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전성시대이다. 어쩌면 이미 전성시대는 지나고 내리막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MBC '일밤 - 아빠 어디 가?'는 한동안 엄청난 인기를 끌다가 폐지되었고,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절정의 인기는 사그라들었지만 아직도 방영되고 있다. 요즘 대세는 정신과 의사 오 모 씨가 카운슬링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녀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어린이 & 부모 상담, 연예인 상담, 부부 상담 등 다양하다. 그중 채널A의 '금쪽같은 내 새끼'는 육아에 고민을 안고 있는 많은 가정에서 교육용 프로그램으로써 즐겨 시청하는 방송이다. 필자도 이 프로그램이 너무나도 많은 가정에 타산지석이 될 수 있는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다른 가정에 도움이 될지언정 정작 솔루션을 받는 가정과 특히 아이에게 과연 진정한 도움이 되는 것인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 방송에 출연한 아이들의 동의 문제, 나아가 방송 후에 평생 영상으로 '자신의 흑역사'가 유지되는 것에 대한 아동의 권리 구제 문제 등을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만약 단 한 명의 아동이라고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이 프로그램은 폐지되는 것이 아동 인권의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금쪽같은 내 새끼' 8월 4일 158회 출연 아동 촬영 거부 - 아동 소비는 그만!
2023년 8월 4일 방영된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158회분 사례를 보면 과연 이 방송이 아동 행동 치료가 목적인지, 방송을 위해 아동을 이용하고 심지어는 소비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지점을 관찰할 수 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그 취지가 좋은 목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의 재미를 위해, 공익적 목적과 방송국의 사적 이익의 균형이 무너지고 임계점을 지났다고 판단한다면 폐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158회분에서 아동은 친구들과 놀이를 진행하던 중에 많은 방송 카메라를 의식한 친구들이 불편을 호소하자 촬영 거부를 주장한다. 편집본임에도 제작진이 등장해 아이를 설득하는 과정이 보이고 이 과정에서 엄마에게 극도의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이 노출된다. 뒤에 밝혀진 것이지만 이미 이 아동은 코로나19 시기에 6번이나 본인 의사에 반하는 강제 입원을 당하여 부모에게 극도의 배신감과 분노가 내제화한 아이였다. 그런데 또다시 본인 의사와 다르게 방송에 노출되어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지 못하고 많은 카메라에 감시를 당하는 것에 극도의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이것이 아이의 문제인가? 방송의 문제인가?
방송이 아이의 분노를 유도한 것이다. 아이와 친구들은 본능적으로 방송이 자신들을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이것이 이 아이의 사례에만 있었을까? 아이를 길러본 사람들은 안다. 아이들이 얼마나 예민한 존재인지. 아이들은 낯선 사람이 집을 방문하기만 해도 긴장한다. 그런데 수많은 제작진과 카메라가 있는 상태에서 성인도 아니고 아이들이 제대로 된 심리 치료가 가능한 것인가? 애초에 이런 발상은 있을 수도 없는 것이다. 심리 치료는 허울뿐이고 방송을 위해 아이들은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가정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아이들은 의도치 않게 '마루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솔루션 과정이 다른 가정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솔루션을 보면 심지어 도교육감까지 출연해서 도움을 주려고 한다. 반에 선생님과 친구들이 문제 아동의 행동 치료를 위해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도움을 준다. 과연 이것이 대부분의 문제 아동에게 적용될 수 있는 솔루션인가? 문제 아동이 있는 가정은 느낄 것이다. 실제로 도움을 청한다고 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가? 대부분은 오히려 외면당하고 소외당하기 일쑤일 것이다. 어쩌면 이 방송을 통해 문제 아동의 치료를 위해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는 성공적 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방송에 출연하는 아동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과연 이것이 진정한 솔루션인가? 아니면 방송국의 이익을 위한 수단인가?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시즌 2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2006년 11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무려 9년 간 방송되었던 SBS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포맷은 한결같다. 예고편부터 자극적이다. 문제 아동의 문제 행동이 적나라하게 표출된다. 욕하면서도 보는 막장 드라마처럼 사람들은 아이들의 행동에 혀를 차면서 시선을 멈추지 않는다. 본편이 방송된다. 아이들의 문제 행동이 노출된다. 24시간 내내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하는 것처럼 편집은 자극적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부모가 등장한다. 아이의 행동뿐만 아니라 부모의 행동도 관찰되는 VCR을 같이 시청한다. 부모는 반성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린다. 결국 주제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아니라 '우리 부모가 이상했어요.'가 된다. 그래서 우리 아이가 이상했던 것이다. 맞는 말이다. 부모의 잘못된 훈육이 아이를 망치고 그것을 아이들의 탓으로 돌리는 잘못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방송은 '방송국이 이상해요.'를 알려주지 않는다. 솔루션 진행과정에서 아이들이 방송 관계자나 방송 과정, 방송 후에 겪는 상처에 대해서는 방송은 외면할 수밖에 없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옳은가? 이 방송의 취지에 부합한가?
