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언한 올해 초, 국정원 직원이 실적 요청을 받고 정보원을 동원하여 무고한 사람을 마약 사범으로 조작한 사건을 보도했다.
한 편의 영화 같은 '마약 사범 조작 사건'은 국정원, 세관, 검찰, 법원 모두 제대로 사건을 걸러내지 못하다가 다른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서부지검에 의해 사건 조작에 가담했던 정보원의 무고혐의가 밝혀지게 되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으로 국가 정보기관의 신뢰를 무너뜨린 국정원이 또다시 무고한 시민을 마약 사범으로 조작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반인권적인 작태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사건 가담자뿐만 아니라 지휘, 감독 책임자들에게 엄중한 문책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다시는 이런 식의 조작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보완입법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 '마약과의 전쟁' 실적을 위해 사건을 조작한 국정원 '나 과장'
사건의 개요는 간단하다.
올해 초부터 요란하게 '마약과의 전쟁'을 선언한 정부의 기조에 맞추기 위해 국정원 일명 '나 과장'은 수년간 관리해 온 마약 전과자 손 모 정보원에게 실적을 위한 정보를 달라고 요청한다.
손 씨는 나 과장의 요청에 '마약사범 근황 파일'을 입수한 후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A 씨의 개인 정보를 가지고 작업에 들어간다.
필리핀 마약상에게 피해자 A 씨가 운영하는 커피숍 주소지로 필로폰을 보내라고 주문한다.
필리핀 마약상은 피규어 2개에 필로폰을 나눠 국제우편을 보낸 뒤, 손 씨에게 송장번호를 보내고, 손 씨는 이 사진을 국정원에 전달한다.
국정원은 이를 인천세관에 알리고 우편물에 마약이 있음을 고지한다. 인천 세관 특별사법경찰은 우편물을 받은 피해자 A를 체포해서 구속 송치한다.
사건을 조작하기 위해 손 씨는 휴대전화로 A 씨 앞으로 '부탁하신 것 잘 처리했다'라는 문자를 남기는 치밀함도 보였다.
결국 피해자 A 씨는 구속되었고, 법원에서 재판까지 받게 되었다. 하지만 마약 조작 사건이 일어나는 동안에 국정원, 세관, 검찰, 법원까지 그 어떤 기관도 조작 사건을 걸러내지 못했다. 또한 그 어떤 기관도 현재까지 책임지는 기관도 없었다.
그러나 국정원 '나 과장'의 조작 사건은 별도의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서부지검이 피해자 A 씨를 무고한 손 씨의 범행을 밝혀냄에 따라 전모가 드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인천지검은 손 씨의 재판이 끝날 때까지 피해자 A 씨의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무고한 시민을 범죄자로 만들고도 그 어떤 국가기관도 책임지지 않았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상태에서도 피해자를 긴급 구제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시민이라도 범법자로 만들 수 있고 피해가 입증되더라도 긴급 구제를 받을 수 없다는 현실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대해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사건의 철저한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및 보완입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마약 조작 사건'으로 되돌아보는 국정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북한에서 나고 자란 중국 국적의 화교 유우성 씨가 탈북해서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화교임을 밝히지 않아 북한이탈 탈북주민의 지위를 인정받고 2011년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북한이탈주민 관련 업무를 맡게 된다.
2013년 국정원과 검찰은 유우성 씨를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게 넘긴 간첩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국정원이 거짓 증거를 통해 유우성 씨에게 간첩 혐의를 뒤집어씌운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다.
2심 선고가 내려지기 전인 2014년 2월 14일 뉴스타파는 1심 재판 때 검찰이 제시한 중국 공문서 3가지(허룽시 공안국 출입경기록 조회결과, 싼허변방검사참의 유우성 출입경기록 장황설명서에 대한 회신, 허룽시 공안국 선양 주재 대한민국 총영사관 공문)가 모두 위조되었다고 보도했다.
결론적으로 2015년 10월 29일 유우성 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다. 대법원은 유우성 씨에 대해 여권법, 북한이탈주민보호법, 사기 등에서만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천564만 원을 선고하고 간첩 혐의 무죄를 확정한다. 조작된 증거를 제출한 국정원 직원은 모해증거위조죄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 선고를 받았다.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관련 보복 기소한 검사 사상 최초 국회 탄핵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파장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국회는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권을 남용한 검사 안동완을 국회 사상 최초로 탄핵했다.
검사 안동완의 탄핵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유우성 씨가 2013년 8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후 2014년 5월 '대북 송금' 혐의로 추가 기소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유 씨의 '대북 송금' 혐의는 4년 전 이미 기소유예된 사건이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21년 10월 '대북 송금' 사건의 공소를 기각하면서 처음으로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 106명은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검사 안동완이 검찰 조직 차원의 보복을 위해 검찰권을 남용했다고 검사 안동완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결과는 찬성 180표, 반대 105표, 무효 2표로 가결되었다.
국회에 의해 탄핵 소추된 검사 안동완의 권한은 정지되었고 헌법재판소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탄핵은 인용된다. 탄핵이 인용되면 즉각적으로 공무원에서 파면된다. 파면된 공무원은 5년 간 공무원이나 변호사를 할 수 없다. 또한 퇴직급여는 1/2가 감액된다.
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된 검사 중에 아직도 재직 중이거나 심지어 대통령실 중요 직책에 임명된 공무원도 있어 파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따라서 국가가 권한을 남용해 시민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 국기문란 사건으로 지금보다 엄중한 처벌을 물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정원과 검찰이 관련된 두 사건에 대해 국회는 좀 더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다시는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국가 공권력이 남용되는 일이 없도록 엄중한 처벌 규정과 관련자에 대한 재산적 불이익 조치에 대한 보완 입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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