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도서를 원서로 읽는 날이 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한글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소설을 원서로 읽을 수 있다.
11일(현지 시각 10일) 스웨덴 한림원은 대한민국의 한강 작가를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앤더스 올슨 노벨문학상 위원회 위원장은 한강 작가의 수상 배경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직면하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냅니다. (중략)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습니다."라며 설명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작품은 역사적, 사회적, 실존적 폭력을 정면으로 다루었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는 육식으로 대표되는 폭력적 사회에 대한 저항을 드러냈다. 5.18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한 '소년이 온다'와 4.3 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또한 역사적 폭력의 트라우마를 연약한 인간의 삶 속에 시적 산문으로 표현했다.
아이러니하게 '폭력'에 저항해 온 한강 작가는 블랙리스트라는 폭력을 가했던 박근혜 정권에서 맨부커상을 수상했고, 예산 삭감을 통해 문화 기반을 폭력적으로 무너뜨리고 있는 윤석열 정권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만약 그녀가 무명의 신인으로 5.18과 4.3을 주제로 박근혜 정권과 윤석열 정권하에서 공모전에 응모했다면 과연 수상이 가능했을지 의문이 든다.
블랙리스트로 문화계 인사를 폭력적으로 옥죄었던 박근혜 정권과 문화계 예산 삭감으로 창의력의 원천을 말살시키고 있는 폭력적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정권이라면 더 이상의 신인 한강은 나올 수가 없는 실정이다.
과거 김대중 정권의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 정책은 수년 뒤에 K-컬처가 꽃을 피워 한류가 전 세계를 주름잡는 초석을 깔았다면 박근혜와 윤석열 정권은 한 세대의 문화인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퇴행을 가져오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와 윤석열 정권의 문화계 예산 삭감은 '간섭은 하되 지원하지 않는다'는 퇴행적인 문화 정책으로 세계로 뻗어가는 K-컬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개탄스러운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불의한 정권은 정치, 경제, 안보, 외교, 의료를 망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계를 향해 웅비하는 문화마저 처참하게 짓밟고 있다. 위대한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쾌거에도 편치 않은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할 뿐이다.
폭력에 순치된 한국 사회에 일조하는데 언론도 한몫을 하고 있다. 노벨문학상 상금 세금 문제를 다루는 언론 기사의 폭력성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런 기사에 쓰레기 같은 댓글을 다는 사람들의 폭력성도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정독하라고...
그러면 고통스러운 집필 과정을 통해 폭력을 돌파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려는 작가의 고뇌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한강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쾌거- 폭력에 연약한 인간의 삶에 대한 시적 산문
11일(현지 시각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우울한 뉴스로 가득 찼던 한국 사회에 단비를 내려주는 듯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책을 다시 들춰보면서 작가의 수려한 시적 산문에 잠시 위안을 가질 수 있었다.
노벨상은 노벨의 유언에 따라 수상자 선정에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 수상자의 업적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넘어서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이바지했던 고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이어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그녀의 작품에서 녹아든 폭력적 사회에 대한 저항과 연약한 실존적 인간의 삶에 대한 천착,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 회복의 메시지가 문학계를 넘어서 전 세계 사회 공동체에 기여했다고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다면서 적나라한 폭력을 묘사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작가는 아우쉬비츠 수용소 이야기에도 토를 할 정도로 폭력에 민감하다.
하지만 사회적, 역사적, 실존적 폭력을 돌파하기 위해서, 이 폭력이 왜 그렇게 견디기 어려웠는지 표현하기 위해서는 종국에는 폭력적 장면 묘사를 통해서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한강 작가는 고통을 참아 가며 폭력을 가감 없이 노정시켰다.
어린 시절 자신을 문 개를 잔혹하게 죽인 아버지의 폭력 때문에 육식을 멀리하게 된 영혜의 이야기를 다룬 '채식주의자'는 단순히 한 사건에 의해 육식을 거부한 것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에서 나타난 것처럼 육식이 보여주는 폭력적 사회 시스템에 대한 저항까지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확대되는 것이고 이 때문에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지경까지 이르는 실존적 고뇌를 다루었다.
