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펜싱국가대표 남모 씨와 결혼한다면서 난리를 쳤던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하기 힘든 전 모 씨가 구속되었다.
그녀인지 그인지 구별하기 힘든 전 모 씨의 엽기적인 행태를 나열하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벤틀리를 선물하고 무슨 레지던스에서 살고 또 그것을 통해 사기를 쳤는지 안 쳤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관심도 없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의 실태를 고발하고자 한다.
아직도 피해자가 고통받고 있는 전세 사기에 대해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우리나가 OECD 국가 중 사기 피해 건수와 액수가 가장 많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팩트 체크한 언론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 사기 피해가 1등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사기 피해를 당하거나 피해를 당한 것을 본 적은 있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그리고 피해자는 그 피해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징벌의 수준이 낮은 가해자를 보면서 엄청난 자괴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OECD에서 사기 피해 1등을 하든지 말든지 관계없이 우리나라 국민들을 힘들게 하는 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전향적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자.
■ 사기 혐의 인정한 전 모씨 구속
현재까지 파악된 사기 피해액이 19억 원에 달하고 피해자가 15명으로 알려진 전 모 씨가 3일 오후 구속되었다.
서울동부지법 신현일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도망할 우려가 있고 주거가 일정치 않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로써 한동안 세간을 시끄럽게 했던 전 모 씨의 사기행각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재판 과정과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 등 남은 과제가 더 많아 한동안은 세상의 이목을 끌 것 같다.
처음 이 사건을 접했던 것은 인터넷을 서핑하다가 우연히 펜싱 국가대표 남 모씨가 15세 연하 재벌 3세 전 모씨와 결혼한다는 기사를 보았을 때였다. 사실 내용을 보지 않았다. 웃겼다. 결혼 상대자가 재벌 3세라는 사실을 굳이 밝힐 필요가 있을까?
사기 냄새가 풍겨 읽으나 마나라고 생각했고 그 짐작은 며칠 가지 않아서 그대로 적중했다. 그런데 이곳저곳 언론 인터뷰를 한다는 제하의 기사를 보았다.
마치 각본대로 움직이는 프로레슬링에서 언론이라는 멍청한 심판이 반칙하는 선수는 내버려 두고 항의하는 편의 말을 듣는 척하다 다시 뒤를 돌아보면 반칙하는 선수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멀쩡하게 행동하는 한판의 코미디를 보는 듯했다.
그래서 이 사건이 엄청난 보도량을 자랑할 때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가 사기꾼, 피해자, 조력자로 구성된 사기공화국의 현실을 고발하고 크고 작은 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어떤 방책이 있을지 고민해 본다.
■ 피해 규모보다 지나치게 경미한 처벌
우리나라 국민 스스로가 우리나라를 사기공화국이라고 칭하는 데에는 그만큼 사기 피해를 직, 간접적으로 당해 본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기 피해를 당한 사람은 피해를 회복하기는커녕 가해자가 지나치게 가벼운 형벌로 오히려 떵떵거리며 사는 현실을 보며 '당한 놈이 바보'라는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결국 '사기공화국'에서는 똑똑한 가해자에게 걸리지 말고 일확천금의 욕망을 버려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사기인지 감수성이 제로인 무기력한 현실에 가해자보다는 피해자가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실제로 불법 주식 거래 사건과 살인 사건까지 결부된 이 모씨 형제 사건에서 주범인 이 씨는 2심에서 3년 6개월과 벌금 100억 원, 추징금 122억 6700여만 원을 선고했다. 1심 징역 5년, 벌금 200억 원, 추징금 130억 원이 선고되었던 것보다 낮아진 형량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의 피해자는 230여 명에 이르고 피해액은 3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과연 이 형량이 적당한 것인지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 결국 교도소에서 나온 이 모씨 형제는 다시 코인 사기 혐의로 2023년 10월 4일 구속되었다. 하지만 현재의 법 체제가 유지된다면 이런 류의 범죄자는 얼마든지 양산될 수 있는 상황이다.
■ 사기공화국 오명 벗기 위해서는 가해자와 조력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 배상 필요
구속된 전 모씨나 주식부자 이 모씨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언론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따라서 팩트 체크를 하지 않고 시청률이나 클릭수에만 관심이 있는 언론도 함께 반성해야 할 측면이 있다.
