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 사회적 참사에 YS 정권은 어떻게 달랐나?

bonanza38 2023. 10. 27. 12:10

10월 29일이면 이태원 참사 1주기가 된다. 

한동안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화 트렌드가 된 핼러윈 문화는 이젠 흔적으로만 남아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전통도 아닌 문화에 유치원생들부터 청년까지 모두 들썩이던 새로운 문화 현상에 기성세대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핼러윈이 이런 식으로 2022년에 갑자기 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 청년들은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 하루쯤은 일탈을 꿈꾸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그 작은 소망마저 짓밟힌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세월호 참사의 상흔이 아직 채 지워지기도 전에 또다시 발생한 사회적 참사. 왜 수 없이 많은 희생에도 우리 사회는 잘못을 깨닫지 못하도 또다시 참사 유족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일을 반복하는 것일까? 

 

수 없이 많은 사회적 참사가 일어났던 과거 김영상 정권과는 다르게 박근혜 정권과 윤석열 정권은 어떤 이유로 사회적 참사가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되도록 만들고 있는가? 

 

사회적 참사를 대하는 정권의 다른 태도 때문에 상흔이 치유될 수도 있고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역사적으로 고찰해 본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 되돌아보는 그때 그 순간

10.29 이태원 참사 보도 - MBC 뉴스

되돌리기 싫은 상황이었다. 

코로나가 끝나고 처음으로 제대로 열린 핼러윈 파티. 

 

이태원은 젊음을 발산하려는 많은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하지만 경찰은 많은 인원에 비해 턱없이 적은 인원으로 질서 유지를 하고 있었다. 

 

2022년 선진국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후진국형 압사 사고가 일어날 것을 상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일어나고 말았다. 그리고 제대로 된 진단, 해결책, 책임 소재 규명 없이 허무한 1년이 지나고 말았다. 

 

지방의 작은 행사에도 안전하게 치안 유지를 담당했던 경찰이 왜 이렇게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 행사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했는지는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을 책임지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아 탄핵을 당했지만 헌법재판소의 인용 기각으로 1년이 지난 지금도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이태원 관할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구속되었다가 풀려났지만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이 정도 대규모 행사라면 치안 지원을 해야 할 오세훈 서울시장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고 1년이 지났지만 온전히 사고 원인에 대한 진단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은커녕 누구도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도 없는 답답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과거에도 사회적 참사는 있었다. 그러나 어떤 정권은 그 사회적 참사의 희생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의 노력으로 상흔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 반면 어떤 정권은 사회적 참사를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시키고 있다. 

■ 육·해·공 온갖 사회적 참사의 연속이었던 김영삼 정권의 진심 어린 사과

김영삼 정권 때의 사회적 참사는 가히 기록적이었다. 

1993년 우암상가아파트 붕괴사건, 구포역 열차 전복 사건, 목포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참사 사건

 

1994년 성수대교 붕괴참사 사건, 아현동 도시가사 폭발사고

1995년 대구 지하철 1호선 가스폭발참사 사건,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사건

 

1996년 강릉지역 무장공비 침투사건 

1997년 KAL기 괌 추락참사 사건, IMF 구제 금융 신청

 

하늘, 땅, 강 가릴 것 없이 정말 헤아릴 수 없는 사건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온전히 김영삼 정권의 탓만은 아니었다. 박정희 정권 이후 지속된 부패와 고속 성장의 후유증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자신의 부덕의 소치라며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 이후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 - KBS 뉴스

이런 사회적 참사가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행동은 사건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이다. 지난 정권의 과오일지라도 대한민국의 연속선상에 있는 현 정권 당국자가 책임을 지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이다. 

 

성수대교는 1977년 박정희 정권 시기 동아건설에 이해 시공된 다리였다. 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정권을 대신해 32명의 고귀한 생명에 대해, 그리고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사건에 대해 진상을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했다. 

 

단순히 말만 사과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이영덕 국무총리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당시 관선 서울시장인 이원종 서울특별시장은 경질되었다. 새로 임명된 우명규 서울특별시장도 성수대교 건설 당시 서울시 건설본부장이었다는 사실로 11일 만에 자신 사퇴했다. 결국 마지막 관선 시장인 최병렬 서울특별시장이 임명되었지만 삼풍백화점까지 붕괴되는 사고로 민심은 사상 최초의 민선 서울특별시장으로 민주당 출신 조순 시장을 선출하게 된다. 

 

이 사건을 시공했던 동아건설은 처음에는 직접적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광고를 했다. 결국 사고 발생 7년 만에 대법원에서는 동아건설의 부실시공이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 사건 이후 동아그룹은 2001년 그룹이 해체되었다. 

 

이 사건에 관련되어 제작책임자, 현장감독, 발주 관청 공사감독 공무원 등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 

 

장황하게 성수대교 사건 이후의 경과를 설명하는 것은 사회적 참사에 대응하는 정권의 자세에 대해서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김영삼 정권 때 사회적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모두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들이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을 졌고 진상 규명의 노력은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참사가 적어도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되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10.29 이태원 참사 사건이 1년이 되도록 구체적으로 참사 원인과 책임 소재 등에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진상 규명과 책임의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사회적 참사가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 세월호 참사 때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눈물을 흘렸지만 유체 이탈 화법이라는 신조어를 남기며 진심 어린 사과와 이에 따른 후속 조치가 미진했던 말로는 비극적이었다.

 

결국 세월호 참사를 통해 또 다른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계기가 되기보다는 사회적 갈등이 되었고 중년 여성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이 돌아섬에 따라 탄핵이라는 사건의 모멘텀이 되었다. 

 

같은 보수정권이지만 사회적 참사를 대하는 전혀 다른 태도로 기인한 결과에 대해 현 정권은 역사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김영삼 정권의 뒤를 따를 것인지, 박근혜 정권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현 상태라면 박근혜 정권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늦었더라도 대한민국을 위해서,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역사를 직시하고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전향적으로 태도를 전환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 청년들은 잘못이 없다 - 'CRUSH'도 못 보는 사회적 현실이 문제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세계적으로 지나칠 정도로 예의 바르고 올바른 심성을 지닌 청년들이 많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청년의 극단적 선택 비율은 10만 명 당 25.2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대학 진학률(68%)이 보여주는 것처럼 높은 교육 수준을 자랑하지만 왜 우리 청년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가장 많이 할 정도로 지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유교적 공동체 사회의 엄격한 틀 속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밀어닥친 천민자본주의적 생존의 장에 몰린 우리 청년들에게는 미래는 희망과 기대보다는 불안과 걱정으로 다가오고 있다. 

 

불안한 미래를 두고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청년들이 하루 정도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축제의 장을 안전하게 보장해 주지 못한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미안하다. 

 

우리가 반성할 일에 대해 미국의 파라마운트에서 만든 '크러쉬(CRUSH)'를 국내에서는 시청도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미안하다. 무관심 때문인지 압력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유튜브 예고편도 볼 수 없는 현실에 대해 머리를 숙이고 싶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시는 우리 미래 세대들에게 미안하지 않는 현실을 만들기 위해서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올바르게 바꾸기 위해 미력한 힘이라도 보태는 마음으로 외면하지 않는 하루를 사는 것이다. 

 

그래서 그 어떤 세대도 해내지 못했던 세계적 수준의 청년들인 또 다른 BTS, 또 다른 블랙핑크, 또 다른 손흥민, 또 다른 이강인, 또 다른 김연아, 또 다른 박태환이 우리 땅에서 계속 자라날 수 있도록 울타리가 되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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