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개공포증(cynophobia)이 있다.
어린 시절 개에 쫓기다 대문 문턱에 넘어져 팔이 부러졌는데 그 개가 나를 핥고 있던 공포가 상당기간 필자를 사로잡았다.
그런 필자가 이 영화를 긍정적 시각으로 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주인공인 유해진(민상 역)도 필자와 다른 의미에서 개에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개에 대해 호의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필자나 유해진처럼 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도 공감하게 하는 어려운 일을 해낸다.
영화 '도그데이즈'는 극적 긴장감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휴먼 드라마 장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만 한다면 결코 지루하지 않다. 등장인물이 거의 낭비되지 않고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구성과 따스함으로 어필하는 영화다.
영화에서 조민서(윤여정 분)가 그를 의도적으로 이용하려는 민상에게 "진영 씨에게 있는데 민상 씨에게 없는 것"에 대해 질문한다.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면서 영화는 주제 의식을 표출한다.
영화 '도그데이즈'도 어느 순간 영화를 상업적으로 흥행시키려는 의도적 연출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느낌을 받는다. 혹자는 설날 가족 영화로 상업적으로 소구 될 수 있는 것을 모두 모은 것이라는 견해를 밝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영화의 트렌드가 따뜻한 휴먼 드라마보다는 자극적이고 극적 긴장감에 치우친 영화가 대세라는 측면에서 이 영화는 흥행을 추종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 부분을 유치하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진영(김서영 분)처럼 영화 '도그데이즈' 감독도 의도적이고 무리한 극적 설정을 배제하면서 쉼, 휴식, 힐링, 사랑이라는 주제의식에 부합하는 연출을 시도한다.
이러한 연출 의도를 받아들이는 관객과 그렇지 못한 관객 사이에 호불호는 갈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인 필자의 사이노포비아도 녹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설을 맞이해서 가족영화로 충분히 관객을 소구 할 것으로 본다.
■ 개공포증(사이노포비아)을 가진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가족 영화
극 중에 반려견 1500만 시대라는 표현이 나온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개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 시각 정도가 아니라 개공포증(cynophobia)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존재한다.
필자는 어린 시절 개에 쫓기다 넘어져 팔이 부러졌다. 그런데 나를 쫓던 개가 울고 있던 나를 핥았던 경험 때문에 개에 대해 공포증(cynophobia)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에서 작은 강아지를 안고 타는 여성이 필자에게는 공포스럽다. 이렇듯 모든 사람이 개에 대해서 우호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영화 '도그데이즈'는 필자와 같은 사이노포비아를 가진 사람도 공감하게 만드는 어려운 일을 해낸다.
여러 이유 때문에 반려견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개에 쏟는 정성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에게 향한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아름다울 수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런 따가운 시선을 영화 '도그데이즈'에서는 파양을 경험한 아이를 통해 녹여내려고 한다. 결국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사랑이 아니라 모두를 아우르는 '사랑'이라는 주제의식을 새로운 입양 가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동과 주인을 잃은 개와의 만남을 통해 제시한다.
또한 원로 배우 윤여정(조민서 역)과 배달 라이더 탕준상(진우 역)의 만남을 통해 세대 간의 불통이 극복되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문자나 예고편으로만 이 영화를 접하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너무 이상적인 영화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긴 호흡으로 영화를 보면 오히려 너무 현실적인 접근이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보이는 주제의식을 수용가능하게 만든다.
■ 개뿐만 아니라 인간을 힐링하는 동물 병원 '도그데이즈'로 수렴되는 옴니버스 조각들
처음 영화의 빌드업 과정은 산만할 수 있다. 옴니버스 영화로 오해할 정도다.
영화 초반부에 관객들을 사로잡은 긴장감도 존재하지 않는다.
교차로에서 만나는 자동차 3대.
그 안의 사람들이 어떻게 동물병원 '도그데이즈'에서 수렴되는가를 영화는 그리고 있다.
단순히 반려견 1500만 시대에 그들의 기호를 상업적으로 맞춘 설날 특집 가족 영화라고 비아냥거린다면 딱히 그것을 반박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비난에 함몰되기에는 영화의 주제의식이 단단하다.
쉼, 휴식, 힐링, 그리고 인간만으로 국한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주제의식을 자극적이지 않게 무리하지 않게 표출한다. 예측 가능한 해피엔딩에 대해 너무 과도한 주제의식의 표출이라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휴먼 드라마 가족 영화에서 비극적인 새드엔딩이 적당한지 의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가족과 함께 쉼과 휴식과 힐링을 위해서 보고자 한다면 추천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고, 새로움과 자극적임을 추구하는 시네필에게는 비추하고 싶다.
■ 영화 '도그데이즈' 평점
영화 '도그데이즈'는 관점에 따라서 매우 다르게 비추어지는 평가의 스펙트럼이 넓은 영화다.
유튜브에서 개 동영상을 시청하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따뜻함을 느끼고 싶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는 영화다.
무엇보다도 필자와 같이 사이노포비아가 있는 사람도 그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그리 졸작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이 영화를 보고도 개를 키울 생각은 전혀 없지만 유해진의 변화처럼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만들어 준 측면에서 필자와 같은 사람들에게 새로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교적 후한 평점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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