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마지막 날 제 4 편 최종화 이정남 작가
지구에서 마지막 날. 나는 우주선을 향해 걸어갔다. 다음 우주선을 기다리는 아빠와 손을 잡고 걸어갔다. 유치원 미끄럼틀 발사대 입구에 들어섰다. 뒤를 돌아보았다. 지구인 엄마와 누나가 나를 보고 있었다.
“엄마! 누나! 나 사실은 안드로메다인 이었어. 지구에서 사는 동안 고마웠어. 내 고향 안드로메다에 가서 여기 일들을 보고할게. 엄마와 누나가 올 수 있는 우주선을 보내도록 노력할게. 너무 슬퍼하지 말고 다음 우주선을 기다려!”
지구인 엄마와 누나는 놀란 표정을 애써 감추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지구인 엄마와 누나는 갑자기 달려와 발사대 너머 손을 내밀었다. 한동안 붙잡은 손을 놓으며 지구인 엄마와 누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엄마! 누나! 나중에 만나! 안녕!”
미끄럼틀 입구를 통해 나는 우주선으로 기어들어 갔다. 그리고 엔진을 켰다.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를 향해 우주선은 미끄럼틀 발사대에서 솟아올랐다.
“아빠! 내 말 들리는가? 오버”
통신이 원활하지 않았다. 지구에서 내가 무전기를 켜면 아빠는 늘 즉각적으로 답을 했었다.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걱정이 되었다. 안드로메다에서 우주선이 오지 않은 것일까...
“아빠! 대답하라 오버!”
우주선은 블랙홀을 앞두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면 아마도 다시는 지구에 돌아올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아빠를 불렀다.
“아빠! 대답하라 오버! 지금 블랙홀을 앞두고 있다. 통과해도 되겠는가? 오버!”
그때였다.. 우주선의 부품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아빠! 부품이 고장 났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버!”
그 순간! 희미하게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드로메다블라블라카블라! 이준영! 이준영!”
나를 부르는 아빠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눈을 떠보니 안드로메다에 가지 못하고 33차 기지에 불시착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마음이 복잡했다. 나의 고향 안드로메다에 가지 못해 안타까웠지만 지구인 엄마와 누나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너무 행복했다. 나의 귀환을 환영하는 가족들의 눈물이 바다를 이루었다.
그 순간 이후,, 나의 안드로메다 적응 훈련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지구인의 상징인 머리털이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다. 기분이 묘했다. 이젠 도리어 지구인 적응 훈련이 시작되었다.
2차 기지로. 특히 11차 기지로 이송된 후에는 지구 중력에 맞는 운동을 시작해야 했다. 귀찮았지만 주삿바늘로 식사 적응 훈련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았다.
몇 달 뒤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았던 내 방에 들어서는 순간 기분이 묘했다. 창문너머 유치원 미끄럼틀이 보였다. 안드로메다로 가는 우주선 발사대는 사라지고 없었다.
다음 날 아빠와 유치원 미끄럼틀 위로 올라갔다.
“아빠! 이젠 안드로메다에 갈 수 없어?”
“응. 이젠 못 가.. 안드로메다에서 연락이 왔어. 부품이 고장 나서 우주선을 보낼 수 없대.”
아빠의 말에 안심이 되었다. 다시 안드로메다로 가는 훈련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엄마와 누나랑 헤어지는 경험은 얼마 전 하늘나라로 간 햄스터와 이별하는 것보다 백 배 아니 천 배는 힘들었다.
언젠가 지구에서 마지막 날이 올까도 모른다. 후회하지 않도록 지구와 지구인들을 더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을 안드로메다로 쏘아 보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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