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니시리즈 드라마를 소비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OTT라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다. 매주마다 다음 회차를 기다리며 수개월을 TV에 매달리던 방식은 이젠 올드한 느낌이 든다. 심지어 지상파 미니시리즈 드라마도 OTT를 통해 소비하면서 시청자의 기호에 맞게 시청 방식을 조절한다. 지루하면 1.5배로 속도를 높이기도 하고, 자막을 넣어 들리지 않은 대사를 최소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드라마나 영화를 수용하는 방식이 제작자 주도 방식에서 수용자 주도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보다 선택할 수 있는 작품 수가 방대하다 보니 기회비용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작품 평론에 의존하는 시청자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다른 사람의 평가를 보고 작품을 소비하는 것보다는 좋든 싫든 스스로 작품을 직접 경험하고 느껴보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아까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은 니즈가 있는 시청자에게는 필자가 기꺼이 기회비용 감시자의 역할을 하고 싶다.
오늘은 OTT 미니시리즈를 리뷰하지만 최근 신작 영화를 바이럴 마케팅하는 양태를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소위 평론가라는 사람들이 자본과 인맥 등에 휘둘려서 양심을 파는 평론을 하는 것을 보면서 괜한 의협심이 솟아오른다. 앞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평할 때 그 어떤 요소에도 휘둘리지 않고 평균적인 관객과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필자의 생각을 전달하고 싶다. 또한 작품 그 자체보다 감독이나 배우의 전작이나 다른 작품과의 비교와 같은 레퍼런스에 의존한 평론은 가급적 지양하도록 하겠다. 그 어떤 사전 지식이 없이도 그냥 팝콘 먹으면서 편안하게 영화를 보듯이 편안하게 평론을 즐길 수 있도록 관객이나 시청자의 관점에서 리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가끔 어려운 표현이나 전문 용어가 나오더라도 자세한 사전 설명을 하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
갑자기 독립 언론 뉴스타파의 모토를 오마주 하고 싶다.
권력과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100% 독립 평론, 기회비용 감시자의 OTT 미니시리즈 드라마 '마스크 컬'의 솔직 후기!
자! 시작합니다.
■ 구슬은 서말이지만 제대로 꿰지 못한 '마스크걸'
드라마 미니시리즈 '마스크걸'의 소재는 친숙하기도 하고 파격적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은 매우 친숙한 소재이다. 하지만 이후 전개되는 살인 사건이나 교도소 내용들은 생경한 것을 넘어서 파격적이다.
최근 SNS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은 새로운 팬덤을 형성하는 모습도 매우 친숙한 소재이다. 시청자는 처음부터 현실과 지나치게 유리된 사건을 접했을 때 신선함을 느끼기도 하고 괴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친숙한 소재에도 양가적 감정이 존재한다. 공감을 느끼면서 몰입하기도 하고 친숙한 소재에 식상함을 느끼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마스크걸'의 여러 소재들은 드라마 초반 시청자를 몰입하기에 충분한 화려한 구슬들이다. 하지만 문제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데 '마스크걸'의 소재들은 유기적으로 꿰어지지 않았다.
미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기인한 사회 병리 현상, 인간의 사회성에 경도된 사회에서 유리된 개인의 소외, 소외된 인간들의 배출구가 되는 IT 플랫폼과 그들만의 연대 등 우리 모두가 현대 사회에서 느끼는 친숙한 소재들이 가득한 진주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그 진주로 만든 목걸이는 들쭉날쭉 아름답지 못하게 꿰어졌다.
■ 문제 해결 방식은 대부분 데우스 엑스 마키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는 극의 복잡한 내용을 단칼에 해결하는 신을 의미하는 라틴어다. 최근에는 복잡한 내용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하는 인물뿐만 아니라 사건에도 적용되는 전문용어이다. 미니시리즈 '마스크걸'이 진주 같은 소재를 제대로 꿰지 못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대부분 느닷없이 등장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 7화에서는 문제 해결의 대부분을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의존하고 있어 작품의 완성도에도 치명타를 입히고 작품의 여운을 반감시켰다.
중요 스포일러라서 자세한 설명은 어렵지만 극의 가장 중요한 중심 내용인 주오남(안재홍 분) 엄마 김경자(염혜란 분)의 한풀이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주오남과 김경자의 관계에 대해서는 장황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하지만 정작 마스크 걸과 주오남의 고조된 갈등과 그 해결 방법의 개연성에 대해서 시청자의 공감을 얻기가 힘들다.
배우 염혜란의 발군의 연기력으로 3화부터 반전이 시작되지만 허술하게 낭비되는 캐릭터와 소재들은 가성비가 낮은 드라마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매 회마다 옴니버스 형태로 구성한 독특한 구성은 미국 드라마 미니시리즈 방식을 채용한 것이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치밀한 플롯으로 매 화를 연결하지 못하고 일부 인물과 소재들은 그냥 소문 없이 쓰레기통으로 사라져 버린다. 남긴 음식을 함부로 쓰레기통으로 버리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근거 없는 배반감을 이 드라마에서도 느끼게 된다. 그 배반감의 근원에는 극본과 연출력이 자리 잡고 있다.
■ 미니시리즈 드라마 '마스크걸'의 평점
미니시리즈 드라마 '마스크걸'은 절대로 봐서는 안될 작품은 아니다. 충분히 '킬링 타임'을 할 수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결국 시청 판단은 독자의 몫이고 필자는 기회비용 감시자로서 조언을 할 뿐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만든 작품을 주관적으로 설명하는 후기에 함부로 추천, 비추천을 논하기는 힘들다. 다만 기회비용 감시자를 자청하는 입장에서 이 작품을 완결성이 뛰어난 미니시리즈 드라마라고 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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