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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용감한 시민' 솔직 후기 - 영화와 웹툰의 차이는 알고 찍은 걸까?

bonanza38 2023. 10. 25. 18:08

영화 '용감한 시민'에서 여러 번 나오는 대사가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정말 그 말을 그대로 되돌려 주고 싶다. 

아무 영화도 만들지 않으면 아무 욕도 먹지 않는다.

 

영화 '용감한 시민'은 한마디로 불쾌한 영화다. 빌런이 왜 나와야 하는지,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어떤 개연성도 없이 납득하기 힘든 온갖 나쁜 짓을 한다. '학교 폭력'이라는 이젠 흔한 소재를 어떤 예술적 정화장치도 없이 빌런은 그냥 배설한다. 

 

그래서 영화 '용감한 시민'은 불쾌하다. 땅에 떨어진 김밥을 주어 먹는 피해자가 불쌍하기보다는 그냥 역겨운 불쾌함만 느꼈다. 그 불쾌함을 관객들에게 안겨주고 싶은 감독의 의도가 있었다면 성공했다고 찬사를 보내고 싶다. 

 

영화 '용감한 시민'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감독은 영화와 웹툰의 차이를 이해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자신이 읽은 웹툰의 느낌을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그대로 느낄 것이라는 대단한 착각 속에 영화를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 

 

웹툰 컷을 따라 하는 과장된 표정, 말투가 문제가 아니다. 영화 '용감한 시민'은 한 컷에서 많은 상상력을 자아내는 웹툰이라는 플랫폼과 1초에 24 프레임 속 인물의 다양한 표정과 미묘한 어투 그리고 화면을 채우는 미장센으로 작품을 만드는 영화라는 플랫폼의 특징을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연출로 일관했다. 

 

이런 영화가 계속 양산된다면 '한국영화는 위기'라는 관성에서 한동안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개연성이 없다 보니 쓸데없이 잔인하고 더러운 불쾌한 영화

납득하기 힘든 빌런 한수강 (이준영 분) - MBC 출발 비디오 여행

빌런 한수강(이준영 분)이 왜 그렇게 나쁜 놈인지 납득할 수 없다. 학폭을 저지르는 인간들이 이유 없이 재미로 학폭을 저지를 수는 있어도 영화 '용감한 시민'에서 교감 선생님에게도 반말을 하는 망나니 빌런에게는 적어도 납득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다짜고짜 나쁜 놈이기만 했다. 선생님의 정강이를 까고 사건을 무마하려는 또 다른 빌런인 새엄마도 눈빛으로 제압한다. 김밥 장사하는 할머니와 손자에게 인간으로 할 수 없는 온갖 패악질을 다 한다. 

 

이쯤 되면 이런 빌런의 탄생에 대해 최소한의 전사가 있던지 납득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관객은 감정을 이입하고 납득하고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이런 식의 연출이 의도된 것이라면 감독이 무감각한 것이고 의도된 것이 아니라면 무능한 것이다. 어쩌면 감독도 관객이 몰입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몰입하지 못하는 관객들의 눈을 돌리기 위해서 쓸데없이 잔인하고 난삽하고 더럽다.

 

그래서 관객은 감정을 이입할 공간을 찾는데 실패하고 러닝타임 내내 솟아나는 불쾌하고 역겨운 감정을 영화가 끝난 다음에 욕지거리로 발산한다. 

■ 감독은 웹툰과 영화의 차이를 알고나 있는 것일까?

영화 '용감한 시민'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했다. 그래서 웹툰을 흉내 내는 과장된 표정과 말투를 여과 없이 영화에서도 표현했다. 

과장된 표정의 소시민(신혜선 분) - MBC 출발 비디오 여행

 

웹툰 '용감한 시민' -바로가기

아마도 감독은 웹툰과 다르게 각색했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합기도 선수에서 권투 선수로 소시민의 전직을 바꾸었고 여러 가지 기본 설정을 바꾸었다고 강변할까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 한 컷으로 여러 가지 독자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웹툰의 메커니즘과 1초에 24 프레임 속에 인물의 다양한 표정과 어투 그리고 배경이 되는 미장센으로 관객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영화의 메커니즘에 대해 감독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신인 감독도 아닌 베테랑 감독의 경륜을 느낄 수가 없었다. 

 

감독이 웹툰을 보고 느끼는 생각을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그대로 느낄 것이라는 전제 속에 영화를 만든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단 한 컷으로도 독자들이 많은 것을 상상하는 웹툰의 메커니즘과 관객들이 초당 빠르게 움직이는 프레임 속에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는 영화의 메커니즘에 대한 근본적 차이를 감독은 연출을 통해 변환하지 못했다. 

 

그래서 관객들은 영화 '용감한 시민'을 보면서 공감할 수 없다. 영화 내내 느껴지는 그 엄청난 빈자리를 웹툰을 보는 독자처럼 상상력으로 메우라고 관객에게 강요하는 감독에게 불쾌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쿠키 영상 & 평점

쿠키 영상은 있다. 다만 그것도 납득이 안 갈 뿐이다. 평점은 매우 박하다. 하지만 고양이와 수강의 말도 안 되는 결투신을 찍기 위해서 희생한 우리 청소년 엑스트라의 노고를 감안해서 1점을 상향했다. 

영화 '용감한 시민'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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