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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자 동화 KB 창작동화제 입선작-지구에서 마지막 날 제 1 편

bonanza38 2023. 6. 18. 22:34

지구에서 마지막 날 제1화 -이정남 작가

지구에서 마지막 날 제 1화-이정남 작가

나는 안드로메다에서 왔다. 나이는 708살이다. 안드로메다에서는 700살이면 어린아이다. 내가 지구로 온 것은 8년 전이었다. 사실 나는 내가 지구인인 줄 알았다. 내가 안드로메다인 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안드로메다에서 함께 온 아빠가 몇 달 전에 알려주었다.

아빠는 1043살이다. 1035살 때 나와 함께 온 아빠는 지구인처럼 살다가 얼마 전에서야 내게 안드로메다에서 왔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사실 나는 어려서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안드로메다에서 우리 유치원 미끄럼틀 위로 우주선이 착륙했던 순간도, 지구에 정착하기 위해서 아빠가 지구인 엄마와 결혼하고 지구인 엄마 뱃속에 나를 숨겨서 열 달간 지구인이 찾지 못하게 한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지구인에게 쫓기던 아빠와 나를 숨겨준 지구인 엄마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착하다. 하지만 내가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하거나 학습지를 하지 않으면 화를 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지구인 엄마는 겨우 나이가 42살이다. 지금까지 42살 지구인 엄마에게 혼난 것을 생각하면 엄청 억울했다. 나이가 12살인 지구인 누나에게 혼난 것을 생각하면 더 엄청 억울하다. 하지만 아빠는 지구인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꾸욱 참아야 한다고 나를 위로했다.

아빠가 나의 고향 안드로메다에 대해서 말해 준 것은 넉 달 전이었다. 지구인들과는 달리 내 머리털이 빠지기 시작했을 때였다. 처음에는 한 두 가닥씩 빠졌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 움큼씩 빠졌다. 완전히 할아버지 머리가 되어서 내가 눈물을 흘렸을 때 아빠는 귓속말로 내가 안드로메다인 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빠도 정수리에 숱이 없어지고 있었다. 내가 안드로메다인 이라는 것을 몰랐을 때 아빠에게 대머리라고 놀렸는데 정말 미안했다. 우리 안드로메다인 대부분은 머리카락이 없는데 아빠는 지구인으로 위장하기 위해서 머리카락을 남겨 놓은 것이었다

아빠는 철저했다.단지 머리카락뿐만 아니었다. 아빠는 지구인처럼 직장을 다니면서 늦게 집에 들어왔다. 지구인과 어울리기 위해서 술까지 마셨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내 고향 안드로메다는 일을 할 필요도 없고 술도 마시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

아빠가 일을 나가지 않고 내 옆에 꼭 붙어 있을 때 이런 사실도 털어놓았다.. 그동안 아빠랑 놀 시간이 없었는데 지난 넉 달간은 안드로메다에서 사는 것처럼 아빠는 일도 하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았다

아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안드로메다에서 연락이 왔다고... 나와 아빠에게 안드로메다로 돌아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고 했다. 그런데 안드로메다는 지구에서 너무 먼 곳이고 생활방식도 달라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적응 훈련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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