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늙는 것이 죄악인 나라에서 자연스러운 노화란?

bonanza38 2023. 7. 21. 09:54

우리 사회에서 노인은 언제부터일까? 과거에는 50세만 되어도 노인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분명히 50세는 장년층이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문화지체 현상을 겪고 있다. 어쩌면 아직도 인간의 실존성보다는 사회적 폭력과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늙는다는 것은 권력을 잃는 것을 의미하고 결국 사회적으로 가치 없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어떤 사람들은 '효'라는 동양 사회의 보편적 가치가 상실되었다고 한탄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과거 봉건주의 사회에서는 나이 어린 귀족들이 나이 많은 노예들을 동물처럼 대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들이 말하는 '효'라는 개념은 권력을 가진 귀족들에게만 국한된 윤리였다. 늙은 사람에게만 잘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실존적 존재로서 존엄성을 인정해야 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도, 힘없고 권력 없는 사람에게도 누구라도 인간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아무런 권력도 사회적 보탬도 되지 않는 어린아이에 대한 존중도 요즘은 사라지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보호받아야 하는 영아가 살해되고 어린아이들이 부모들에게 학대받아 숨지고 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상황이 될 정도로 인간의 존엄성은 위협받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심화되고 있어 안타깝다.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자살률은 우리 사회가 서로서로에게 얼마나 잔인하고 냉정한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그런 사회에서 늙는다는 것은 죄악이다. 자연스러운 노화를 주장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자본 권력이 지배되고 있는 전 세계적인 현상인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용기 있게 자연스러운 노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소개한다. 

슈퍼모델 겸 영화배우인 폴리나 포리즈코바자연스러운 노화

폴리나 포리즈코바 StyleLifeU 캡쳐

폴리나 포리즈코바는 57세이다. 굳이 나이를 밝히는 일을 하고 싶지 않지만 나이를 밝히는 부끄러운 시대에는 오히려 그 반작용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녀의 나이를 밝힌다. 아마도 그녀도 그녀의 나이를 밝히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폴리나 포리즈코바는 슈퍼모델로서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또한 '어바웃페이스', '목격자','목요일' 등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최근에 폴리나는 여러 매체를 통해 자연스러운 노화에 대해서 언급한다. 한 인터넷 방송에서는 옷을 벗어가면서 노화의 자연스러움을 역설한다. 15세에 파리에서 시작된 남들이 바라는 대로 보여지는 직업인 모델 생활을 시작한 이야기부터 45세의 나이에 더 이상 여자로서 매력을 어필할 수 없는 상황을 느꼈지만 오히려 자신의 내면은 더욱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야기도 한다. 공산국가인 체코 출신으로서 어린 시절 경험했던 미디어에 대한 생각부터 남편과의 결혼과 결별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옷을 모두 벗어던지고 속옷만 입은 채로 모델로서, 아내로서, 나이 든 여자로서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자기 자신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찡그린 얼굴과 주름살도 포용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방송은 마무리된다. 이제는 자연스러운 노화를 인정하고 포용하기로 했다면서 속옷만 입은 채 환한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폴리나 포리즈코바는 최근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계정에 상의를 완전히 탈의한 모습을 공개했다. 인간은 남들과 비교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그런 것은 피할 수는 없지만 비교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조절할 수 있다고 글을 남겼다. 57세가 된 지금 그녀는 비교를 통해 열등감을 느끼기보다는 인정하고 존중하는 통찰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공개했다. 또한 노화는 장수의 특권이고 내면과 외면에서 모두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자연스러운 노화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0세에 '누드 화보'를 찍은 기네스 팰트로 

스키 뺑소니 관련 재판에 참석하는 기네스 팰트로

여성 노화에 대해 유독 가혹한 문화 현상에 대해 불만을 터트린 기네스 팰트로는 50세가 되었던 지난해 '누드 화보'를 공개하면서 남성의 노화는 자연스러움으로 인정하고 여성의 노화는 죄악시하는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남성의 백발은 중후함의 상징이고 여성의 백발은 노화라고 폄하하는 사회 분위기에 일침을 가하면서 50세의 몸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증거 했다. 

최근 기네스 팰트로는 2016년 유타주 한 스키장에서 일어났던 스키 뺑소니 사건에서 최종 승소했다. 은퇴한 테리 앤더슨은 41억 소송과 4억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은 모두 기각되고 오히려 기네스 팰트로가 제기한 1달러 자리 소송에서 승소했다. 길고 길었던 소송에서 현지시간 2023년 3월 30일 기네스 팰트로가 최종 승소할 때 긴장된 표정의 기네스 팰트로의 환한 미소가 인상적이다.  

재판 승소에 미소짓는 기네스 팰트로

 

노화는 인간에게 필연적이다. 필연적 현상을 죄악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만 한다. 특히 유독 여성에게만 가혹한 사회분위기는 더욱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나이 든 남성의 노화에 대해서는 관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직업 전선에서 밀려나는 남성들의 현실도 앞으로는 조명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주름살과 나잇살을 인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력 단절, 취업 연령 제한 금지 등 사회 구조적인 측면에서 개선할 숙제가 산적해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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