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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란 개봉 첫날 솔직 후기 - 칸 주목할 시선? -기회비용 감시자

bonanza38 2023. 10. 11. 18:51

'화란'.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옛날식 나라 이름이다. 네덜란드를 과거에는 화란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프랑스를 불란서, 유럽을 구라파라고 한자식으로 말하는 시대가 있었다. 

 

영화 '화란'은 이름처럼 매우 올드한 연출 방식으로 일관했다. 믿어지지 않는 사실은 이런 올드한 감각의 영화를 연출한 사람이 신인 감독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이 영화가 칸의 '주목할 만한 시선'으로 초청되었다는 사실이다. 

 

신인감독이라면, 칸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으로 초청되었다면, 최소한 실험적이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신선한 맛은 있겠다는 기대를 했다. 

 

그런데 영화 '화란'은 스크린을 뚫고 나올 만큼 탱탱하고 걷잡을 수 없는 활어가 아니라 제대로 숙성되지도 않고 쾌쾌한 냄새만 나는 젓갈 같은 영화로 그치고 말았다. 

 

요즘 영화를 보다가 단순히 재미없다는 것이 아니라 화가 치미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젠 식상한 언급이지만 영화관 상영 영화 산업의 위기라는 사실을 영화인들은 절절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과거처럼 어쩌다 한 번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OTT를 통해 일반인도 수많은 영화에 노출되는 시대에 상향된 관객들의 눈높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감독과 제작자들에게 헌납한 기회비용에 가끔은 분노 조절에 장애가 생길 것 같다. 

■ 영화 '화란'에는 네덜란드가 없다. 

영화 '화란' 홍사빈, 송중기 - 메인 예고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과거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서 활약했던 허정무 선수가 있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 진출까지 시킨 명장이었다. 허정무 선수가 처음에는 독일의 보훔과 먼저 계약을 했는데 우중충한 탄광도시보다는 네덜란드의 평화롭고 밝은 분위기가 좋아서 방향을 틀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영화 '화란'에는 네덜란드가 없다. 단지 허정무 감독처럼 평화롭고 평등한 네덜란드에 대한 동경 정도가 제목을 선정한 이유로 보인다. 영화 '화란'은 이런 식이다. 씨줄과 날줄이 촘촘하게 짜인 구성을 가진 영화가 아니다. 

 

씨줄과 날줄이 난마처럼 제멋대로 얽혀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로 팽팽한 긴장감을 주지도 못한다. 어느 순간 씨줄에서 나온 올이 끊어지고 이번에는 날줄에서 나온 올도 끊어져 버린다. 

 

끝까지 이어진 올이 제대로 없이 중간에서 끊어진 올 투성이의 저질 원단으로 만든 영화라는 평가를 지울 수 없다. 

■ 끝까지 제대로 이어진 올이 없는 저질 원단으로 만든 영화 

영화 '화란' 송중기 인터뷰 - YTN 스타

영화의 원단은 시나리오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원단인 각본은 김창훈 감독이 만들었다. 여러 차례 언급한 적이 있지만 각본과 감독을 구별하지 않는 영화의 시대는 막을 내려야 한다. OTT의 출연으로 수없이 많은 영화에 단련된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시나리오 작가와 연출의 전문 영역이 구별되어야 한다.  

 

이 영화는 원단이 저질이다. 중간중간 올이 나간 거친 원단으로 좋은 영화가 완성될 수는 없다. 

영화 '화란'의 제목마저 끝까지 관객을 설득시킬 수 있는 올이 아니었다. '화란'이라는 제목에 부합하는 평화롭고 평등한 이상향에 대한 올은 관객을 끝까지 설득할 노력마저 하지 않고 중간에 끊어져 버렸다. 

 

연규(홍사빈 분)와 치건(송중기 분)을 잇는 '가정 폭력'의 올도 끝까지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특히 '가정 폭력'으로 끈끈한 연대감을 형성할 만큼, 심지어 비루하지만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을 함부로 포기할 만큼, 팽팽한 올은 아니었다. 

 

치건과 연규의 갈등에 중요한 인물인 완구(홍서백 분)와 연규와의 올도 어느 순간 엉성하게 풀어져 버려 완구의 존재는 매조지도 없이 원단 밖으로 밀려 사려져 버리는 올이 된다. 

 

마지막 클라이맥스의 중요한 씨줄인 서동갑(정의석 분)의 국회의원 출마 사퇴의 올도 어떤 날줄과 얽혀야 하는지 방향을 잃고 알지 못하는 이유로 잔인하고 비극적인 시퀀스만 남긴 채 끊어져 버린다. 

 

치건과 그의 삶을 규정하는데 중요한 인물인 중범(김종수 분)과의 올도 몇 번의 물레질을 거친 후에 어느 순간 듬성듬성 성긴 공간을 만들더니 완전히 풀어져 버린다. 

 

그리고 몇몇 복선의 올도 촘촘하지 못한 것은 매한가지다. 오토바이 열쇠, 손톱, 햄버거 등의 복선이 풀리는 올도 그다지 탄복을 불러일으키지도 않고 전체 구성에 절박한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이렇게 많은 올이 제멋대로 끊어지고 풀린 원단으로는 좋은 영화를 만들 수는 없다. 더구나 풋내 나는 연출력으로는 끊어지고 늘어진 올을 제대로 보수하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다만 성기고 끊어진 올을 어떻게 해서든 이으려고 분투한 김종수 배우와 송준기 배우의 연기력이 안타까울 뿐이다. 몸짓과 눈빛으로도 보스의 카리스마를 표출한 김종수와 거친 피부와 투박한 손 분장을 뚫고 비루하고 어두운 치건의 내면을 연기한 송준기가 왜 이런 영화에 노개런티로 출연했는지 의아할 뿐이다.  

영화관 영화를 갈망하는 관객을 외면한 영화 - 쿠키 & 평점

관객도 영화관 영화를 갈망하고 있다. 좋은 영화라면 기꺼이 기회비용을 지출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요즘은 영화 보기가 겁이 난다. 후기를 남기기도 무서울 지경이다. 

 

영화관 영화 관계자들은 아직도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스마트폰이 일상에 혁명을 가져왔듯이 OTT는 영화 산업의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집 근처에서 영화관을 찾기는 힘든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다. 

 

영화 평론가나 영화 후기를 남기는 사람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잘못된 안목으로 영화에 평을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일부 영화 평론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바이럴 마케팅에 일조하며 이익을 공유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영향력 있는 일부 감독과 배우 그리고 제작사를 위해 터무니없는 영화평을 남기고 그것을 믿고 영화를 본 관객은 욕지거리를 남긴다. 영화에 대한 신뢰는 점점 무너지고 영화관에서 멀어지는 악순환이 영화를 더욱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제발 신나게 입에서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수 있는 영화이기를 바란다'라고 기도했지만 여지없이 기회비용 감시자를 자처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 

 

쿠키영상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엔딩 크레디트가 오르자 지체 없이 나오고 싶어서 확인을 못했다. 다만 영화관을 나오면서 경품 데스크에서 받아온 티겟을 공유한다. 화란으로 가능 TICKET이다. 

영화 '화란'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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