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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수' 개봉 첫날 솔직 후기-한국영화의 위기

bonanza38 2023. 7. 26. 18:30

영화 리뷰를 할 때 전작을 이야기하거나 영화 외적 요소를 언급하는 것은 올바른 평가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를 선택할 때는 전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영화 선택에 있어 감독의 전작은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류승완 감독은 초기 기복이 많았던 때와 다르게 최근에는 안정적인 연출력을 유지하고 있다. 부당거래, 베테랑, 모가디슈는 충분히 작품성과 흥행을 동시 만족시켜 왔다. 그래서 '밀수'는 감독 때문에 선택했던 영화였다. 그런데, 마치 신인 감독의 영화를 보는 듯했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구성이 엉망이었다. 최근 연속 한국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낭패감을 다시 느끼면서 욕지거리가 나올 지경이었다. 이번 영화 리뷰를 건너뛰려고 했지만 최근 연속되는 한국 영화의 심각한 상황은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영화 리뷰와 함께 한국 영화 전반적인 문제점도 지적하려고 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한국영화는 는 홍콩영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에 한 비판을 하려 한다. 

영화 '밀수' 필름마크

Hook을 위해 너무 낭비해 버린 Verse

음악 작곡에서 일정한 형식이 있다. 음악 도입부 Verse, 빌드업 과정 Pre-chorus, 중독성있는 멜로디 Hook 등으로 구성한다. 이 모든 과정이 제 역할을 하면서 조화를 이루면서 어느 하나 버릴 수 없을 때 우리는 그런 음악을 명곡이라고 한다. 그런데 영화 '밀수'는 뒤에 후킹을 하기 위해서 지루한 Verse를 견디어야 하는 영화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에서 뭔가를 터트린다면 낭비되었던 과정이 만회될 수도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음이탈이 나고 말았다. '논개'와 '죠스'라니... 이건 완전히 삑사리다. 

 

70년대 음악을 너무 낭비해 버린 최악의 OST

영화에서 음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축학 개론의 OST '기억의 습작'은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가 끝날 때까지 관객을 자리에 묶어 두었다. 그 여운은 오랫동안 뇌리를 스쳐갔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OST는 영화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영화 '밀수'는 쓸데없이 70년대 음악을 낭비해 버렸다. 적절하게 사용했다면 시대 배경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과유불급을 넘어서 아무 재료나 지나치게 쏟아부어 잡탕밥을 만들어 버렸다. 마지막 '무인도' 정도만 남겼으면 충분했을 것이다. 

 

퇴보해 버린 연출력과 앙상블 없는 출연진

뭔가 엉성한 연출이었다. 마치 신인감독의 영화를 보는 듯 치밀하지 못한 구성으로 일관된 영화였다. 긴장감은 찾을 수없고 고 개연성을 구걸하는 플래시백은 혀를 차게 만들었다. 워맨스가 주제라면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출연진들의 강력한 앙상블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모래알이었다. 앙상블이 없는 각자도생의 연기로는 워맨스는 요원하다. 

 

한국영화의 위기-원인은 무엇인가?

최근 한국영화는 분명 위기임에 틀림없다. 과거 화려했던 홍콩영화가 일순간에 무너진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홍콩영화가 1990년 중반부터 중국 반환이라는 정치적 이슈로 제작진과 연기자들이 대거 이탈했던 것이 몰락의 시작인 것처럼 한국영화는 김대중 정권의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무너지고 정치와 자본의 압력에 창작자들은 자유를 잃어버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멀티플렉스 영화 자본의 엄청난 물량 공세를 통해 관객의 만족을 얻지 못하는 작품들이 1000만을 기록하는 상황이 연속되어 관객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의 영화 관람에 식상해하고 있다. 그리고 한 때 창의적이었던 제작진들의 보수화와 카르텔이 영화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과거 트로트 4인방이 시장을 독식했던 시기 트로트가 쇠퇴했다가 최근 신진들의 등장으로 다시 활성화한 것처럼 단순히 나이에 의한 세대교체가 아니라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창작자들에게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카르텔 속에 안주하는 창작자들은 충분히 다시 채워질 때까지 잠시 물러나야 한다

OTT와 코로나 이후 상승한 영화 티켓 비용은 한국영화의 몰락의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 

영화인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 자성해야 한다. 한국 영화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제작자와 창작자가 이런 영화를 시장에 선보이는 것에 대해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한다 

 

아쉽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영화는 졸작 속에서도 평작 혹은 걸작이 교차하면서 희망을 유지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최근에는 그 희망이 점차 사라지는 것 같은 위기감이 든다. 해결책은 참신하고 창의적인 창작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단단한 영화 카르텔을 깨트려야만 한국영화는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 

 

영화 '밀수'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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