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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리에이터 개봉 첫날 솔직 후기 - 가렛 에드워즈의 자기 복제?

bonanza38 2023. 10. 3. 21:12

AI를 다룬 영화는 이젠 익숙함을 넘어 식상하기까지 한 장르가 되었다. 그래서 영화 '크리에이터'를 보기 전에 대강의 서사가 짐작이 되면서 관람이 망설여졌다. 극 초반부 전개는 왠지 어디서 본 듯한, 충분히 짐작이 가는 전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전작에 대해서 아는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소재의 참신성과 독창성에 대해 정반대의 관람 후기를 남길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가렛 에드워즈 감독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면 SF영화 장르에서는 드물게 휴먼 가족 드라마 서사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에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AI와 반인간인 시뮬런트 그리고 뉴아시아의 인간 연합과 미군과의 전쟁이라는 소재와 AI에 투영된 선한 인간에 대한 자기 충족적 예언과 가족애라는 주제의식에 대해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전작인 '몬스터즈', '고질라', '로그 원 스타워즈 시리즈'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가족, 괴물이라는 소재의 재탕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스포일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영하 '크리에이터' 개봉 첫날 솔직한 후기를 남긴다. 

AI SF + 휴먼 가족 드라마 장르적 결합이 가져온 색다른 서사? 

영화 '크리에이터' 메인 예고편 -20th Century Studios Korea

가렛 에드워즈 감독에 대해 전혀 모르고 포스트 아포칼립스 SF 영화에 대해서 생경한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는 매우 새롭거나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설 것이다. 

 

일반적으로 AI SF 장르의 영화는 CG를 포함한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승부를 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영화 '크리에이터'도 기본적으로 AI와 시뮬런트(반인간 AI)가 영화 전반에 걸쳐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CG가 많이 활용되었다. 

 

그러나 굳이 IMAX 영화관에 이 영화를 관람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영상미가 뛰어나거나 스펙터클 하지는 않다. 예상을 뛰어넘는 장엄한 영상미에 탄복할 정도의 화면은 기대할 수 없다. 

 

SF 장르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 '크리에이터'를 보면서 SF 장르에 휴먼 가족 드라마 서사가 있는 부분 때문에 진입 장벽이 허물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가족애의 주제의식에 공감할 수도 있다. 

 

그리고 화면 전개가 매우 빠르고 예상하지 못하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극적 긴장감이 계속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영화 '크리에이터'가 지루하지 않은 영화라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영화는 감독의 전작이나 레퍼런스가 되는 다른 작품을 비교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평가받아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가 그렇게 재미없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자기 복제?

논문을 평가할 때도 매번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창작을 주문한다. 자기 논문을 짜깁기하거나 약간 변형해서 새로운 논문이라고 할 때 우리는 이것을 자기 표절 혹은 자기 복제라고 한다.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첫 작품인 '몬스터즈'와 '고질라', '로그 원 스타워즈 시리즈'를 알고 있는 시네필이라면 앞서 언급한 SF에 생경한 관객들과 전혀 다른 반응을 내놓을 수도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휴먼스토리, 가족, 괴물이라는 일관된 세계관이 또다시 영화 '크리에이터'에서 재탕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단지 괴물이 AI 혹은 시뮬런트로 변형되었을 뿐 영화의 기본 배경은 완벽하게 다른 영화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영화 '몬스터즈' 메인 예고편 - iMBC MOVIE

■ 익숙함에 빠져 독창성을 포기하면 예술품이 아니라 공산품 - 평점 

어떤 예술이든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독창성(originality)이다. 예술가가 이런 독창성으로 한 번 성공했다고 해서 '성공의 함정'에 빠져 비슷한 류의 작품을 재생산하는데 익숙해진다면 그는 예술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산품을 만드는 것이다. 

 

한 때 '홍상수 류'의 영화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극단적이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신선한 시도가 독창적이었다. 하지만 한 작품, 두 작품, 세 작품씩 작품이 쌓일 때마다 미세한 차이만 있을 뿐 유사한 작품이 연속되었다.

 

창작자는 미세한 차이가 있다고 강변할 지라고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이 독창성보다는 유사성을 인식하게 된다면 '작가가 게으르다'라는 평가를 내려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영화 '크리에이터'라는 작품에 대한 두 가지 다른 시선에 대해서 언급했다. 감독의 전작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작품이기에 관객들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이 작품을 소비하면 될 것이다. 

 

영화 '크리에이터'는 재밌는 작품이다. 개연성에 대한 많은 의문이 남고 불친절한 측면도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 예술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독창성에 대해 의문이 드는 작품에 대해 높은 평점을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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