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마지막 날 제2 화 이정남 작가
안드로메다로 돌아가기 위해서 11차 기지에 도착했을 때까지도 아빠는 내가 안드로메다인이라는 사실을 숨겼다. 하지만 적응 훈련 강도가 날이 갈수록 세지고 머리카락은 다 빠지기 시작하면서 영문을 모르고 눈물만 펑펑 흘렸던 나에게 비로소 아빠는 비장한 표정으로 블랙홀을 지나서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에 도착하려면 강해져야 한다며 모든 비밀을 털어놓았다.
이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지구인 엄마가 엄청 당황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고구마를 삼켰을 때처럼 목이 메어왔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2차기지에서 혼자 우주선 안으로 들어가서 이상한 광선이 내 몸을 타고 지나가는 무시무시한 훈련을 할 때도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나는 울지 않았다.
안드로메다 식사 적응 훈련을 하기 위해 큰 주삿바늘로 액체 식량을 팔에 놓을 때 순간적으로 눈물이 찔끔 나려고 했지만 빨리 한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더 큰 주사바늘을 허리에 놓으면서 식사 적응 훈련을 할 때 엄청 아파서 눈물이 소낙비처럼 나려는 순간 아빠가 나의 안드로메다 이름을 알려 주었다.
“안드로메다블라블라카블라”
신기하게 안드로메다의 기가 내 몸으로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블랙홀을 지나 내 고향 안드로메다에서 강한 기가 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기분도 오래가지 않았다.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에 갈 수 있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이겠지만 정말 너무 힘들었다.
그 때부터 점점 몸에 힘이 빠지고 눈이 감기려 할 때마다 나도 주문처럼 안드로메다 이름을 불렀다.
“안드로메다블라블라카블라”
깊은 잠에서 갑자기 깨어보니 33차 기지에 와 있었다. 드디어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었다. 아빠와 지구인 엄마는 내 훈련장에 들어오지 못했다. 훈련장 밖에서 전화기로 이야기를 했다. 나를 돕는 지구인의 복장이 우주복으로 바뀌었다. 입에 마스크까지 끼고 들어왔다.
본격적인 훈련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안드로메다로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지 훈련 강도가 점점 세지는 것 같았다. 갈수록 힘이 들고 기운이 없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구인 엄마와 헤어진다는 생각을 할 때는 마음이 답답했다.
그래서 아빠에게 지구인 엄마랑 함께 가게 해 달라고 졸랐다. 내가 지구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처럼 지구인 엄마도 안드로메다에서 적응하기 쉽지는 않겠지만 함께 가게 해 달라고...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고 살기 힘든 지구보다는 평화로운 안드로메다에서 살면 좋을 것이라고...
안드로메다는 시간이 천천히 간다고 들었다. 그래서 내 이름도 그렇게 긴 것이었다. 그렇게 긴 이름을 불러도 아무도 하품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구처럼 모든 것이 빨리 돌아가는 곳에서는 이런 긴 이름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지구를 떠나 여유로운 안드로메다로 지구인 엄마를 데리고 가고 싶었다. 지구인 엄마는 늘 하루 종일 바쁜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천천히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안드로메다에서 산다면 지구에서처럼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늘 바쁜 것은 지구인 누나도 마찬가지다. 학교에, 학원에, 정말 너무 바쁘다. 학원도 논술, 수학, 피아노, 미술... 아휴! 지구인 누나의 성격이 이상해진 것은 어쩌면 너무 바빠서일까도 모르겠다.
평화롭고 여유로운 안드로메다에서 산다면 지구인 누나도 나처럼 좋은 성격을 가질지도 모른다. 지구와는 달리 성격이 바뀔지도 모르니까 아빠에게 지구인 엄마와 함께 지구인 누나도 같이 가도록 졸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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