아이들이 방송 촬영을 거부할 때 방송 관계자는 "그래, 네가 불편하다면 더 이상 촬영하지 않을게." 이렇게 말하고 모두 철수하는가? 아마도 그런 사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투입된 인력, 장비, 비용 등을 고려해 방송 관계자는 아이를 설득하고 부모를 설득해서 결국 방송에 출연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계약을 체결할 것이다. 또 어쩌면 자신의 가정과 아이들은 치유되었다고 생각하고 이 프로그램은 좋은 방송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문제는 과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방송사의 이익을 위한 관점에서는 변한 것이 없지만 아이들의 훈육과 행동 치료에서는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즉 같은 출연자가 출연했지만 다른 솔루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동의 사례마다 다른 차원의 솔루션이 아니라 근본적인 방향성이 다른 솔루션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아동의 행동 치료 솔루션에 정답을 기대할 수 없고 답이 없는 문제에 인간의 심리치료라는 것을 대중에게 영속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 제기에 이르게 된다.
방송사의 이익의 관점에서 '금쪽같은 내 새끼'는 다른 방송사지만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다를 바가 없다. 화목한 가정이 등장한다. 그런데 바로 이 '그런데'라는 말이 신호탄이다. 이 신호탄 이후 아이는 문제 행동을 거듭한다. 방송의 대부분은 문제 행동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중간에 전문가나 패널이 말을 이어가지만 문제 행동에 대한 추임새일 뿐 솔루션 과정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리고 AI 코끼리의 질문에 응답하는 아이의 독백이 나온다. 비로소 솔루션이 시작되는 것이다. 문제는 솔루션 과정보다 문제 행동을 노출하는 과정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할까? 바로 시청률 때문이다.
아이가 문제가 있으니까 자발적으로 가정에서 신청을 할 것이고 그 문제 행동은 진실일 것이다. 문제는 가정에서 신청했을 때 방송사에서 자극적이라고 판단한 문제 행동이 나오지 않는다면 방송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그 문제 행동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그냥 철수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겠다. 필자가 직접 보지 않은 사실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월권이다. 분명한 것은 방송 분량의 대부분을 문제 행동 방송에 할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금쪽같은 내 새끼' 158회분 방영시간 1시간 11분 4초 중에서 방송 종영 20분 27초를 남겨놓고 '아이의 속마음' 코너가 시작된다. 즉 총 방영 분량 중 74%가 아이의 문제 행동과 그에 관련된 상담 내용이다. 혹자는 그 안에 상담도 들어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할 것이다. 전문가와 부모가 문제 행동 클립을 중단하고 이 문제 행동의 원인에 대해서 분석하고 부모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니까 이것도 솔루션이라고 할 것이다. 문제 행동만을 보여주는 방영 시간은 실제로 매우 짧고 그 내용에 대해 전문가와 부모가 분석하고 상담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라고 항변할 것이다. 또 편집 과정에서 방송에 나갈 수 없는 장면을 편집한 것이 더 많다고 항변할 것이다. 틀린 말을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항변하려면, 아이 솔루션이 방송 목적이라면 문제 행동을 더욱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지금 방영 분량 만으로도 시청자는 솔루션 과정보다는 아이의 문제 행동만이 뇌리에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방송사는 '그럼 방송을 어떻게 만들라는 말인가?' 라고 항변할 것이다. 이 항변에 대한 대답은 아이를 수단화하는 방송은 만들어서는 안된다로 귀결될 것이다. 방송을 아무리 교육적으로 만들고 문제 행동 방영 시간을 축소한다고 할지라도 시청자는 아이의 문제 행동만을 기억하게 되고 이는 아이가 성장한 후에도 낙인효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즉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와 '금쪽같은 내새끼' 두 방송이 이름만 달라졌지 방송사의 목적은 같다는 점이다. 솔루션을 제시를 목적으로 한다지만 문제 행동 방영시간의 길고 짧은에 상관없이 아주 긴 시간이 지나도 아이의 문제 행동만이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다. 