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은 템포가 아주 느린 영화다.
주인공 송중기 (로기완 역)의 내레이션과 함께 매우 느린 전개로 서사를 이어간다.
마치 한 장 넘기기도 힘든 소설책을 읽는 듯 영화 내내 지루함을 견딜 수가 없다.
무엇이 영화 '로기완'을 지루하게 만들었을까?
우선 캐스팅이 완전히 잘못되었다.
주인공인 송중기는 저음의 북한 사투리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탈북민과 동일시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송중기의 엄마 김성령(옥희 역)은 주름살을 어설프게 그은 초등학교 학예회 연극 속의 아마추어 연기자처럼 보였다.
여주인공 최성은(마리 역)은 한복 입고 발레 하는 듯 캐릭터가 일체화되지 못했다.
조한철(윤성 역), 이일화(정주 역) 도 제 옷을 입은 듯하게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상희(선주 역)만 고군분투하는 듯해 보였지만 군계일학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탈북자와 존엄사를 선택한 아빠에 대한 미움으로 일탈한 사격 선수의 사랑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성기게 연결한 연출력에 문제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의 책임은 감독에 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도 감독이 썼다고 하니 감독은 어설픈 영화 '로기완'에 대해 총체적인 책임이 있다.
보통 잘 만든 스토리는 16부작 시리즈도 한 호흡으로 하룻밤 만에 볼 수 있다. 그런데 영화 '로기완'은 두 시간 여의 상대적으로 짧은 분량임에도 한 호흡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전개가 산만하다.
플래시백을 통해 친절하게 개연성을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오히려 과유불급이다. 신선한 소재로 시퀀스를 시작하지만 다음 장면을 기대할만한 긴장감도 없고 늘 예상 가능한 결말의 연속이다.
한 동안 안정을 얻은 로기완에게 누군가 다가오면 곧 사건이 일어나겠다는 예측은 그대로 적중하고 어떻게든 그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서사로는 서스펜스를 유지할 수는 없다.
영화 '로기완'은 관객들을 소구 할 수 없는 캐스팅, 서사, 연출력이 뒤범벅이 되어서 벨기에라는 이국적인 땅에서 한복 입고 발레 하는 듯한 아쉬운 영화가 되고 말았다.
■ 잘못된 캐스팅으로 한복 입고 발레 하는 듯한 영화가 된 '로기완'
영화 '로기완'은 캐스팅부터 잘못된 단추를 끼웠다.
타이틀 롤인 송중기(로기완 역)는 탈북자로서 완벽하게 빙의하지 못했다.
저음으로 연기한 북한 사투리는 아빠 옷을 입은 사회 초년생처럼 어색했다.
얼굴에 분장을 하고 화장실, 물가에서 뒹굴었지만 영화에서는 로기완이 보이지 않았고 송중기가 보였다.
짧은 분량이지만 영화 전체를 빌드업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로기완의 엄마 김성령(옥희 역)의 캐스팅은 더욱 가관이었다.
마치 초등학교 학예회에서 주름살 분장을 하고 나온 어린 학생처럼 삶에 찌들었지만 자식 하나를 위해 희생하는 탈북자의 엄마 역으로는 완전히 미스캐스팅이었다.
또한 송중기와 함께 이 영화를 끌고 가야 할 최성은 (마리 역)은 마치 한복을 입고 발레를 하는 듯 과장되고 어울리지 않는 연기의 연속이었다.
아픈 엄마를 제대로 간호하지도 못하면서 존엄사에 동의한 아빠에 대한 미움으로 일탈한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조직 폭력배가 연루된 도박 사격 선수를 제대로 연기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처음에는 언어의 문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북한 사투리, 프랑스어, 영어 등을 영화 내에서 모두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 외국인 연기자의 자질 부족이 문제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족 한국어를 사용하는 이상희(선주 역)의 고군분투를 보면 단순히 언어 문제나 외국인 배우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 전체를 디렉팅 한 감독에게 가장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 신선한 소재를 예측 가능한 서사로 망친 영화 '로기완'
소재는 신선했다.
처절한 난민 신청 과정을 겪고 있는 한 남자와 어머니의 존엄사로 일탈한 한 여자의 만남은 새로웠다.
하지만 신선한 소재로 시작된 시퀀스들은 항상 예측 가능한 서사로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했다.
로기완이 한동안 안정을 얻고 있을 때 누군가 낯선 사람이 지나가면 관객들은 벌써 다음 신을 예측한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다음 장면은 어처구니없이 그대로 적중한다.
그리고 그 갈등의 해결책도 시청자 누구나 전망할 수 있는 서사로 일관했다.
충분히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소재였지만 뻔한 서사의 나열로 긴장감이 유지될 수 없었고 시청자를 소구 할 수 없었다. 성긴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소재를 꿰어서 보배를 만들어야 할 감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탈북 남자와 일탈한 여자의 처절한 사랑은 제대로 연출되지 못해 벙거지 모자를 쓰고 탈북자를 흉내 내는 소년 연기자와 소리만 질러대는 소녀 연기자의 소꿉장난처럼 비쳤다.
영화 '로기완'은 확신을 가지지 못한 선장 때문에 방향을 잃어버린다. 좋은 영화는 로맨스 멜로인지 휴먼 드라마인지 구별할 수 없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내지만 영화 '로기완'은 죽도 밥도 아닌 삼층밥을 시청자에게 강요했다.
■ 영화 '로기완' 평점
OTT에는 많은 영화가 있다.
상당한 돈을 주고 영화관에 가는 관객들이 재미없는 영화라도 끝까지 볼 수밖에 없는 상황과는 다르게 OTT 영화는 시청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순간이 많아지면 바로 시청이 중단된다.
영화 '로기완'을 끝까지 보는 것은 고역이었다. 많은 허점을 노정하면서 시청자를 모니터에 고정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시간이 충분하다 못해 남아도는 시청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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