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가 금도를 넘었다. 상식과 이성을 상실했다. 뉴데일리는 특종인 양 단독 기사를 냈다.
'[단독] 목포 찾아가 "오염수" 소리 지르더니... 이재명, 그날 회 먹으러 갔다.'라는 제하의 기사는 도저히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전개를 하고 있다. 일본 핵오염수 방류를 비판한 야당 대표가 한국 횟집에서 한국 회를 먹고 "참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방명록을 쓴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가? 이것이 비판 거리가 되는 합리적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이 핵오염수를 방류하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해서 일본 못지않게 피해를 보고 있는 한국 자영업자의 회를 팔아주면서 한국산 회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야당 대표로서 홍보해 주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그럼 일본이 핵오염수를 방류했으니까 한국 수산업자와 한구 수산 관련 자영업자의 한국산 수산물을 보이콧해야 합리적인가? 너무 비이성적인 작태에 한 마디로 일갈하겠다. So What? (그래서 어쩌라고?)
■ 합리적 인과성을 상실한 뉴데일리 단독 보도
언론 보도는 문제가 되는 사람과 사건을 비판할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비판은 합리적 인과성을 지녀야 한다. 어떤 잘못된 원인이 어떤 잘못된 결과를 초래했는지 합리적으로 비판해야 한다. 그런데 뉴데일리의 11일 보도는 합리적 인과성을 상실했다. 이 보도가 비판의 의도가 없다면 이 대표를 칭찬하려고 보도했는가? 그도 아니라 단순히 사실 보도라고 강변한다면 무슨 의도로 이 보도를 했는가? 과연 보도 가치가 있는 기사인가?
13일째 단식 중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월 30일에 전라남도 목포시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규탄대회를 한 이후 한 횟집에서 식사를 했다. 이 시점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또 이 대표의 단식 하루 전이었다. 그런데 이 대표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규탄대회를 한 후 한국 횟집을 방문해서 한국 회를 먹은 것에 대해서 왜 비난받아야 하는지 합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 일본 정부를 비난하고 규탄하는 집회를 하는 것은 비난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그 방류에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자영업자의 가게를 방문해서 한국산 회의 안정성을 홍보해 주고 맛있게 먹었다는 방명록을 써서 다른 손님들이 한국 횟집에 오도록 하는 행위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런데 뉴데일리 기자는 합리적 인과성을 상실한 보도의 잘못은 깨닫지 못한 채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야당 대표를 희화화하는 오류를 저질렀다.
■ 불합리한 보도에 부화뇌동하는 다른 언론과 여당
이번 사건은 한국 언론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 언론 보도가 정론을 보도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능력을 상실한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 의도적으로 보도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론적으로 합리적 인과성을 상실한 보도를 싫어 나르고 있다. 과연 한국 저널리즘은 살아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앞서 지적한 뉴데일리 보도를 옹호할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면 꼭 댓글을 남겨주기 바란다. 필자가 과문한 탓에 고매하신 한국 언론인들의 심오한 뜻을 모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겸허한 자세로 지적을 기다리겠다.
또한 국민일보는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 논평도 아울러 보도했다. "이재명 대표는 자신도 믿지 않는 행동으로 국민을 속였다"라고 비판한 논평이었다. 누가 누구를 속였는가? 앞서 언급한 대로 필자가 과문한 탓에 김대변인의 논평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합리적 설명을 댓글로 달아준다면 겸허하게 배우도록 하겠다.
■ 일본 핵 오염수 방류는 과학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가?
야당 대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 누구라도 지구 공동체의 공동의 자산인 바다에 반감기가 수만 년이 되는 핵종이 존재하는 방사능 물질을 방류되는 것을 찬성해야 하는가? 방류가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 다른 대안이 충분히 있는데도 자국의 경제적 이유로 가장 싼 선택을 하는 것을 찬성해야 하는가?
우리가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일본뿐만 아니라 주변국 더 나아가 전 인류에게 잠재적 위험에 대해 과학적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이 자랑하는 ALPS를 이용한 처리수는 지금까지 인류가 접하지 못한 종류의 핵오염수이다. 기본적인 핵오염수는 노심을 식히는 용도로 사용되지만 일본의 핵오염수는 멜트다운 (melt-down)된 노심을 식히는 용도로 사용되었던 핵오염수이다. 이런 종류의 핵오염수를 처리한 결과가 인체와 생태계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그 어떤 완결성 있는 장기적 연구도 수행된 바가 없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는 일본이 방류하는 핵오염수에 대해 과학적으로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혹은 모른다라고 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것이 과학적인 것이다. 과학은 실험으로 증명되지 않는 사실을 모른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완결성 있는 장기적 연구가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방사능 농도만 측정하는 식의 결과를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기만이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는 단순히 한국인의 생명과 안전, 경제적 피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상식과 이성을 상실한 2023년 한국 사회의 철학적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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