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황야'는 잔인하다.
쓸데없이 잔인하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액션 스릴러 영화 범죄도시가 합성된 영화처럼 보인다.
그런데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대한 납득할만한 서사가 부족한 것을 쓸데없는 잔인한으로 채우려는 시도는 비겁하다.
좀 더 치열하게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일어난 배경, 양기수(이희준 분) 박사가 인류를 구한다는 미명하에 딸을 살리려는 실험의 과학적 근거, 군인들을 포함한 일단의 무리들이 양기수 박사를 따르게 된 납득할만한 이유 등의 서사는 전무하다.
결국 관객들을 소구 하기는 해야겠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고갈된 상태에서 감독은 결국 마동석(남산 역)류의 액션 활극을 선택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 액션 스릴러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처럼 보이지만 기실은 비겁한 우회로였다.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기도 전에 방향성을 잃고 헤매기 시작하다가 졸린 관객들을 깨우기 위해 잔혹한 액션 무비로 완벽하게 전환된다.
영화는 할리우드식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최근 한국 영화의 위기를 실감하고 있는 관객들의 감상평은 새드엔딩이 될 수밖에 없다.
■ 포스트 아포칼립스 & 액션 활극 - 서사의 부족을 잔인함으로 채운 비겁한 시도
OTT 영화 '황야'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와 액션 스릴러 장르가 결합된 새로운 시도를 했다.
하지만 두 장르의 장점이 극대화된 것이 아니라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 필수적인 아포칼립스 전후 서사의 빈곤을 액션 활극을 통해 채우려는 비겁한 시도로 보인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는 일반적으로 지구의 멸망을 이끈 전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것이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황야'처럼 아포칼립스 전사의 설명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된 현재의 서사의 디케일에 상당한 공을 들여 관객을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영화 '황야'는 그런 점에서 아이디어가 부재했다. 그리고 창의적 부재의 한계에 부딪히자 관객을 소구 하기 위해서 잔인함이라는 최악의 수단을 선택했다.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로 상당한 긴장감을 유지한 영화 초반이 지나고 갑자기 등장한 이은호 중사(안지혜 분)가 나오면서 영화는 본격적이 궤도로 들어가야 하는데 오히려 탈선하고 말았다.
탈선한 영화 '황야'호의 기관사인 감독은 온갖 시도로 궤도에서 이탈한 '황야'호를 블랙홀로 밀어 넣어 버렸다. 이유 모를 잔인함과 액션 활극이라는 블랙홀은 모든 것을 잡아 삼켜 버렸다.
■ 절제를 모르는 탐욕은 무너질 때까지 계속된다. - 할리우드 히어로물 & K 무비 마동석물
세계 영화를 주름잡았던 할리우드 히어로물이 연이은 흥행 실패를 하고 있다. 반면 K 무비는 2023년에도 마동석물이 1000만을 돌파하면서 흥행을 주도했다.
스핀오프에 스핀오피, 쥐어 짜내다 프리퀄에 프리퀄 수 없이 많은 변주로 우려먹다 이젠 할리우드 히어로물은 완벽하게 관객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마동석의 호쾌한 액션물은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범죄도시 1 680만, 범죄도시 2 1269만, 범죄도시 3 1068만이라는 대단한 흥행에 힘입어 범죄도시는 4편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탐욕은 절제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그만하면 만족하고 다른 소재와 장르를 개척할 법도 한데, 아마도 마동석물은 몰락의 순간까지 계속될 것 같다.
범죄도시도 부족해서 영화 '황야'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 마동석물을 결합하는 시도를 했다.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지나칠 정도로 남용되고 있는 마동석물의 몰락은 영화 '황야'를 기점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식상하다. 식상함을 덮기 위해서 잔인함을 배가했지만 그 잔인함 때문에 관객들은 소수의 마니아층으로 국한될 것이다.
인간은 박수 칠 때 떠나기 힘든 존재다. 아마도 몰락이 눈앞에 보이더라도 그것을 경험할 때까지 탐욕은 계속될 것이다.
필자가 할리우드 히어로물과 K-무비 마동석물에 심할 정도로 비판적 견해를 피력하는 이유는 이 거대한 공룡이 낳는 결과물은 자신들의 생존을 지속할 아주 작은 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두 장르물이 세계 영화와 한국 영화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는 판단 때문에 강력하게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다. 분명 이 두 장르는 관객들을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그래서 상당한 흥행을 거두었다.
그런데 그런 성공의 함정에 매몰되어 더 이상 창의적인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엄청난 자본만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른 영화의 씨를 말리고 관객들을 외면하게 만들어 영화 산업 전반을 위축시키고 있다.
얼마 전 영화 '서울의 봄' 흥행에서 알 수 있듯이 관객들을 소구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만이 영화 산업을 살리는 유일한 방책이다. 성공의 달콤한 경험에 빠져 쉬운 선택을 계속하는 영화 산업에게는 관객들은 무서운 심판을 계속해서 내릴 것이다.
이미 분명한 결과로 증명하고 있다. 히어로물의 연이은 흥행 참패는 마동석물의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지 않는다면 한국 영화 산업은 상당 기간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해결책은 기존 장르물에 매몰되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가와 감독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특정 장르물이 성공을 보장한다는 안전한 선택에서 벗어나 모험적 시도가 오히려 영화 투자자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영화 '황야'는 마동석물도 결국 할리우드 히어로물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게 만드는 전조로 느껴져 너무나 씁쓸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 영화 '황야' 평점
영화 '황야'는 1시간 48분의 러닝타임 중에 빌드업을 위해 긴장감을 제공하는 초반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예측 가능한 전개를 보여준다.
아이디어 부재의 시나리오, 쉬운 선택의 연속인 연출력, 특정 연기자의 수준 이하의 연기력으로 전체적으로 만듦새가 엉성한 영화라고 평가할 수 있어 평점이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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