즉 가해자와 피해자뿐만 아니라 조력자인 언론 또한 사기공화국의 공범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이런 사례에서 반성하지 않는다면 언론이 사기꾼들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새로운 입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신분이 분명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홍보성 기사를 송고하는 신문이나 방송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거나 언론 관계법에서 사후 처벌 규정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피해 규모보다 지나치게 경미한 처벌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사기공화국의 오명을 벗을 수 없을 것이다.
혹자는 지나친 엄벌주의는 또 다른 폐해를 나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만약 사기 피의자의 형벌을 상향하면 아마도 전국의 교도소는 초 만원이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참 쓸데없는 걱정이지만 그 기우를 받아들여서 사기가 만연한 작금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사기 피의자에 대해 피해액의 최소 5배에 해당하는 징벌적 손해 배상을 추진해야 한다. (사기 액수가 적을 때는 100배 이상의 징벌적 손해 배상이 필요하다. 최근 만연한 중고거래나 스마트폰 사기는 10만 원 미만일 경우기 많다. 이 경우 100배 이상 1000만 원 정도의 징벌적 손해 배상을 해야 실질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징벌적 손해 배상에 대해서는 대륙법 체계를 따르고 있는 우리나라 실정에서 전보배상의 원칙 때문에 징벌적 손해 배상에 어려움이 있다.
전보배상은 피해를 입은 범위 내에서만 배상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20년 9월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 배상에 관한 입법 예고에도 불구하고 경제계와 법조계의 반대로 현재까지 국무회의 상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020년에는 언론에 관한 징벌적 손해 배상에 대해 사회적 이슈가 되어 이 법이 실현되지 못했던 측면도 크다.
징벌적 손해 배상에 반대하는 측의 입장은 지나친 징벌로 기업에 부담이 되어 경제 성장의 저해 요소라는 측면을 부각하고 있다.
또한 법조계에서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막대한 배상과 함께 행정 및 형사적 처벌을 추가로 받기 때문에 이중처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미국처럼 지나치게 소송이 남발되어 사법 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법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결과가 지나치게 강력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 모든 견해들이 나름대로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하나씩 문제점을 개선해서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징벌적 손해배상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
미국처럼 영미법 체계가 아니지만 우리도 중대재해 처벌법, 자동차관리법, 산업기술 유출방지 및 보호법, 상표법, 디자인보호법 등 다수 법에서 3 배수 혹은 5 배수의 징벌적 손해 배상 법안을 채택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남용되는 사례는 흔치 안 다. 그리고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 과실을 징벌하는 예는 거의 없다.
또한 미국처럼 피해액수뿐만 아니라 장래 기대 소득 등에 대한 배상까지 고려하지는 않기 때문에 과도하다고 말할 수 없다. 따라서 외국의 사례와 우리나라의 입법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사기에 대한 최적의 한국형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입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의성이 충분히 입증되는 경우 등으로 엄격하게 한정하고 무고에 대한 처벌에 대해서도 똑같이 징벌적 손해 배상을 지우게 해서 허위 또는 소송 남발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사기를 친 사람에게 5배의 배상을 지우 돼 징역형을 면제해 주고 만약 배상을 하지 못하면 그 액수만큼 징역형을 부과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실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중고거래와 같은 소액 사기가 많은데 이와 같은 경우 사기 액수가 적어서 소송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10만 원 사기를 쳤다면 5배가 아니라 100배를 부과해서 1000만 원을 배상하게 하고 1억을 사기 쳤다면 10배에 해당하는 10억을 배상하고 100억을 사기 쳤으면 500억을 배상하는 등 액수에 따라서 차별적인 징벌적 손해 배상을 하도록 해서 가해자에게 실질적인 징벌의 효과를 주도록 해야 한다.
그 배상 비율에 대해서는 좀 더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어떤 정도가 가해자에게 충분한 경제적 타격을 입힐지를 분석해서 다시는 그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앞서 지적한 청담동 주식 부자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지만 또다시 범죄 혐의로 구속되는 것을 볼 때 사기에서 얻는 이득이 형벌에서 부과되는 손해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최근 전세사기, 주식사기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많은 사람들을 고려해 본다면 지나치게 보수적인 접근을 지양하고 전향적으로 사기에 대한 징벌적 손해 배상제를 도입이 시급한 시점이다.
사기로 피해를 보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입법을 통해 우리나라가 사기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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