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이후 뤽 베송 감독의 신작 도그맨이 개봉되었다.
택시의 빠른 호흡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다. 그 관점에서 본다면 영화의 템포는 슬로비디오에 가깝다.
서사는 참신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이 오히려 서사의 참신함을 식상하게 만들었다.
납득하기 힘든 범죄자의 심리 상담을 하는 의사와의 동일시 과정이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단순한 장치로 설계된 것이 아쉬웠다.
특히 영화 '도그맨'의 이름에 부합하게 많은 개가 등장했지만 그 어떤 개도 관객들을 사로잡지 못했다.
Everything is Nothing. 모든 개에 의존하는 연출이 그 어떤 개에도 관객들을 몰입하지 못하게 했다.
감독이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클리세에 의존하지 않고 잔인하고 과격함을 자제하며 주인공 더글라스 먼로우 (케일럽 랜드리 존스 분)가 개와 함께 범죄를 저지르는 서사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개와의 진한 교분이 필요했다.
물론 개들과의 감정적 교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더글라스와 진한 교분을 나누는 특정한 개가 등장하지 않고 115마리의 모든 개에게 골고루 감정을 나누다 보니 결국 무한대로 미분한 결괏값처럼 감정의 교류가 0으로 수렴했다.
가정폭력으로 인한 왜곡된 자아가 형성된 더글라스의 방어기제로 등장한 개를 매개로 참신한 아이디어가 친절하다 못해 지루한 설명과 올드한 전개 방식, 또한 극의 핵심인 개의 부적절한 활용 때문에 감독의 연출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유일하게 케일럽 랜드리 존스만이 원맨쇼를 하는 듯했다. 연기력으로 더글라스 먼로우의 삶을 4D로 표현하는 케일럽 랜드리 존스 주위의 다른 캐릭터들은 올드한 2D 화면 속에 가득 차 있었다.
무엇보다도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핵심인 극적 긴장감이 없었다. 관객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극적 딜레마의 해소 과정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2시간 5분의 상영시간이 그 어떤 영화보다 길게 느껴졌다.
■ Everything is Nothing - 115마리의 개에 공평하게 나눈 애정은 0으로 수렴했다.
영화 '도그맨'은 제목에 걸맞게 참 많은 개가 나온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115마리나 출연한 개 중에서 기억에 남은 개가 거의 없다.
도어맨처럼 화면을 독차지한 근엄한 도베르만 정도만 뇌리를 살짝 스쳐간다.
특히 주인공 더글라스 먼로우(케일럽 랜드리 존스 분)와 교분을 나오는 개는 전무하다.
Everything is Nothing. 모든 개에게 골고루 나눈 교분은 무한대로 미분한 결괏값과 같이 0으로 수렴했다.
왜 이렇게 연출했을까?
아동학대 때문에 왜곡된 자아를 형성한 더글라스의 방어기제인 개와의 교분은 이 영화의 핵심이 되어야 하는데 쓸데없이 감독은 관객의 기대를 저버렸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는 것을 영화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는 장황하게 늘어놓고 정작 관객들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장면을 애써 외면해 버려서 결국 관객들이 영화를 외면하게 만들었다.
영화의 템포도 너무 느렸다. 그가 각본을 쓴 택시의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레옹의 긴장감을 느끼게 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친절한 장황한 설명과 예상할 수 있는 전개로 극적 긴장감은 느낄 수가 없었다.
영화 '도그맨'은 오로지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원맨쇼에 의지하는 듯했다.
■ 4D 캐릭터를 연기한 케일럽 랜드리 존스 주변에 가득 찬 2D 캐릭터
영화 '도그맨'은 케일럽 랜드리 존스(더글러스 먼로우 역)의 원맨쇼에 가까운 영화였다. 영화의 완성도가 높았다면 어쩌면 그에게 남우주연상을 주는 영화제가 많았을 것으로 생각될 정도로 그의 연기는 더글라스를 파고들었다.
가정폭력으로 왜곡된 자아의 모습을 케일럽 랜드리 존스와 더글라스가 동일시되었다. 척수 장애인, 여장 남자, 샹송 립싱크 등 쉽지 않은 연기를 마치 4D 영화를 보듯이 그는 신들린 듯이 연기했다.
특히 더글러스가 가정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여장남자 쇼 장면은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의 힘이라기보다는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의 힘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최대치를 뽑아낸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연기를 감독은 오롯이 담아내지 못했다. 그와 함께한 주변 캐릭터들의 평면성이 영화적 부조화를 야기했다.
2D 캐릭터로 가득 찬 영화에 케일럽 랜드리 존스만이 4D 캐릭터로 도드라져서 영화 전체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결국은 감독의 연출력 부재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 영화 '도그맨' 평점
영화 '도그맨'은 뤽 베송 감독의 명성에 부합하지 못한다.
영화적 긴장감이 떨어져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소구 하지 못했다.
아쉬웠다. 충분히 다른 선택을 했다면 완성도 높은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욱 아쉬웠다.
소재 자체에서 전혀 기대할 것이 없었다면 이런 아쉬움이 덜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는 작품이었다.
결국 뤽 베송 감독이 온전히 책임져야 할 요소들이 많은 영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작품이 되었다.
당연히 영화의 평점이 높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양한 견해가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영화를 비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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