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해직 방송 기관장 긴급 기자회견 - '전두환식 언론 쿠데타' 규탄

bonanza38 2023. 9. 11. 22:35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 정권 이후 해직된 방송 기관장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해임될 사유가 없는 방송 기관장들을 하루아침에 해직시키고 비판적 언론에 자행한 윤 정권의 폭거는 '전두환식 언론 쿠데타'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남영진 전 KBS 이사장과 11일 오전 해임 효력 정지가 법원에서 인용되어 현직이 된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참석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 해직 방송 기관장 윤 정권 언론 퇴행 강력하게 규탄

11일 국회 소통관에 모인 해직 방송 기관장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대부분 임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해직된 방송 기관장들은 윤정권의 언론 퇴행을 '전두환식 언론 쿠데타'라고 규정하고 강하게 규탄했다.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이 대표로 낭독한 성명문의 내용은 현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바라보는 전직 기관장들의 절절한 심정이 녹아들었다. 

한국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이라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가 철저히 파괴되고 유린되는 현실에 직면해서 이 자리에 섰다는 말로 성명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윤 정권이 들어선 후 자행된 언론 퇴행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지난 5월 방통위원장 해임 이후 3개월 동안 윤 정권이 공영방송을 비롯한 비판 언론에 자행한 폭거는 가히 쿠데타적 수준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성명은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두 명의 여당 추천 위원만으로 방송법 시행령을 고치는 편법으로 공영 방송 KBS를 지탱하는 핵심 재원인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공영방송 이사진 5명을 무더기 해임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언론인 80%와 야 4당이 모두 반대한 이동관 씨를 방통위원장에 임명했고 뉴스타파 등의 비판 언론에 대해 사형, 폐간 등으로 겁박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남 전 이사장은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근간임을 알고 있는 국민이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파시즘은 공포를 먹고살지만 민주주의 속에 기생하는 파시즘은 무지를 먹고 산다고 말하며 윤 정권의 퇴행적 언론 정책의 실상을 낱낱이 알리고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성명을 발표함을 밝혔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남영진 전 KBS 이사장, 권태선 현 방문진 이사장 기자회견 - KBS 보도

■ 2023 방통위 방송대상 시상식 공영방송 KBS, MBC 사장 참석 사상 최초 배제 

1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주관하는 방송대상 시상식이 소공동 롯데 호텔에서 거행되었다. 그런데 방송대상 시상식 사상 최초로 공영방송 KBS, MBC 사장의 참석을 배제하는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해마다 우수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서 시상을 하는 자리에 KBS와 MBC 사장이 초청장도 받지 못한 미증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방송 재승인 제도를 전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신구 미디어가 모두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규제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명분을 내세웠지만 KBS, MBC 사장을 초청하지 않은 것처럼 사실상 공영방송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시사하는 언급이었다. 

이에 대해 언론 노조는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위헌적 직무집행과 방송법 위반, 직권 남용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 즉각 사퇴를 주장했다. 그리고 이동관 방통위원장에게 직접 항의하기 위해서 롯데 호텔에 입구에서 대기했지만 이위원장은 다른 출구를 통해 황급히 행사장으로 입장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KBS, MBC 공영방송 사장 참석이 배제된 2023 방통위 방송대상 시상식 - MBC 보도

서울행정법원 엇갈린 판결, 권이사장 해임 집행 정지 인용, KBS 이사장 기각

11일 서울행정법원은 방송 관련 기관장들에게 엇갈린 판결을 했다. 행정 5부(재판장 김순열)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방문진 이사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권 전 이사장의 해임처분 취소 소송 판결 1심 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이사 해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함에 따라 권태선 이사장은 현업에 복귀했다. 

행정 5부(재판장 김순일) 재판부는 권 이사장이 직무 수행을 하지 못함으로써 입는 손해가 단순히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것에 그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방문진 이사회 구성원 중 1인의 이사로서 지분적인 의사결정 권한만을 행사하는 권 이사장이 직무를 유지하는 것이 공익에 해를 끼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행정 2부(재판장 신명희)는 엇갈린 판결을 했다. 11일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이 윤대통령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방통위가 남 전 이사장을 해임하면서 내건 사유와 권 이사장을 해임하면서 내건 사유는 유사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상반되었다. 고액연봉 상위직급 방치에 대한 관리감독 해태, 임금인상 및 과도한 복리후생 제도 운영 등에 대한 관리감독 해태, 적자 전환에 따른 제작비 축소 등 공적 책임에 대한 관리감독 해태, 방송용 사옥 신축계획 무단 중단에 대한 관리감독 해태, 경영평가에 대한 부당 개입으로 인한 이사회의 편파적 운영 등의 해임 사유는 KBS 전 이사장과 MBC 방문진 이사장이 매우 유사했다. 하지만 MBC는 인용되고 KBS는 기각되었다. 

인용과 기각 사유도 대조적이었다. 행정 5부 재판부는 단순히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결국 공영 방송의 언론 체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행정 2부 재판부는 해임으로 인한 불이익이 효력을 정지할 만큼 회복할 수 없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밖에도 남 전 이사장이 경영실적 개선을 위한 명시적 안건 심의, 의결 자료가 없고, 이미 보궐이사와 이사장이 선출되었다는 점도 기각의 사유가 되었다. 

 

4인의 전현직 방송 기관장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듯이 이현령비현령 식의 판결을 하는 사법부로는 어렵게 쟁취한 대한민국의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의 길은 요원해지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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