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마지막 날 제 3 편 -이정남 작가
아빠는 참 꼼꼼하다. 지구인처럼 살기 위해서 지구인 엄마와 결혼한 것뿐만 아니라 지구인 할아버지, 할머니도 만들었다. 내가 훈련에 지쳐 축 늘어져 있을 때 지구인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지구인 친할아버지, 친할머니가 33차 기지 앞 창문에 와 있었다.
비밀을 유지해야 하지만 마음 약한 아빠가 내가 곧 안드로메다로 떠난다는 사실을 말한 것 같았다. 지구인 외할머니와 친할머니가 울고 있었다. 내가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로 간다면 좀처럼 다시 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심지어 지구인 누나의 눈에도 눈물이 맺힌 것을 보니 나의 마음도 이상했다. 나는 살기 좋은 안드로메다로 가지만 지구에 남겨질 지구인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모두를 태울 수 있는 우주선이 있으면 좋겠는데 아빠와 내가 타고 온 우주선에 두 명밖에 탈 수 없었던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왜 지구에 안드로메다인이 아빠와 나밖에 없겠는가? 창 밖에 울고 있는 모든 사람을 태워가기에는 우주선이 너무 비좁은 것이 틀림없다.
갑자기 지구인들과의 시간들이 떠올랐다. 내가 가면 늘 맛있는 것을 주시는 지구인 외할머니, 친할머니. 어린이날에 늘 깜짝 선물을 해 주시는 외할아버지, 친할아버지. 내가 놀이동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눈물을 흘리면서 달려왔던 지구인 누나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유치원에서 놀다가 입술이 찢어졌을 때 급하게 달려온 엄마의 놀란 표정이 떠올랐다. 너무나 아름다운 기억들이 뭉게뭉게 내 머릿속에 피어날 때마다 도리어 내 마음은 숨 쉬기도 힘들 만큼 답답해졌다. 하지만 아빠와의 약속은 지켜야 했다.. 안드로메다인의 자존심을 지켜야 했다.. 그래서 결코 울지 않고 지구인과 작별하기로 마음먹었다.
드디어 출발 시간이다. 아빠가 33차 기지 안으로 들어왔다. 지구인 엄마와 누나도 마스크를 끼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빠... 지구인...아니... 엄마와 누나도 같이 갈 수 있어?”
힘들게 말했지만 아빠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지구인 누나가 내 손을 잡았다. 평소라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눈물을 흘리면서 내 손을 잡는 것을 보니 아마도 내가 떠날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눈치다
“아빠! 누나와 엄마도 함께 갈 수 있어?”
아빠는 같이 갈 수 없는 지구인 엄마와 누나가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힘들 것 같아. 우주선에 모두 탈 수 없어.”
그 때 저 멀리서 우주선 한 대가 다가왔다. 그런데 1인용이었다.
“아빠! 근데 왜 1인용이야? 아빠랑 같이 가기로 했잖아!”
아빠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음...음... 2인용 우주선이 오다가 부품이 고장 났어. 그래서 1인용 우주선이 온 거야. 아빠는 곧 뒤따라갈게.
안드로메다블라블라카블라!
이젠 넌 안드로메다로 가야 해.. 더 강해져야 해.. 할 수 있지?”
“응. 할 수 있어. 하지만 빨리 뒤따라와야 해!”
아빠는 슬픈 눈을 껌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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