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쩔수가없다'를 보고 어쩔 수 없는 솔직한 후기를 남길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공감할 수 없는 영화였다.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 수상을 했어도, 이런 생각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수상하지 못한 것이 너무 다행스러웠다.
혹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호불호가 갈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필자는 모든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동일 선상에 올려놓고 싶지 않다.
이번 영화 '어쩔수가없다'로 국한해서 평론하자면, 마치 신인 감독 같은 연출이었다.
좋게 이야기하자면 실험적이었고, 나쁘게 이야기하자면 관록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연출이었다.
가장 안타까운 지점은 주·조연급 연기자를 엑스트라화 했다는 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시나리오의 구성이 치밀하지 못했다.
그것에 더해 연출과 편집을 납득할 수 없었다.
필자는 영화에 대한 스포를 전혀 하지 않고 평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굳이 스포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구성의 연결성이 없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결과가 원인이었다면 이병헌(만수 역)의 행위에 공감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결과가 되어버리면서 관객들을 몰입하지 못하게 했다.
마치 intro, verse, prechorus, bridge에서 대강 대강 노래 부르다가 final chorus에게 냅다 소리를 질러대는 가창을 보는 듯했다.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신인 가수의 노래처럼 말이다.
이 영화가 결코 좋은 영화가 아닌 부분을 단적으로 지적한다면 많은 베테랑 배우들의 잔상보다는 출연하지도 않은 조용필과 김창완의 모습이 아른거린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런 영화가 국제영화제 수상을 노렸는지 이런 영화를 왜 그렇게 칭송했는지 필자가 문제인지 다른 사람들이 문제인지 혼돈스럽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작은 모니터로 보는 저렴한 OTT보다 비싼 영화가 나름의 가치를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적 가치를 구현하지 않은 작품이 흥행을 거두는 것은 결국 영화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을 강조했다.
영화 '범죄도시'가 3 연속 1000만을 기록할 때 위기감을 느꼈다. 1,2편을 극장에서 보고 3편과 4편을 OTT로 보면서 한국 영화의 위기를 직감했다. 결코 영화관에 갈 필요가 없는 영화가 1000만을 기록했다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물론 필자와 다른 느낌을 가진 사람의 견해를 존중하지만 필자의 생각대로 한국 영화는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목마르다. 볼 영화가 없어 제국주의적 관점이 녹아있다는 애니메이션도 500만에 육박할 정도로 영화가 고프다.
그래서 박찬욱 감독에게 많은 기대를 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산산이 무너졌고, 한국 영화에 대한 위기감은 더욱 강해졌다.
■ 블랙 코미디? 슬랩스틱 코미디가 어울리는 공감할 수 없는 영화 '어쩔수가없다'

공감할 수 없다.
누가 재취업이 되지 않는다고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가?
영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몰입이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설정 자체가 몰입할 수 없는 구조였다.
만약 마지막 장면 때문에 천민자본주의에 몰린 이병헌(만수 역)이 정말 어쩔 수가 없이 그런 끔찍한 행위를 했다면 관객들은 공감했을 것이다.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경험할 수도 있는 일을 비틀어도 너무 비틀었다. 새로움을 추구하려고 비틀기를 시도했던 박찬욱 감독의 시도는 영화 속에서 분재를 하려다 가지를 완전히 부러뜨린 것처럼 영화 자체를 부러뜨려 버렸다.
그만한 일로 사람을 그렇게 죽여야 했어?
납득할 수 없는 시나리오는 베테랑급 연기자들을 조연급 혹은 엑스트라로 전락시켰다.
■ 베테랑급 연기자들을 조연급으로, 심지어 엑스트라로 만든 탁월한 연출력

어떻게 이런 영화가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노렸을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지켜보고 있으면 주연 이병헌조차도 마치 조연으로 인식된다.
누구나 정상급 연기자로 여겨지는 이성민(범모 역), 박휘순(선출 역), 심지어 최근 실패하지 않는 보증수표 염혜란(아라 역)까지 소모품처럼 여겨진다.
자신들의 연기력을 완벽하게 발산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연출의 의도에 따라 마치 손발을 묶고 연기하는 것처럼 한계가 분명해 보였다.
심지어 차승원(시조 역)은 특별 출연도 아닌 지나가는 엑스트라 연기를 하는 느낌처럼 다가왔다. 이 모든 것이 연출력의 부재 때문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신인 감독의 냄새가 풍겼다. 마치 곡의 절정을 향해 힘을 비축하다가 final chorus에서 소리를 냅다 지르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좋게 이야기하면 실험적이고, 나쁘게 이야기하자면 베테랑 감독의 관록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엉성하고, 조악한 편집과 연출력을 느낄 수 있었다.
■ 영화 '어쩔수가없다' 에 대한 평점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밸런스가 무너진 영화이다.
시나리오, 구성, 편집, 연출, 연기 총체적인 난국이다.
영화 도입부에서는 마치 '스타카토' 음악을 듣는 듯했다. 구획이 분명한 모자이크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설명충으로 바뀌는 불균형과 블랙 코미디라고 하기에는 어설픈 슬랩스틱 코미디에 실소가 나왔다.
납득할 수 없이 총질을 하다가 서로 슬랩스틱으로 엉키는 장면, 아버지의 실직으로 아들이 도둑질을 했는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장면에서 엄마는 무슨 연유로 공범의 아버지를 유혹하려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모성애를 표현하는 사람이 존재하는지 공감할 수 없다.
이건 코미디도 아니고 정신분열적이었다. 화가 났다.
한국을 대표하는 박찬욱 감독에게 화가 났다.
이런 작품에게 의미를 실어주는 일부 평론가에게 화가 났다.
도대체 영화 세계에서 정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가?
이럴 때마다 필자는 자괴감이 든다.
내가 잘못된 것인지 세상이 잘못된 것인지...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필자의 예상대로 한국 영화는 죽어가고 있다. 이런 상태면 너무 절망적이다.
분명한 것은 관객들이 표피적인 자극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OTT를 통해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영화를 시청하고 있는 관객들의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뉴튼이 없다면 아인슈타인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는 물리학의 평가처럼 OTT에서 나오는 수많은 영화를 기반으로 더욱 발전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점은 영화를 새롭게 해석하든, 과거의 문법에 충실하든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해야 한다는 점이다. 적당한 자극은 AI가 만든 시나리오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이제 AI를 뛰어넘는 고품질(High-end)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는 감독은 영화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명백하게 알아야 한다. 이제 한국 영화계에는 명백한 빨간 신호가 들어왔다.
좀 더 과감하게 신진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에게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자본주의가 안심하는 감독에게 의탁하지 말고, 경쟁에서 살아남은 신진 감독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제 감독이 시나리오 작가를 고집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점이다. AI를 능가하는 고품질의 시나리오는 전문 작가의 손에서 나올 수 있다. 감독과 작가의 철저한 분업이 요구된다.
감독이 지나치게 각본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을 때 정작 감독의 본연의 임무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나쁜 시나리오에서 좋은 작품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평점은 어쩔 수가 없다.
출연하지도 않은 조용필과 김창완의 잔상만 아른거리는데 좋은 평점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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