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첫승을 거두었다. 13일 새벽 1시 30분(한국시간) 잉글랜드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한국 대 사우디 아라비아의 친선경기에서 한국은 조규성의 골로 1:0으로 신승을 거두면서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6 경기만에 승리를 거두었다. 한국은 사우디에 줄곧 우세한 경기력을 유지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에 골 결정력의 아쉬움을 보이면서 1:0 승리에 만족해야 했다.
■ 조규성 활발한 움직임으로 골 사냥, 사우디에 1:0 신승
사우디와의 친선 경기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선수는 조규성이었다.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조규성은 후반 교체 아웃되는 순간까지 강하게 상대 수비를 압박했다. 전반 32분 활발한 움직임의 조규성에게 기회가 왔다.
측면에서 이재성이 중앙 손흥민에게 연결한 후 황인범이 올린 패스가 상대 수비수 맞고 조규성에게 굴절되었다. 조규성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헤더로 황금 같은 결승골을 수확했다.
전체적으로 한국 선수들의 몸놀림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전반 36분 조규성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상대 발에 걸려 PK를 얻을 수 있는 상황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VAR이 없는 게임에서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추가골의 기회가 날아가자 손흥민은 주심을 향해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후반 약간 체력적으로 지친듯한 모습도 있었지만 손흥민의 움직임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발군은 김민재였다. 센터백으로 안정적인 수비뿐만 아니라 간혹 오버래핑으로 상대 수비를 휘저었다. 특히 후반 손흥민에게 쓰루 패스를 연결하고 이재성이 슛까지 연결한 장면은 압권이었다. 기초 군사 훈련과 팀 이적으로 한 때 컨디션이 떨어졌던 김민재의 기량이 회복된 모습은 이 경기의 성과였다.
전반적으로 한국이 주도한 경기였다. 볼 점유율도 55%로 한국이 앞섰다. 슈팅과 유효슈팅에서도 한국이 16:6, 8:2로 압도적으로 앞선 경기였다. 한국이 잘했기보다는 자국 리그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도 정작 자국 선수들의 출장 기회가 줄어든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사우디 선수들의 실전 감각이 떨어져 보이는 경기였다.
■ 클린스만 축구에 대한 의구심과 태도 논란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5경기 동안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은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3 무 2패의 성적을 거두면서 과연 클린스만 축구가 무엇인가 의구심이 증폭되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이재성, 황의조, 조규성 등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화려한 멤버를 보유한 국가대표 팀의 경기력은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처참할 정도였다.
문제는 감독 교체 후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에는 클린스만 감독의 한국 대표팀에 대한 태도와 열정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과거 독일 감독 시절부터 불거졌던 '재택근무' 논란이 다시 재현되었다. 한국에 상주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자택에서 온라인으로 인터뷰를 하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추첨식에 참석했다. 또한 AS 모타코를 방문하는 등 개인 일정을 소화하면서 한국에서는 거의 머물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웨일스전 직후 상대팀 주장 아론 램지에서 유니폼을 요청하고 EPL 첼시가 개최하는 자선경기에 출전하려 하는 등 한국 대표팀 감독보다는 개인 클린스만에 더 집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뿐만 아니었다. 졸전 끝에 비긴 웨일스 경기 후에 한국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지켜봐 달라는 엉뚱한 소리를 했다. 이날 선발 출전 선수 중에서 가장 어린 선수는 24세 홍연석 정도였고 가장 나이 어린 양현석(21세)도 후반 39분에 출전했다는 사실은 과연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선수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었다. 클린스만 감독뿐만 아니라 클린스만 감독을 추천한 한국 축구 전력강화위원장 미하엘 뮐러에 대한 비판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아시안 컵 본선이나 북중미 월드컵 예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차제에 국내 감독 선임은 어떨까?
과연 이 상태를 유지해야 할지 고민이다. 차제에 외국 감독만 선호하지 말고 역량 있는 국내 감독의 선임도 고려해 볼만하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일본은 자국 감독인 모리야스 하지메 부임 이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 원정 경기에서 4:1로 대승을 하고 12일(한국 시간) 벨기에 헹크 세게카 아레나에서 열린 튀르크에 와의 경기에서도 4:2로 대승했다.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이끌었던 벤투 감독에 만족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시종 자신이 원하는 선수만 고집해서 경쟁하지 않는 대표팀을 만들고 이강인 투입을 미루다 겨우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야 기용하는 등 원성도 자자했다. 사실 카타르 월드컵 16강이 벤투의 능력인지 마스크를 끼고도 최선을 다한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의 투혼 때문이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카타르 월드컵 예선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에 이기고 가나가 마지막까지 분전해서 우루과이에게 0:2 패하면서 골득실로 16강에 진출한 것이 벤투 감독의 능력에서 비롯된 것인지 의문이다.
문제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병패인 학연, 인맥 등으로 선수 선발을 하는 관행이 완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것을 타파한 사람이 히딩크였고 그래서 히딩크의 추억이 아직도 큰 것이 사실이다. 또한 역량 있는 국내 감독의 풀도 굉장히 얕다는 점도 문제다. 박지성이나 이영표와 같은 국제적인 선수들도 감독보다는 행정에 더 큰 관심이 있어 외국에서의 경험을 필드에서 발휘할 수 없다는 점도 안타깝다.
하지만 언제까지 가성비가 떨어지는 외국 감독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K리그 감독 중에서 역량 있는 지도자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특정 감독을 말할 수는 없지만 과거 국대 감독 중에서 다시 기회를 줘도 괜찮을 만큼 K리그에서 지도력을 인정받는 감독도 있고 연령별 감독 중에서도 능력이 출중한 감독도 있다.
힘든 결정이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 어떤 선택이 더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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