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의 두 번째 이야기 '조커 폴리 아 되'가 개봉했다.
'폴리 아 되'라는 의학용어가 생소하지만 '감응성 정신병'이라는 의미를 이해한다면 그 자체가 스포일러라고 할 수 있다.
조커(호아킨 피닉스 분)에 의해 영향받은 또 다른 망상가 할리 퀸(레이디 가가 분)의 등장은 예고된 것이었다. 그리고 레이디 가가라는 캐스팅은 영화가 결국 망상 속 뮤지컬이 될 것을 암시하는 듯했다.
차라리 호아킨 피닉스라는 대체 불가능한 주연이 존재한다면 무명의 신인급 연기자를 리 퀸젤 역에 캐스팅하는 것이 영화를 예측 불가능성을 증대시키지 않았을지 아쉬움이 남았다.
영화 '조커 : 폴리 아 되'는 전편 영화 '조커'의 속편이다. 세상이 아는 5명의 살인 혐의뿐만 아니라 어머니까지 총 6명을 살해한 아서 플렉이 감옥과 재판정을 오가면서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과 그를 경멸하는 사람들의 긴장을 다루었다.
전편인 영화 '조커'는 영화 '택시 드라이버'를 연상하게 할 만큼 이상 심리자의 분열적 심리 상태의 원인과 기전을 쫓아가면서 자기 파괴적인 살인까지 예측 불가능한 전개 속에 서스펜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영화 '조커 : 폴리 아 되'는 감옥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법정 영화의 굴레를 극복하기가 힘든 태생적 한계성을 지니고 있다.
결국 조커와 그에게 감응성 정신병이 전이된 할리 퀸의 복잡한 이상 심리를 추적해야 하는데 혹자는 그 과정이 너무 버거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 소외를 경험하거나 인식하는 관객이라면 누구라도 조커 혹은 할리 퀸에 동일시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조커 : 폴리 아 되'의 호불호는 바로 이 부분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소설 '이방인'에서 태양이 눈 부셔 살인을 했다는 부조리한 뫼르소의 최후처럼 조커의 운명은 누구나 예측 가능했다. 전편이 예측 불가능의 영역이었다면 영화 '조커 : 폴리 아 되'는 분명 예측 가능한 영역에 존재한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영화에 필연적인 지루함을 상쇄할 만큼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탁월했다. 골절된 상태로 굳어 버린 듯한 그의 어깨도 연기의 한 부분처럼 여겨질 정도로 메서드 연기를 펼친 그의 열연에 경의를 표한다.
반면 이상 심리에 대해 공부가 부족한 것인지 연기력이 부재한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던 레이디 가가의 연기는 실망스러웠다. 그런 캐스팅을 한 감독의 연출력에도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어쩌면 영화 '조커'는 전편으로써 완결성을 지닌 작품이었는지도 모른다. 후편이 전편을 능가하는 작품도 더러 있지만 다수는 탄생하지 않는 것이 전편을 더욱 빛나게 해 주게 한다는 것을 제작자들만 모르는 것 같아 아쉬움이 더욱 커진다.
■ 소외된 인간 아서 플렉의 방어 기제, 조커의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 '조커'
인간이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진 문물에 의해 소원해지는 현상을 인간 소외라고 한다. 영화 '조커'와 '조커: 폴리 아 되'는 바로 그런 인간 소외를 다룬 작품이다.
물론 배트맨 속의 조커와 영화 '조커'를 결부시켜서 작품을 이해하려는 시도 또한 존재하지만 영화를 지나치게 데이터로 소비하는 식의 감상법은 영화의 본질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영화 '조커'는 배트맨 속의 조커와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조커로 이해하는 것이 영화 '조커'의 주제의식을 명확하게 파악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될 듯싶다.
토마스 웨인이라는 배트맨의 아버지라는 설정을 몰라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고 오히려 영화 '조커'를 보는데 배트맨을 연상한다면 소외된 인간 아서가 조커가 되는 과정에 대한 왜곡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분)은 가장 작은 사회인 가정에서조차 소외된다. 망상에 빠진 어머니와 학대받은 어린 시절로 인해 가장 편안해야 할 가정에서조차 소원하게 된 아서 플렉은 비극적 삶의 해방구로 웃음을 추구하는 코미디언이 된다.
어린 시절의 물리적, 정신적 학대로 인해 의도하지 않는 웃음을 틱처럼 터트리는 정신병을 앓는 비극적인 아서가 웃음을 추구하는 광대가 되고 싶은 것은 어쩌면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탈출구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작은 희망조차도 사회는 허용하지 않는다. 가장 작은 사회는 어머니조차 아서를 웃기는 재능이 없다고 하고 그의 코미디언 롤모델인 머레이 플랭클린도 그의 유머를 인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지하철에서 광대 복장을 하고 있는 아서를 세 명의 금융맨들은 조롱 한다. 그를 보고 웃어주는 것이 아니라 비웃는다. 그리고 물리적 폭력을 가한다. 그때 아서는 비로소 조커가 된다. 생존을 위해 비극적 광대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우발적인고 자기 방어적인 첫 살인 이후 아서는 세 번의 의도적인 살인을 하게 된다. 그 모든 과정은 인간 소외에 대한 저항이었다.
자신을 학대하고 탄생의 비밀마저 속이면서도 유머조차도 인정하지 어머니를 살해는 것도 가장 작은 사회인 가정으로부터 소원하게 된 아서를 방어하기 위한 기제였다.
