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넷플릭스 리미티드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마지막화 시청을 간신히 끝냈다.
처음 폭싹 속았수다를 보았을 때 2막 8화까지 한 호흡에 내달았다.
하지만 3막부터는 너무 아까워서 숨겨두고 쪼개먹는 맛있는 과자처럼 단숨에 끝을 내고 싶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화는 보다 쉬었다 보다 쉬었다를 반복했다.
TV 방송극 드라마였다면 방송국이 송출하는 대로 아까운 마지막화를 한 호흡에 끝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주체할 수 없이 감정이 복받쳐 드라마를 제대로 음미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드라마나 영화였다면 호흡이 늘어지네, 빠르네 별 말을 다하겠지만 그냥 좋았다.
어떤 사람은 이런 인생이, 이런 가족이 어디 있냐고 하겠지만 그럼 그렇게 계속 딴죽을 걸기 바란다.
모든 사람이 꿈꾸지만 결코 실현되기 어려운 이야기, 실현되지 않았으면 하지만 기어코 일어나고 마는 이야기들을 너무도 꼼꼼하게 묘사한 드라마였다.
혹자는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라고 쉽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결코 동일시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포레스트 검프는 미국 현대사의 엘리트와 조우하지만, '폭싹 속았수다'의 오애순(아이유, 문소리 분)과, 양관식(박해준 분)은 한국 현대사의 성실한 민초와 조우한다.
책임감 있고 성실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
그래서 '폭싹 속았수다'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여담이지만 '폭싹 속았수다'를 쓴 임상춘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임상춘 작가의 초기 작품의 설명회 때 성별과 연령에 대한 약간의 정보만 인터넷에 떠돈다.
오로지 이 작품 만으로 임상춘 작가의 성별과 연령을 예측해 본다.
대사의 톤과 관점을 볼 때 임상춘 작가는 적어도 40대 이상 연령대의 여성으로 보인다.
왜 그렇게 보이는지 궁금하면 '폭싹 속았수다'를 시청해 보기 바란다.
오랜만에 아무런 비평 없이 그냥 단상만을 소개해서 너무 기분이 좋다.
좋은 작품은 부질없는 비평이나 어쭙잖은 평론보다는 시청자나 관객에게 그저 관람 추천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후기일 것이다. 간만에 눈물 좀 쏟아내서 마음에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 아이유의 인생 드라마라고 하면 너무 오버일까? - 연출, 작가, 배우, 스태프 속았수다
넷플릭스 리미티드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아이유에서 시작해서 아이유로 끝나는 드라마이다.
문학소녀 오애순(아이유, 문소리분)의 인생을 대한민국 현대사와 접목한 동화 같은 삶의 이야기이다.
이미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어 스포일러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아이유가 1인 2역을 어떻게 연기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겠다.
다만 아이유가 아니라면 이렇게 지나치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결코 시청자를 소구 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아이유와 박보검에게 노년을 연기하지 않도록 한 것도 절묘한 선택이었다.
닮지 않은 듯 닮은 박해준(양관식 역)과 문소리(오애순 역)가 그들의 중년과 노년을 맡아 준 것은 더욱 절묘한 캐스팅이었다. 아역에서 성인으로, 성인에서 중년으로 배역이 바뀌면서도 혼란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적절한 플래시백을 구사한 연출력 덕분이었다.
특히 작은 소품 하나, 지나치는 듯한 캐릭터도 톱니바퀴 같은 복선이 되는 탄탄한 극본과 그것을 오롯이 영상으로 담아낸 연출은 단연 압권이었다.
아이유에서 시작해서 아이유로 끝났다고 말했지만 결코 아이유만 존재하지 않고 모든 캐릭터가 허투루 낭비되지 않는 너무도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낸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의 연출, 작가, 배우, 스태프 모두 폭싹 속았수다.
■ 성실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 '폭싹 속았수다' -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라고?
혹자는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서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라고 한다.
하지만 결코 영화 '포레스트 검프'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동일 선상에서 말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미국 현대사의 소수의 지배 엘리트와 조우한다. 하지만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민초들과 조우한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누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사회의 기득권을 가진 소수의 엘리트에 대한 환상을 그려낸 이야기가 아니라 오르막과 내리막을 끊임없이 교차하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안고 가는 민초들의 부침을 담담히 그려낸다.
또한 어린 동명에 대한 사무침을 살고 평생을 살아가는 부모의 마음은 생명을 지나치게 가벼이 여기는 일부 영화들을 보면서 느꼈던 역겨움을 씻어 내려주었다.
때론 너무 감정이 복받쳐서 한 호흡으로 드라마를 시청할 수 없을 때도 있었다. 특히 마지막화는 너무 아까워서 숨겨둔 제주산 꿀단지에서 꿀을 아껴 먹듯이 조금씩 나누어서 시청했다.
한동안 느끼지 못했던 노스탤지어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끊임없이 가슴을 먹먹하게 해서 가능한 드라마의 끝을 보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그동안 너무도 많은 영화나 드라마를 평하면서 반복했던 엿가락처럼 늘어진다는 비평을 이 드라마에서는 역으로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혹자는 너무 이상적인 동화 같다고 비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애순과 관식처럼 척박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끔씩은 동화로 묵은 때를 씻어내고 싶은 욕망이 샘솟을 때가 있다.
지나간 것들에게 대한 그리움, 그리고 멈추지 않는 인생에 대한 안타까움을 애순이 관식의 손을 붙잡고 토해 내듯이 시청자들도 자신의 삶을 반추했을 것이다.
■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임상춘 작가 유추 및 평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임상춘 작가에 대해서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
연령, 본명, 학력을 포함해 심지어 성별까지도 추측에 가까운 정보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면 임상춘 작가는 분명 40대 이상의 여성일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더 이상 개인정보를 알고 싶지는 않다. 작가가 원하는 대로 작가는 드라마로 시청자와 대화하는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보탠다면 만약 이 드라마를 남성이 썼다면 한강 작가에 이어 두 번째 노벨 문학상을 수상자가 될 것은 불문가지이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도 임상춘 작가가 쓴 작품이라면 시청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작품을 연출한 김원석 PD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드라마 '미생', '나의 아저씨' 등에서 이미 입증되었지만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김원석 감독의 연출력은 단순히 흥행뿐만 아니라 천민자본주의 시대에 인간 내면을 정화하는 작품성까지 겸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주연, 조연뿐만 아니라 단역과 아역에 이르기까지 배우들의 연기가 탁월했다. 특히 디테일한 분장과 드라마 세트, CG 등 스태프의 실력 또한 경의롭다. 모두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연출 : 김원석
극본 : 임상춘
출연 : 아이유, 문소리, 박보검, 박해준, 나문희, 김용림, 염혜란, 최대훈, 오민애, 장혜진, 차미경, 이수미, 백지원, 정해균, 이준영, 강유석, 오정세, 엄지원 외 많은 배우들.
오랜만이다. 만족스러운 평점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제작진 모두 너무 폭싹 속았수다(너무 수고하셨어요 제주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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