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TT 시대에 관객을 극장으로 끄는 강력한 힘 - 스토리 - 엉망 호랑이 CG도 이겼다

영화 흥행은 신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다.
예매율도 저조했고, 초반 흥행도 좋지 않았던 '왕과 사는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장항준 감독에 대한 이미지도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거장과 거리가 멀고, 1000만 관객의 맥을 끊을 작품으로 필자가 비판한 '범죄도시'의 제작사인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작이라는 것도 영화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는 선입견이 있었다.
특히 영화 초반에 등장해서 단종에서 강등된 노산군과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중요한 매개체였던 호랑이 CG는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데 충분할 정도로 조악했다.
하지만 '왕과 사는 남자'는 이 모든 선입견과 악조건을 물리치고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단순히 설날이라는 명절 시기에 개봉했다는 택일운으로만 1000만 관객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왕과 사는 남자'는 영화 막판까지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 힘의 원천에는 새로운 시각의 스토리가 있었다.
지금까지 엄청나게 많이 우려먹어 식상한 단종애사가 아니라 창의적 발상의 스토리가 관객에게 새로움을 선사했다. 수양대군과 한명회의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의 빈 공간에 자리 잡은 왕과 선한 백성이라는 스토리의 새로움이 관객을 사로잡았다.
처음 이 이야기를 발굴한 시나리오 초안 작가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캐스팅에 맞추어 시나리오를 수정한 장항준 감독과 디렉팅을 완벽하게 소화한 배우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유해진은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해 냈다.
늘 같은 조의 연기와 감초 역할의 조연에 적합한 한계성을 극복하고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한 누가 봐도 주연 역할을 해냈다.
캐스팅 단계부터 유해진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시나리오를 통해 연기의 완성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것은 감독과 배우의 충분한 소통의 결과처럼 보인다.
'왕과 사는 남자'는 결국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그 예술의 기반은 시나리오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증명해 냈다. 좋은 시나리오가 반드시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나쁜 시나리오는 결코 좋은 영화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OTT에서 수많은 영화를 본 관객들은 자신의 돈과 시간이라는 기회비용을 낭비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공감을 끌어낼 스토리가 있다면 언제라도 기꺼이 시간과 돈을 소비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 다시금 증명되었다.
혹자는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펙터클한 장면이 있어야 작은 화면에서 소비되는 OTT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했다. 하지만 '왕과 사는 남자' 장대한 스펙터클과 화려하고 완성도 있는 CG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과 사는 남자'는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소재에서 완벽하게 새로운 스토리를 잉태했다. 수양대군과 한명회의 이간계와 영웅서사의 식상함이 아닌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창의적 서사가 관객을 사로잡은 것이다.
천만 관객을 동원했어도 다시는 영화관에 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우려먹기식의 시리즈물이 아니라 이런 새로운 이야기라면 다시 영화관에 오고 싶다고 느끼는 창의적 스토리의 힘을 느끼게 한 것은 한국영화에 큰 함의를 제공했다.
한국영화는 분명 위기임에 틀림없다.
한국영화를 갈망하는 관객의 니즈에 대한 이해가 없는 감독과 제작자들 때문에 더욱 위기감은 고조되었다.
하지만 이번 '왕과 사는 남자'와 '만약에 우리' 등의 흥행을 통해 많은 감독과 제작자들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려먹기식의 식상한 시리즈를 지양하고 창의적이고 새로운 시각의 스토리를 발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스토리의 힘이 많은 역할을 소화했던 유해진(엄홍도 역), 유지태(한명회 역), 전미도(매화 역), 박지훈(단종 역)이라는 연기파 배우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한국영화의 희망을 보았다.
초반의 호랑이 CG까지 극복해 낸 스토리의 힘을 느끼며 오랜만에 미소를 지으며 영화관을 나올 수 있었다.
■ '왕과 사는 남자' 평점

좀 비용이 더 들더라도 호랑이 CG를 보강해서 리마스터링 혹은 감독판으로 재개봉하는 것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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