은 있겠다는 기대를 했다. 그런데 영화 '화란'은 스크린을 뚫고 나올 만큼 탱탱하고 걷잡을 수 없는 활어가 아니라 제대로 숙성되지도 않고 쾌쾌한 냄새만 나는 젓갈 같은 영화로 그치고 말았다. 요즘 영..

영화 2023.10.11

영화 크리에이터 개봉 첫날 솔직 후기 - 가렛 에드워즈의 자기 복제?

AI를 다룬 영화는 이젠 익숙함을 넘어 식상하기까지 한 장르가 되었다. 그래서 영화 '크리에이터'를 보기 전에 대강의 서사가 짐작이 되면서 관람이 망설여졌다. 극 초반부 전개는 왠지 어디서 본 듯한, 충분히 짐작이 가는 전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전작에 대해서 아는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소재의 참신성과 독창성에 대해 정반대의 관람 후기를 남길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가렛 에드워즈 감독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면 SF영화 장르에서는 드물게 휴먼 가족 드라마 서사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에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AI와 반인간인 시뮬런트 그리고 뉴아시아의 인간 연합과 미군과의 전쟁이라는 소재와 AI에 투영된 선한 인간에 대한 자기 충족적 예언과 가족애라는 주제의식에 대해..

영화 2023.10.03

영화 더 넌 2 솔직 후기 - 범죄도시3, 마블시리즈 -우려먹기 이젠 그만

영화 더 넌 2를 보고 왔다. 전편보다 탄탄한 서사라는 홍보성 언론 매체의 소개와는 다르게 억지로 꿰맞춘 듯한 스핀오프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간간이 나오는 단발마적인 공포에 심장 약한 사람은 깜짝 놀라겠지만 웬만한 장면에는 꿈적도 안 하는 호러광에게는 그렇게 무섭지도 않은 영화였다 컨저링 2에서 시작된 악마 수녀 발락이 독립해서 '더 넌'을 만들더니 이젠 '더 넌 2'라는 스핀오프를 내놓았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영화계의 위기다. 국내에서는 '범죄도시 3'이 천만을 넘고 미국에서는 '더 넌 2'가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고 22~24일까지의 매출액만 840만 달러를 기록해 1위를 달리고 있다. 새로운 영화는 관객들이 외면하고 안전한 우려먹기 시리즈 중에 한 두 영화가 폭발적 흥행을 ..

영화 2023.09.28

영화 1947 보스톤 솔직 후기 - 이것이 최선입니까?

'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 우리나라 영화의 큰 획을 그었던 영화의 감독. 이젠 노장이 된 강제규 감독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사오십대라면 낯설지 않은 손기정, 서윤복의 이야기가 영화화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다. 국가주의적인 소재가 포함된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의 성공을 기억하고 있는 시네필들은 강제규 감독이 '1947 보스톤'을 요리하는 방법이 단순히 애국주의적인 영화로 끝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반면에 실화를 기반으로 한 '마이웨이'의 실패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자본을 투입한 전투신과 같은 볼거리가 있는 영화도 실패했는데 마라톤을 소재로 하는 영화에서 제대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을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기..

영화 2023.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