아이를 잘 모르는 사람은 그 아이가 누군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를 아는 지인이나 그 아이를 만나게 되는 시청자는 이 아이에게 어느 정도의 편견과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중요한 문제점은 솔루션 자체에도 일관성이 없다. 최근 서초 여교사 사망 사건 이후 정신과의사 오 모 씨의 훈육 방식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궤변이 나돌곤 했다. 사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 나오는 훈육 방식은 체벌만 하지 않았지 매우 폭력적이었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한 시간 두 시간 동안 힘으로서 제압하고 어떤 양보도 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이 솔루션이 맞다면 왜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는 이런 방식을 빈번하게 사용하지 않는가? 즉 솔루션도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 보여준 폭력적 훈육 방식이 얼마나 빈번하게 방영되었으면 아이를 무릎에 넣어서 한 시간 두 시간 탈진하게 만드는 솔루션을 개그맨들이 풍자하는 방송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기억을 못 한다고 해도 소수의 사람들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이 방법이 올바른 방식이었다면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왜 보여 주지 않는 것인가? 혹자는 이런 방법 본 적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 연예인 아들을 훈육할 때 이 방법을 선보인 적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 이 방법이 옳은 것인가?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이는 근원적 원인을 파악해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적으로 문제를 제압하는 것이 솔루션이 될 수 있는 것인가? 그 방법이 옳은 것이라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때처럼 왜 빈번하게 사용하지 않는 것인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것인가? 그렇다. 인간의 문제에서 정답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아이들의 심리, 정서, 행동 솔루션을 방송에서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서 정답이라고 시청자를 의도치 않게 기만할 수 있기 때문이다.
TV 프로그램 출연 어린이, 청소년 보호 방안 연구 - 곽현자 연구위원
BBC 제작 가이드라인
제9장 어린이 및 청소년 출연자 2. 원칙
9.2.1. BBC는 콘텐츠 제작 및 방송 기간 동안 어린이와 청소년의 육체적, 정서적 복지와 존엄성을 보호해야 하며, 이는 어린이, 청소년 본인, 부모, 보호자, 기타 부모를 대리하는 성인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이익과 안전을 어떤 편집 요구사항보다 우선해야 한다.
제9장 어린이 및 청소년 출연자 4. 실천
출연의 영향
9.4.20 비록 부모의 동의를 얻었다 해도, BBC는 제작 과정 동안과 출연된 프로그램이 방송된 후 어린이 출연이 가져올 영향과 예상 가능한 결과를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한다. (중략)
어린이는 흔히 BBC 프로그램에 열렬히 출연하고 싶어 하지만 대부분 출연이 그들의 삶에 미칠 장기적 영향에 대해서 평가하는 데 필요한 판단력은 부족하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하는 방안에 대해 외국의 사례를 찾아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정책 연구 개발 사업의 연구 성과로 곽현자 연구위원의 'TV 프로그램 출연 어린이, 청소년 보호 방안 연구'라는 책자를 발견했다. 필자의 주장과 다르게 접근하는 내용도 많으니까 관심 있는 사람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관련 책자를 읽어보기 바란다. PDF file로 다운로드할 수도 있으니까 이 주제에 관심 있는 시청자나 연구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연구 책자에서는 외국 어린이 청소년 출연자 보호 규제 현황 (제2장 p7)에서 미국과 영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미국의 관련 규제 논의 상황과 영국의 BBC 제작 가이드라인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이 주제를 포스팅하는데 큰 도움이 되어 곽현자 연구위원과 논문에 제시된 레퍼런스를 만든 연구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한 BBC 제작 가이드라인(TV 프로그램 출연 어린이, 청소년 보호방안 연구, 제2장 p24 표 2-1, 곽현자)을 통해 필자가 '금쪽같은 내 새끼'의 폐지를 왜 주장하는지 같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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