그리고 그가 속한 또 다른 사회였던 직장에서 그를 소원하게 만들었던 랜들을 살해하는 과정 역시 조커의 방어기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롤모델이었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물인 머레이 플랭클린을 살해함으로써 그는 그를 조롱하고 무시했던 사회를 향해 냉소했다.
그런데 사회는 아서 플렉과 같은 조커가 소외된 인간들로 넘쳐났다. 조커의 등장에 환호하며 그를 동경하는 불특정 다수의 인간들이 만들어낸 폭동의 와중에서 그와 어머니를 소원하게 만들었던 토마스 웨인은 죽임을 당한다.
영화 '조커'는 인간 소외라는 주제 의식 속에 우리 속에 내재한 수많은 아서가 망상 속의 조커를 만드는 과정에 공감을 이끌어 냈다. 히어로물인 배트맨과 다른 고통받고 소외된 인간 조커를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영화 '조커'는 더 이상의 속편을 만들어 내는 것은 오히려 영화 '조커'를 소원하게 만들 정도로 그 자체가 완결성이 있는 작품이었다.
■ 소외된 인간 조커의 부조리한 망상 속 비극적 코미디 뮤지컬쇼
폴리 아 되 (Folie à Deux)는 감응성 정신병을 의미한다. 한 사람의 정신질환이 다른 사람에게 공유된다는 의미이다.
영화 '조커 : 폴리 아 되'는 제목에서 조커에 영향을 받는 감응성 정신 질환자를 필연적으로 예고한다.
어쩌면 아서 플렉이 조커가 되는 과정처럼 리 퀸젤(레이디 가가 분)이 할리 퀸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영화 '조커 : 폴리 아 되'가 표현하고자 하는 필수 요소처럼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리 퀸젤이 반드시 레이디 가가여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는다. 그녀의 출현은 영화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었다.
레이디 가가의 많은 전작처럼 영화 '조커 : 폴리 아 되' 또한 뮤지컬이 되지 않을까라는 예측은 너무도 쉽게 적중하고 말았다.
단순히 예측이 적중한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그 식상함을 놀라움으로 변화시키는데 레이디 가가는 실패했고 토드 필립스 감독 또한 실패했다. 영화 '조커 : 폴리 아 되'에서 레이디 가가는 미스캐스팅이었다.
소외된 인간 그 자체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연기하는데 호아킨 피닉스의 독보적 연기와는 대조적으로 레이디 가가는 가짜 '폴리 아 되'를 연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영화 두 축에서 한 축이 무너지면서 영화는 균형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조커의 망상 속에서 살인을 대체하는 방어기제로 작용한 뮤지컬은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식상하게 다가왔다.
특히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의미 없이 반복되는 조커와 할리 퀸의 뮤지컬 신은 영화를 느슨하고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로 만들고 말았다.
전편의 조연들을 법정의 증인으로 등장시키는 장면 또한 매우 조밀하게 구성되지 못하고 짧은 영화를 엿가락 늘이듯이 길게 늘이는 역할로 사용되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어쩌면 전편 영화 '조커'가 예측할 수 없는 전개의 자유로움이 있었다면 감옥에 갇힌 조커의 법정 싸움을 다룬 영화 '조커 : 폴리 아 되'는 태생적 한계가 있어 보였다.
조커의 동선을 감옥과 법정으로 한정한 시간이 영화는 99%를 차지하고 그가 탈출하여 자유를 얻은 시간을 1%로 제한한 것이 부조리한 현실 속에 억압된 조커 자신에 대한 메타포였다고 하더라도 관객들조차 상상의 자유를 잃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영화 '조커 : 폴리 아 되'는 소외된 인간의 전형인 조커에게 기대했던 망상 속의 자유를 주제 의식, 인물, 뮤지컬이라는 표현 양식 등이 옭아매는 우를 저지르고 말았다.
영화 속에 온전히 녹아든 호아킨 피닉스만이 무대 위의 광대처럼 애처롭고 안쓰럽게 연기하고 있었다. 조커의 얼굴처럼 영화는 비극적이면서도 부조리한 코미디가 범벅이 된 설익은 뮤지컬이 되고 말았다. 말 그대도 영화는 코미디가 되고 말았다.
■ 영화 '조커 : 폴리 아 되' 평점
영화 '조커 : 폴리 아 되'에 대한 호불호는 인간 소외에 대한 이해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같은 주제 의식을 다루었지만 영화 '조커'와는 다르게 영화 '조커 : 폴리 아 되'에 대해 비교적 비판적인 평론을 했다.
그러나 비판적인 감상 후기에 비해 아이러니하게 평점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레이디 가가에 대한 미스캐스팅 문제, 감옥과 법정이라는 공간적 제약 속에 생겨난 태생적 한계성, 지나치게 반복적인 맥락에서 벗어난 뮤지컬적 표현 양식 등을 뛰어넘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 전체를 이끌어 가는 호아킨 피닉스의 내면 연기 하나만으로도 영화 '조커 : 포리 아 되'는 볼만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소외된 인간의 내면에 대해 깊이 탐닉한 경험이 있다면 두 시간 동안 호아킨 피닉스의 정신과 육체를 따라가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외된 인간의 부조리한 삶을 조명한 영화를 보면서 필자의 후기 또한 부조리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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