한강 작가의 폭력에 대한 저항은 이후 '소년이 온다'를 통해 사회적, 역사적 폭력에 그치지 않고 희생된 사람들의 존엄성을 회복시키는 작품으로 연결된다.
한강 작가는 일련의 작품을 통해 자신 또한 진전하고 있음을 밝힌다.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 또한 사회적 역사적 폭력에 상처받은 인간과 그 상처를 안고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었다.
결국 한강 작가는 끔찍하게 자신이 싫어하는 폭력을 고통스럽게 주제로 다루면서도 그 폭력을 돌파하고 극복해서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삶의 진전을 시적 산문으로 일관성 있게 표현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작가의 사회적 기여를 중요시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에 큰 요소로 작용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녀의 시적 산문의 스타일이 혁신적인 것과 아울러 폭력적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려는 작품 내용 또한 문학계를 넘어 인류의 지적 발전에 큰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아이러니하게 폭력적 정권에서 엄청난 성과를 내는 작가 한강
아이러니하다.
폭력과 학살을 다루면서 이에 저항하며 인간 존엄성의 회복을 염원하는 한강의 작품이 가시적 성과를 내는 시기는 폭력적 정권이 집권하는 시기였다.
블랙리스트를 통해 문화를 말살하는 폭력을 행사했던 박근혜 정권 집권기에 한강 작가는 맨부커상(현재 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했다.
박근혜 정권의 폭력성은 맨부커상 수상에 축전을 보내달라는 당시 문체부의 요청을 청와대가 거부한 사실이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팀에 밝혀진 것에 의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또한 2023년 예산에서 도서부문 예산 중 잡지콘텐츠 수출 예산 전액 삭감과 지역서점 활성화 예산 11억, 국민독서문화진흥 예산 60억, 국내외 영화제 육성 예산 50% 삭감 등으로 문화계 기반을 폭력적으로 흔들었던 윤석열 정권 집권기에 한강 작가는 역사적인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작년에는 4.3 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프랑스 메티치상을 수상했다. 이 시기 또한 윤석열 정권 집권기라는 사실은 너무나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블랙리스트와 예산 삭감이라는 폭력을 통해 문화계의 한 세대가 흔들리고 있다. 많은 창의적 인재들은 꽃을 피우기 전에 사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폭력적인 정권 하에서 만약 신인 한강이 공모전에 응모한다면 5.18 민주화 운동과, 4.3 사건을 다룬 작품이 입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로 많은 작가들은 정권에 따라 자기 검열을 하면서 표출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숨긴 채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글을 쓸 수 없다며 한탄하고 있다.
이런 환경하에서 또 다른 '작가 한강'이 탄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다루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상상력은 사장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쩌면 폭력적 정권 집권 시에만 한강 작가가 세계적 권위의 수상자로 선정되는 아이러니는 폭력적 정권과 예술의 모순적 동거에 대한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보인다.
■ 노벨문학상 상금 세금 문제를 다루는 폭력적인 한국 언론
한강 작가가 자신의 작품 세계에서 폭력에 대한 저항을 다루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사회의 폭력성 때문인 듯하다. 일본 강점기, 해방, 전쟁, 이데올로기적 대립, 4.3 사건, 독재, 5.18 민주화 운동 등 한국 사회는 폭력과 동거했다.
수없이 지속된 폭력적 정서와 이에 순치된 한국 사회의 모습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보도하는 한국 언론의 행태를 통해 다시금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상금에 대해 다른 상금과 비교하며 세금 문제를 언급하는 폭력적 행태를 보이는 한국 언론의 작태는 폭력에 노출되고 이에 아무런 저항 없이 순치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노정하고 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작별하지 않는다'의 판매량이 3422배 증가했다고 호들갑을 떠는 언론을 보면서 그들에게 진정으로 권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언론에 쓰레기 같은 댓글을 다는 인간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실제로 정독해 보라!
그리고 우리 사회가 폭력에 얼마나 둔감하고 순치되어 있는지를 직시하라!
그리하여 한강 작가가 원했던 것처럼 인간의 존엄성이 회복되는 사회가 되는데 동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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