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낸자 드라마 리뷰 - D.P.2 : 폭력에 순치된 사회에 대한 반항

bonanza38 2023. 7. 29. 17:15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6부작 D.P.2를 리뷰하고자 한다. 드라마 제작을 위해 노력을 한 수많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의 소재가 되는 수많은 군인과 예비역이 있기에 참 무거운 마음으로 리뷰를 한다. 과거의 군 생활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에 미루고 미루다 보았던 D.P.1. 예상과는 달리 무거운 주제를 풀어가는 연출력과 연기 앙상블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새워가며 6부작을 한 호흡으로 시청했다. 그런데 이번 D.P.2는 달랐다. 하루에 6부작을 모두 시청했지만 버거웠다. 아쉬운 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시청을 미룰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엄청난 물량 투여로 엉성한 스토리에도 끊임없이 관객들을 불러 모으는 마블 시리즈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단지 하루에 한 화씩 시청하기를 권한다. 배고플 때 밥맛이 있는 것처럼 약간 드라마 고플 때 봐야 그나마 훨씬 맛있게 시청할 수 있을 것 같다. 

D.P. 는 왜 D-day로 시작과 끝을 맺을까?

D-364로 마무리하는 D.P.2

D-364일. 안준호 일병의 전역 예정일이 364일 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이것이 의미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지금이야 18개월 의무 복무를 하지만 과거에는 30개월, 심지어 36개월 군생활을 하던 시절도 있었다. 

처음 보충대에서 장정의 신분으로 2~3일을 보낸 후 신병교육대에 들어갔을 때부터 보초라고 말하는 외곽 근무나 불침번을 서게 되었을 때, 막사 위를 무심히 흐르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D-day를 그린다. 지금은 D-540을 그릴 것이다. 과거에는 D-900, D-1080을 그렸다. 그 막막함을 상상해 봐라. 이리 굴러도 저리 굴러도 국방부 시계는 너무나 더디게 간다. 드라마 D.P화면에서 D-day를 보는 순간 땀냄새 가득 찬 판초 우의를 입고 개구리 소리와 빗소리의 합창을 들으며 막막한 밤하늘에 D-day를 써 내려갔던 그날로 돌아갔다. 그런 디테일 때문에 D.P.1을 보는 대부분의 대한민국 현역과 예비역은 몰입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디테일과 개연성이 부족한 D.P.2

드라마의 성패는 관객들을 얼마나 몰입하게 만드는 가에 있다. 그 몰입의 열쇠는 디테일과 개연성에 있다고 과언은 아니다. D.P.2가 결코 잘못 만든 작품은 아닐지라도 뭔가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요소는 디테일과 개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D.P.1에서는 실제 군인들이 연기하는 듯한 디테일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D.P. 2에서는 군인인지 민간인인지 구별하기 힘든 캐릭터가 많았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하게 소개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서은 중령이다. 김지현이 연기한 서은 중령은 군인이 아니었다. 아무리 법무 장교라고 할지라도 군사 훈련을 받은 사람으로서, 장교로서의 냄새가 나야 하는데 김지현은 서은 중령이 아니라 그냥 배우 김지현이었다. 제복만 입는다고 군인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은 중령역의 김지현

그 밖에도 순간순간 개연성이 부족한 장면들이 많았다. D.P.1에서 등장한 인물 중에 필연적으로 등장해야 하는 인물도 존재했지만 이 사람이 여기에서 왜 나와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경우도 많았다. 관객들과의 두뇌싸움을 위해 치열하게 아이디어를 쥐어짜는 작가와 연출가의 노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이런 개연성의 부족으로 전체적으로 드라마 구성이 엉성하다는 느낌마저 드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드라마나 영화 같으면 그냥 비판만 하고 넘어갔을 테지만 이 드라마에 애정이 있는 시청자로서 좀 더 디테일과 개연성을 갖추었다면 더욱 완벽한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에 자꾸 언급하게 된다. 

 

메시지는 있다. - 폭력에 순치된 사회에 대한 반항!

군대만 폭력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폭력이 만연하고 그 폭력에 모두들 순치되고 있다. 심지어 여성들 사회에서도 폭력은 존재한다. 간호사 조직에서 태움이라는 폭력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천민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물리적 폭력보다는 자본과 권위에 의한 폭력이 만연하고 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권력에 순치되고 있는 사회가 되고 있다. 권력이 없는 사람은 이런 구조에서 조리돌림을 당한다. 그 조리돌림을 피하기 위해서는 순치되어야 한다. 만약 그 순치를 거부하면 엄청난 조리돌림이나 따돌림을 당할 수밖에 없다. D.P. 는 우리 사회의 위계 속에 권력이라는 힘에 순치되는 나약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 위계 속에서 누구라도 악인이 될 수 있는 악의 평범성을 웅변하고 있다. 만약 이런 폭력에 저항하면 그 사람은 폐급(계급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정해인이 연기한 안준호 일병은 폭력과 권력에 순치된 사회에 대한 반항이며 D.P의 메시지이다. 

부대로 복귀하는 안준호 일병(정해인 배우)

부대로 복귀하는 안준호, 쿠키 영상은?

마지막 장면은 부대로 복귀하는 안준호 일병을 모습을 그리고 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휴가 복귀할 때의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아침에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며 과자를 먹고 있던 사람이 꿈을 꾼 듯 저녁에는 내무반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점호를 받는 구운몽 같은 장면. 그곳을 향하는 두렵고 피하고 싶은 마음. 바로 그 장면을 끝으로 드라마 D.P.2는 끝을 맺는다. 드라마에서 중요한 마지막을 공개하는 것이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있지만 이 부분은 드라마 시청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중요한 쿠키 영상이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키영상까지 보라고 말하는 것은 드라마 D.P.2가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충분히 볼만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D.P.1 평점
드라마 D.P2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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