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삼성생명·21)이 심상치 않다.
아직 21세의 젊은 나이라 앞으로 5~6년은 세계 배드민턴계를 호령할 것으로 생각되었던 안세영이 19-10이라는 점수차에서 대만의 타이쯔잉에게 역전패당하는 여제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패인은 두 가지로 분석된다.
수비 전형인 안세영은 엄청난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진이 빠지도록 막아내는 경기 방식인데 부상 여파로 체력훈련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거의 스타일이 먹히지 않았던 것이 이번 패배의 첫 번째 원인일 것이다.
문제는 더 큰 패배 원인이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안세영은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무릎 근처 힘줄이 파열되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여자 단체전과 여자 단식에서 2관왕의 쾌거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 다친 무릎 부상은 단순히 일회성의 부상은 아니었다. 너무 오랜 기간의 강행군이 결과로 인해 야기된 일종의 피로 골절 형태였다.
따라서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다시 훈련을 재개하고 경기에 임하다 보니 안세영 답지 않은 경기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안세영에게 필요한 것은 충분한 휴식을 통해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훈련 강도를 높이면서 과거의 체력을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프로야구 선수 류현진처럼 나이가 들어도 버틸 수 있는 새로운 경기 스타일을 연구해야 한다. 수비전형으로 임하더라도 경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안세영만의 킬링 공격 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안세영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 배드민턴에 있어 보배 같은 존재이다. 안세영이 건강한 몸으로 활기 넘치는 경기를 오랫동안 할 수 있기를 팬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 왕중왕전 준결승 9점 차 대역전패 - 부상 여파 여전
안세영답지 않은 경기였다.
안세영은 16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이하 BWF) 월드 투어 파이널 여자 단식 4강전에서 대만의 타이쯔잉에게 대역전패를 당했다.
게임 스코어 1대 2(21-19,15-21,20-22)로 패배한 것보다 더욱 뼈아픈 것은 3번째 게임에서 19-10으로 앞섰던 경기에서 대역전패를 당했다는 것이다.
이런 경기 결과는 평소의 안세영이라면 일어날 수 없는 아주 뼈아픈 패배였다. 아직도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당한 무릎 부상의 여파가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결과인 것이다.
특히 조별 예선에서 게임스코어 2-0(21-17,21-15)으로 손쉽게 이겼던 타이쯔잉에게 3번째 게임에서 19-10이라는 압도적인 점수차에서 대역전패한 것은 부상 여파라는 설명 이외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 지금 필요한 것은 충분한 휴식과 체계적 관리프로그램 - 류현진 재활 과정 참고 필요
선수 생활 내내 쉼 없이 달려서 선수 생활의 최정점에 오른 지금 안세영에게는 멈춤이 필요하다. 특히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보이는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도 안세영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안세영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 배드민턴에 있어 소중한 보배 같은 존재이다.
21세의 이른 나이에 꽃이 피고 사라져서는 안 되는 선수이기 때문에 더욱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우선 부상을 완벽하게 치료할 필요가 있다. 아직 젊은 나이기 때문에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완벽한 부상 치료와 재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글 같은 메이저리그에서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두 번이나 하고 지난한 재활과정을 극복한 류현진 선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현재 배드민턴계는 선수를 지나치게 소모품처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배드민턴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하기 위해서는 스타를 발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안세영 같은 세계적인 스타를 만들어 놓고 소모품처럼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다. 안세영을 계기로 배드민턴에서도 오래가는 스타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스포츠과학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따라서 대표팀과 소속팀이 힘을 합쳐 안세영에 대한 체계적 관리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배드민턴이 인기가 없는 이유가 있다. 선수를 아끼지 않는 스포츠는 팬들 또한 아끼지 않는 것이다. 한 선수를 육성하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배드민턴이 팬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 여제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경기 스타일 필요
지난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전은 안세영의 경기 스타일의 결정판이었다. 무릎 부상으로 경기가 어려웠던 안세영은 오히려 경기 막판 상대 선수인 중국이 천위페이가 움직일 수 없는 상태까지 만드는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을 선보였다.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 전형으로 상대의 공격을 끊임없이 받아내면서 상대의 진을 빼는 안세영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전인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스타일을 고수할 수는 없다. 이번 왕중왕 4강전은 부상으로 인해 체력 훈련이 되지 않았을 때 안세영 경기 스타일을 고수할 수 없음을 여실히 드러낸 경기였다. 나이가 든다면 이런 경기력이 일상화될 수 있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안세영을 규정했던 경기 스타일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어쩌면 선수 생명을 걸어야 하는 도박 같은 도전일 수 있다.
하지만 배드민턴 여제로서 더 오랜 시간 재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시점에서 경기 스타일을 바꾸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체력을 보완할 킬링 공격 방식을 연마해야 한다.
물론 배드민턴에서는 공격이 제한적이다. 특히 여자 선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엄청난 점프력을 동원한 스매시를 구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세영만이 구사할 수 있는 변칙적인 공격 방식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상대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정확한 드롭샷이나 플릭을 이용해서 순간적으로 받아치는 기술, 헤어핀 네트샷을 통한 상대가 손 쓸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여러 기술의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어쩌면 너무 어려운 일을 쉽게 말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까도 모르겠다. 류현진에게 다시 시속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비아냥거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세영에게 체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 전형에서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공격 전형을 가미하라고 하는 지적은 류현진에게 강속구보다는 상대의 수를 읽으면서 정확한 제구력을 구사하라는 요구와 유사한 것이다.
물론 힘든 일이다. 하지만 세계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을 좀 더 오래 보았으면 하는 팬의 입장에서 지나친 오지랖을 떤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해 주기 바란다.
보배 같은 안세영을 관리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팬의 입장에서 대표팀과 소속팀에게 간절히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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