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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 솔직 후기 - 두 명의 세공사가 원석을 다듬은 듯한 영화

bonanza38 2024. 3. 1. 01:25

영화 파묘의 소재는 참신했다. 

무당이라는 초자연주의적 (occult)인 토속 무속 신앙과 민족의 정기를 단절시키려는 외부 세력을 결합한 소재는 충분히 신선했다. 

 

아마도 이 영하의 소재를 착안했을 때 감독은 '유레카'를 외쳤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마치 원석을 발견한 소심한 광부처럼 조바심에 움츠렸을지도 모르겠다. 

 

힘이 넘치는 생선처럼 신선한 소재는 초반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부여했다. 일부 지나치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내레이션으로  과유불급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빛나는 원석의 힘으로 관객들은 영화에 빨려 들었다. 

 

하지만 마치 영화 전반부와 후반부를 다른 감독이 연출한 것처럼 원석은 다르게 세공되었다. 상당한 공력을 지닌 세공사가 원석에 대한 기초 작업을 마무리하고 마치 기력이 소진한 듯, 정작 정밀하게 가공해야 할 부분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마치 기초 작업을 한 세공사와 마무리 작업을 한 세공사가 다른 사람인 것처럼 영화는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감독이 정말 말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었던 민족정기를 훼손하려는 외부 세력이 나오는 부분부터는 아쉬움이 더했다.

 

참으로 다루기 힘든 원석이어서 정밀하게 가공하는 것이 쉽지 않았겠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는 극 중·후반부에 대해서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관객들을 소구 할 수 있는 소재를 착안한 원석의 발견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성긴 가공 능력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영화 내내 긴장감을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관객 스스로가 직접 판단해도 좋을 것 같아 굳이 관람을 만류하고 싶지는 않다. 

 

■ '유레카'를 외쳤을 것 같은 참신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뒷심 부족한 세공사의 공력

 

파묘의 소재 - MBC 뉴스 켑처

 

빌드업은 참신했다. 

상대 골대를 향해가는 과정은 원활했다. 

 

우리 토속의 무속신앙은 관객들에게 상당한 긴장감을 제공했다. 

사람들에게 묘한 긴장을 유도하는 징소리와 혼을 빼놓는 굿이 이어지는 시퀀스는 충분히 관객을 소구 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영화 소재를 처음 발견했을 때 '유레카'를 외쳤을 것 같은 참신한 소재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찬란한 원석을 발견하고 기초 세공 작업까지는 너무나 원활했는데 막상 문전처리가 미숙했다. 

마치 초반 세공사와 후반 세공사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뒷심이 너무 약했다. 

 

화려한 만큼 손대기도 까다로운 원석을 세공사는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너무 아쉬웠다. "이 훌륭한 원석을 이렇게 가공하고 끝내다니"라는 말을 읊조리며 영화관을 나오면서 여운보다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외세에 침탈당한 민족의 역사를 다루는 소재의 조심스러움

 

파묘 - 출발 비디오 여행

 

영화 '군함도'에서도 그랬고, 최근에는 영호 '노량'에서도 그랬다. 

잘못 다루었다가는 오히려 의도와는 정반대를 지향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외세에 의해 침탈당한 민족의 역사를 다루는 소재는 너무도 조심스럽다. 

함부로 다루어서는 본전도 뽑지 못하는, 화려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소재인 것이다. 

 

혹자는 초자연주의적인 영화에서 생뚱맞게 역사적 소재가 나온 후부터 영화가 산으로 간다고 말한다. 하지만 창작자들은 우리 민족의 상흔이 담긴 이 비범한 원석을 아름답게 세공하고 싶은 열망이 있다. 

 

하지만 열망만 가지고 잘못 접근했다가는 영화라는 대항해에서 갈길을 잃고 망망대해에서 헤매기 일 수인 매우 위험한 소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 영화의 감독에 빙의한다면 영화 '파묘'를 기획할 때 민족의 상흔을 다루는 소재를 가장 먼저 떠올렸을 것이다. 그 "골"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다른 시퀀스를 빌드업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치 전채를 너무 맛있게 먹다가 막상 나온 주요리에 실망한 사람들처럼 많은 관객들은 감독이 말하려는 핵심 내용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평소에 끝없이 우려먹은 스핀오프나 시리즈물을 혐오했다. 하지만 영화 '파묘'는 차라리 이 어려운 소재를 포기하고 다른 접근을 하는 것은 어떤지 궁금하다. 영화 '파묘'는 예외적으로 스핀오프를 기대하게 만드는 아이러니를 제공한다. 

 

■ 영화 '파묘' 평점 및 속편 기대

영화 '파묘'는 여러 소재가 접목할 수 있는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아마도 감독은 '민족적 소재'에서 착안해서 이 영화를 만들었겠지만 차라리 핵심 요소를 교체한다면 새로운 차원의 시리즈물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영화 '파묘'는 충분히 관람 가치가 있는 영화다. 영화 내내 화려한 원석 같은 소재로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직접 관람하고 평가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술한 것처럼 소재를 다듬는 세공 능력에 의구심을 지울 수 없어 평점은 그리 높지 않다.  

영화 '파묘'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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