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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개봉 첫 날 솔직 후기 - 영화적 디스토피아

bonanza38 2023. 8. 9. 15:52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한다. 작가, 감독, 배우, 스태프 등 셀 수 없는 사람들의 노력의 총화가 영화일 것이다. 때문에 함부로 영화를 평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나오는 것처럼 영화를 만드는 재원은 한정되어 있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유능한 사람에게 영화 제작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잘못 만든 영화가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재능 있는 사람들의 기회를 뺏는 것이기 때문에 따끔하더라도 솔직하게 영화에 대해서 평하는 것도 영화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근 50% 이상 인상된 영화 관람 비용을 생각할 때, 그리고 영화를 보기 위해서 투자하는 시간을 생각할 때 좋은 영화와 그렇지 못한 영화를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일은 나름대로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기꺼이 기회비용 감시자의 역할을 자임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필름 마크

맛있는 반찬을 기다리다 배고파 잠드는 영화

세상을 모두 삼킨 지진에도 홀로 남은 서민 아파트를 지키는 사람들. 어린 시절 핵전쟁으로 지구가 완전히 파괴된 후에 홀로 남은 코난의 이야기를 그린 '미래소년 코난' 이후 참 여러 장르에서 다루었던 소재였다. '미래소년 코난'이라는 식당에서 늘 맛있는 반찬이 나왔기 때문에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도 언젠가 맛있는 반찬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참고 참았다. 하지만 맛없는 반찬만 계속 나오고 기대하는 반찬은 나올 기미가 없어지면서 집중력을 잃고 배고파지기 시작했다. 졸음이 몰리면서 잠을 깨기 위해서 휴대폰을 들었다. 이미 한 시간이 지난 후였다. 많은 관객들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아마도 이젠 기대를 포기하고 언제 영화가 끝날지 시간을 체크하고 나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듯했다. 

재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성의 문제, 소강사회와 대동사회, 새로운 사회 질서를 요구하는 사회 시스템, 재난 속에 피어나는 인류애 등 정말 많은 시퀀스를 만들 수 있는 소재였지만  가장 긴장감을 야기하는 장면이 주민대표 김영탁의 정체를 밝히는 정도로 그칠 정도로 빈약한 반찬을 내놓는 맛없는 식당 같은 영화였다. 

 

촌철살인의 대사는 찾아볼 수 없는 어정쩡한 블랙 코미디를 시도한  연극 같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SHOWING -용산 CGV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엄청난 서스팬스와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소재로 만든 영화다. 하지만 마치 연극을 보는 것처럼 긴장감을 찾을 수 없는 영화였다. 연극 같은 영화를 시도했다면 촌철살인의 대사나 배우들의 연기력을 뽐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데 그 어떤 곳에서도 쓸만한 대사는 없었다. 아마도 이 영화를 관람하는 누구라도 캐릭터가 평면적이라는 말을 할 것이다. 등장하는 인물의 전사가 없더라도 충분히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구성할 수 있는 소재이지만 좀비처럼 많은 등장인물에 눈에 들어오는 입체적 캐릭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요 인물들도 너무나 평면적이라 영화가 끝난 후에 전혀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없을 정도로 캐릭터 설정에 실패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시나리오와 감독의 연출력의 문제였다. 나름 연기력 있는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그들을 비난하기에는 시나리오와 연출력이 너무나 엉성했다. CG도 엉망이었지만 가성비 있는 CG를 만들 수 있는 시나리오가 아니었기에 CG 문제는 언급조차 의미가 없을 것 같다. 

 

텐트폴이라고도 말하기도 낯부끄러운 영화 

일반적으로 스튜디오의 명운을 걸고 흥행을 위해 그 해에 가장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자한 영화를 텐트폴이라고 한다. 올여름 텐트폴이라고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포함해서 빅 4라고 일컫었지만 이 영화를 텐트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낯부끄럽다. 초대형 세트를 만드는데 5개월 이상의 시간이 들었고 CG 작업에 2년여의 시간이 들어 총제작비가 220억이 들어 400만이 넘어야 손익 분기점을 형성하는 영화라면 제작사가 시나리오의 선택에 신중했어야 했다. 그리고 영화 전체를 총괄할 감독의 선택에도 신중했어야 했다. 과연 어떤 제작사이길래 이런 시나리오와 감독을 선택했는지 참으로 궁금할 정도로 많은 제작비에 비해 가성비가 매우 낮은 영화라도 평가할 수 있다. 400만 명 이상의 관객들과 두뇌 싸움 (the battle of wits)을 하기에는 작가와 감독의 역량이 너무 부족했다. 

 

가장 쉬운 선택으로 일관한 영화 음악

전체적으로 엉성한 영화지만 무엇보다도 거슬리는 것이 영화 음악이었다. 한마디로 너무 쉬운 선택과 클리세로 일관한 영화 음악이었다. 특히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주 세트인 서민 아파트에 대한 음악으로 '설마 윤수일의 '아파트'를 선택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관객들의 예상을 뛰어넘지 않은 너무나 쉬운 선택으로 일관하는 영화 음악 때문에 가뜩이나 지루한 영화가 더욱더 지루함의 나래를 펼치고 결국 많은 사람들의 기회비용을 날려 버렸다. 

사실 평점을 매기기도 미안한 영화이지만 평점을 끝으로 힘들었던 영화 리뷰를 마무리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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