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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티처스 라운지 솔직 후기 -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곱씹게 하는 영화

bonanza38 2023. 12. 29. 07:55

오랜만에 스토리텔링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영화를 만났다.  

독일 영화 '티처스 라운지'는 눈요기 거리가 되는 미장센이나 엄청난 반전을 통한 서스펜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라는 작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영화의 말미까지 도달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영화가 다 끝난 후에 여운이 깊게 남는 작품이다. 영화의 여운은 미장센이나 음악 등으로 느껴지는 감각적 기관을 통해 유지되는 일반적이다. 

 

하지만 영화 '티처스 라운지'는 뇌라는 신체 기관을 자극한다. 

작은 학교라는 사회를 통해 민주주의와 인종차별,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인 교사들의 교권과 학생들의 학습권 문제 등을 생각하면서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곱씹게 하는 여운을 남긴다. 

 

영화는 스토리텔링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어쩌면 그 스토리텔링을 더욱 돋보이기 위해 다른 요소들이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 많은 영화들은 스토리텔링이 결여된 채 눈요기로 관객을 소구 하려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결과는 관객들이 영화를 외면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의 향기가 느껴지는 영화만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영화 '티처스 라운지'는 인간의 내음이 느껴진다. 또한 스토리텔링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영화이고 지금 우리 사회의 교권과 학습권 문제에 대해서 시사하는 바가 큰 영화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첨언하고 싶은 것은 일부 영화 코너에서 학교 스릴러 장르로 소개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이렇게 알고 영화를 보았다가는 큰 낭패감을 느낄 것이다. 영화 장르는 휴먼 드라마이다. 

 

■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탁월한 시나리오 - 돋보이는 스토리텔링 

영화 '티처스 라운지' 주연 레오니 베네스치(카를라 역) - MBC 문화연예 플러스

영화 '티처스 라운드'는 새로 부임한 선생님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이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절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건에 직면한 신임교사 카를라(레오니 베네스치 분)는 의도와 다르게 전개되는 사건에 절망을 느끼면서도 교사로서의 본분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학습권, 작은 집단 내에서 민주주의, 인종 차별, 집단 따돌림 등이 논리적 비약이나 극적 장치 없이 사실적으로 전개되면서도 관객들을 소구 하는 엄청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었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최우수 유럽 영화상을 수상했고 독일 영화상에서도 5관왕을 거머쥐었다. 특히 독일 영화상에서 시나리오상을 수상한 것에 수긍이 갈 정도로 시나리오는 탁월했다. 

 

또한 한국의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탈락한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예비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이다. 

 

■ 학교 스릴러? - 악인 없는 호로? - 휴먼 드라마 장르

일부 영화 코너에서 영화 '티처스 라운지'를 학교 스릴러나 심지어 악인 없는 호로물이라고까지 소개한다.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관람하는 관객들은 영화의 진가를 느끼지 못하고 불만을 표출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티처스 라운지'는 아무런 편견 없이 스토리텔링을 따라가야 하는 휴먼 드라마 장르이다. 

휴먼 드라마 영화 '티처스 라운지' -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에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호로적, 스릴러적 장치는 전무하다. 의도하지 않게 사건이 전개되면서 인간의 내면 속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심리가 개연성 있게 전개되면서 인간과 학교 그리고 실존과 민주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휴먼 드라마만 존재한다. 

 

하지만 재미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던 교권 침해 사건들과 연결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교권과 학습권으로 국한할 수 없는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하는 심오함을 존재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좋은 영화이다. 좋은 영화의 정의를 다양하게 할 수 있지만 어렵지 않고 재미있으면서도 메시지 전달이 분명했을 때 필자는 좋은 영화라고 정의한다. 

 

이 영화에 대해 인간의 실존과 민주주의에 대해 디테일하게 쓰고 싶은 말이 많지만 오히려 영화를 관람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선입견을 제공하는 것 같아 생략하겠다. 

 

영화를 관람하면서 어렵지 않게 충분히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으니까 직접 관람하면서 판단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래서 스릴러, 호로 같은 잘못된 정보만 제거하고 선입견 없이 영화를 관람하도록 더 자세한 정보 제공을 오히려 차단하려고 한다. 

 

■ 영화 '티처스 라운지' 평점

독일 영화이고 특별함이 없을 것 같아 관람을 주저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스토리텔링의 힘을 보여준 영화를 득템하고 영화관을 나오는 내내 여운을 만끽했다. 

 

특히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곱씹게 만들어 주는 여운이 탁월했다. 우리는 사실이 모두 진실이라는 착각 속에 살아간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는 사실 속에 그 별이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질 수 있다는 진실이 숨어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이 영화는 일련의 사실들이 나열된 사건 속에서 진실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우리가 함부로 판단하며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파편적인 사실의 편린일 수 있다는 사실을 계속 곱씹게 하는 여운을 영화는 제공한다. 

 

1인치의 장벽(자막)만 넘는다면 영화 '티처스 라운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이다. 다만 영화를 상영하는 개봉관이 별로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입소문이 퍼져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 '티처스 라운지'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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