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 비공식 작전 리뷰 - 뜻밖의 횡재를 경험한 영화

bonanza38 2023. 8. 4. 13:01

코로나 기간 중에 한국 영화는 개봉을 미뤄왔다. 개봉한 영화들의 수준은 기대밖이었다. 좋은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범죄도시 3'에도 천만을 만들어 주었다. 맛없고 비싼 반찬일지라도 뭐라고 먹고 싶을 만큼 영화에 고팠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텐트폴이라고 말할 수 있는 네 작품에 기대를 했었다. 그 첫 작품으로 '밀수'를 보았다. 처참했다. 한국 영화의 위기라고 생각했다. 이 근저에는 영화 카르텔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 배우, 투자사, 배급사, 언론사 등의 카르텔로 관객을 외면한 채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아기와 청년기를 거친 한국 영화는 나름대로 체력을 길러왔다. '텐트폴 네 작품 중 언론이 극찬했던 '밀수'도 이 모양인데 다른 영화는 볼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개봉 첫날 관람이라는 루틴을 깨고 밀린 숙제를 하듯이 '더 문'과 '비공식작전'을 보았지만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양자역학을 모르는 사람들이 양자역학 영화라고 '테넷'을 극찬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입자성을 잡으면 파동성이 파괴되고 파동성을 잡으면 입자성을 파괴되는, 시간을 알면 거리가 파괴되고, 거리를 알면 시간이 파괴되는 기본 설정마저 무시한 '테넷'을 극찬하면서 '더 문'은 너무 쉬워서 폄훼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워야 한다. 모 평론가가 미분, 적분하듯이 영화를 분석하는 것처럼 관객들은 영화를 관람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봉준호'감독 같은 사람은 그 접점을 가장 잘 찾는 최고의 감독인 것이다. 이야기가 너무 산으로 가고 있지만 최근 언론이나 댓글을 보면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하여튼 여론의 영향으로 영화를 미루었고 여론이 맞는지 예의 주시했지만  '더 문'은 여론과 달리 좋은 영화였고 '비공식작전'도 뜻밖의 횡재를 경험한 영화였다. 

 

바나나맛 우유가 아니라 바나나 우유 같은 영화 '비공식 작전'

영화 '비공식 작전'

사실 '비공식 작전'을 보기 꺼려했던 가장 큰 이유는 최근 개봉된 '모가디슈', '교섭'처럼 중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편견이나 선입관을 갖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 좋은 경험을 주었다. '모가디슈' 나 '교섭'이 바나나맛만 내는 우유 같은 영화였다면 '비공식 작전'은 바나나가 들어간 바나나 우유 같은 영화였다.   

중동을 배경으로만 삼고 현지 배우들은 엑스트라 수준으로만 이용했던 '모가디슈' 나 '교섭'과는 달리 '비공식 작전'은 외국인 배우들이 매우 중요한 캐릭터를 형성했고 주요 외국인 배우들의 연기가 작품 전체에서 결코 겉돌지 않았다. 물론 일부 단역 외국인 배우의 연기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영화 전체를 본다면 충분히 상쇄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것은 감독의 역량이라고 찬사를 보내고 싶다. '코로나 19'로 타임슬립을 하듯이 한국 영화의 수준이 왔다 갔다 하고 있지만 '모가디슈'나 '교섭'처럼 중동에 한국 배우들 데리고 가서 현지인들은 들러리 세우는 수준의 영화는 아니었다. 충분히 오디션을 거친 재능 있는 배우들이 '비공식 작전'에 출연했고 감독은 작품 전체에서 중요한 색감으로 그들을 색칠했다.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을 실감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하정우와 주지훈의 브로맨스?

하정우

이 영화는 영웅 서사가 아니다. 그리고 하정우와 주지훈의 브로맨스가 주제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브로맨스를 작위적으로 조성하려고 시도한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하정우와 주지훈은 개인의 욕망에 충실한 사람으로 설정된다. 이 점이 영웅 서사나 브로맨스가 갖는 작위성에서 이 영화를 벗어나게 한 중요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정우는 이 사건을 해결함으로써 미국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기를 희망하는 소박한 욕망이 있다. 주지훈은 범죄 경력으로 조국에 귀국할 수 없어 목숨이 위태로운 레바논에서 살 수밖에 없는 지질한 캐릭터다. 사기와 배반을 통해 자신의 소박한 이익을 탐하는 주지훈과 상황은 다르지만 성정상 크게 다르지 않은 하정우가 어떻게 브로맨스를 자연스럽게 형성하는가를 따라가는 것은 이 영화를 관람하는데 중요한 요소이고 이 영화는 그 과정에서 실패하지 않는 시퀀스를 만들어 냈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던 영화 중반부, 그들이 브로맨스 처음 형성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을 소리 내어 웃을 수 있게 만들어 낸 시퀀스는 영화의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 냈다. 이 장면 이후 영화는 지속적으로 긴장과 해소를 반복하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마지막까지 내달았다. 

주지훈

80년대 배경 묘사에 성공한 작품

이 작품은 80년 전두환 정권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 최근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든 어떤 감독은 인터뷰에서 차라리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쉽지 7,80년대를 배경으로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배경 묘사가 어려워서 70년대, 80년대 음악을 사용했다고 강변했다. 그 영화를 보면서 7,80년대 주옥같은 대중가요가 소음처럼 낭비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독과 음악 감독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인터뷰를 들으면서 너무 쉬운 선택을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비공식 작전'에서 김성훈 감독은 그 어렵다는 20세기 후반부 배경 묘사를 비교적 무난하게 해 내고 말았다. 대중가요의 물량공세를 통해 억지로 관객들에게 밀어 넣으면서 80년대 배경이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하정우의 셔츠 깃, 사무실 배경과 같은 디테일뿐만 아니라 안기부장(현재의 국정원장)이 외무부 장관(현재의 외교부 장관)을 부하 다루듯이 하는 권위주의적인 묘사가 그 시대를 충분히 표현해 냈다. 

안기부에 휘둘리는 외무부, 이 기시감은 무엇?

이 영화는 중동에서 납치된 외교관을 구해 내는 서사가 핵심이다. 한 명의 외교관을 구해 내기 위해서 외무부는 똘똘 뭉쳐 임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그들의 임무를 방해하는 여러 요소 중에 안기부도 큰 몫을 차지한다. 이 영화의 제목이 '비공식 작전'이 된 것도 권위주의 정부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유불리를 따지는 권부와 그 과정에서도 권력의 위계에 따라서 외무부가 들어낼 수 없는 작전이었기에 '비공식 작전'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안기부에 휘둘리는 외무부. 왠지 모를 기시감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단 한 명의 국민을 위해서라도 국가는 최선을 다한다'는 외교관들의 말이 지금처럼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기는 없을 것이다.

영화를 논하다 영화 외적인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는 필자지만 영화 '비공식 작전'의 주제가 그러하기에 논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기성세대와 미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한반도를 위험에 빠트려 단 한 명이 아니라 수 천만명의 국민들을 위태롭게 하는데 현재의 외교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서슬 퍼런 권위주의 정부에서 단 한 명의 외교관을 구출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처럼 현재와 미래의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구해 내기 위해서 외교부는 처절한 '비공식 작전'을 수행하기를 강력히 요청한다. 

 

 비공식 작전 평점쿠키 영상?

쿠키영상은 없다. 비공식 작전의 평점은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재미보다는 인색하게 주었다. 이 영화를 만드는데 수고한 감독, 배우, 스태프, 제작진에 찬사를 보내면서 앞으로 더 좋은 영화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에 2점을 남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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