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이동관 인사 청문회 vs. 영화 오펜하이머 스트로스 인사 청문회

bonanza38 2023. 8. 18. 22:42

2023년 8월 18일 금요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청문회가 진행 중이다. 저녁 식사 시간 전까지의 청문회 진행 상황은 그동안 대한민국 국회 인사 청문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노정하고 있다. 최근 개봉된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루이스 스트라우스(스트로스) 제독은 집요한 청문 위원들의 추궁과 증언에 의해서 매우 드물게 미국 인사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최근에 대부분의 후보자가 청문경과보고서에서 부적격 의견이 무시되고 심지어 청문경과보고서 자체도 채택되지 않는 국무의원이 장관에 임명되는 촌극이 연출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 청문회는 완전히 형해화하고 있다. 과연 이대로 좋은지, 한국과 미국의 인사 청문제도를 비교하면서 발전적으로 대한민국 인사청문제도의 변화를 모색한다. 

한국과 미국의 인사 청문 제도 간단 비교

YTN 한미 인사청문제도 비교 보도

비록 4년 전이지만 한국과 미국의 인사 청문 제도를 간단하게 비교한 YTN 보도가 있어 소개한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한국의 인사청문회가 끝난 후에 국회 인준 없이 대통령이 임명이 가능하지만 미국은 상원 인준을 거친 후에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인사청문회가 실질적 구속력이 있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인사청문회 이후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무분별하게 장관이나 고위 공직자에 임명되는 상황이라면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실제로 다른 정부에서도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에 임명된 경우가 있지만 윤정부가 들어서서 더욱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현재까지 원희룡 국토교통부, 한동훈 법무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이주호 교육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되었다. 

또한 YTN 보도는 4년 전에는 청와대에서 단독으로 인사 검증을 하지만 미국은 백악관, FBI, 국세청, 공직자 윤리위원회 등에서 다각적인 인사 검증을 하니까 실질적으로 인사청문회에 오른 후보의 탈락률이 현저하게 낮음을 지적한다. 그런데 4년이 지난 현재는 더욱 상황이 악화되었다. 청와대 인사 검증을 담당했던 민정 수석실이 폐지되었고 법무부에서 인사 검증을 하게 된 현 상태는 인사 검증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삼권 분립이라는 헌법 질서를 훼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검찰을 지휘하는 부서인 법무부가 사법부 판사의 인사 검증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공정한 사법 시스템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청문경과보고서 시한도 문제이다. 한국은 20일의 시한과 재송부시 10일이 추가되어 총 30일의 시한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미국은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한국은 여론의 추이를 봐 가면서 30일만 버티면 국무의원이나 고위 공직자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미국은 문제가 되는 후보자에 대해서 기한을 정하지 않고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인사에 대해서 행정부가 후보 변경을 할 수밖에 없는 인사 시스템의 내재적 동인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이런 인사 시스템의 차이는 그 결과 한국은 정권별로 10명 안팎의 낙마자를 볼 수 있지만 미국은 4년 전까지 230년 간 총 12명의 낙마자만 존재할 뿐이다.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보았던 루이스 스트라우스 제독은 매우 드물게 낙마했기 때문에 영화의 소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구속력 있는 인사청문회 관련 법률 개정 필요성 대두-관련 연구 자료 사이트

국회입법조사처 인사청문회 개선 방안 관련 자료

국회 인사청문회 개선 방안에 관련된 연구 자료는 국회입법조사처와 한국법제연구원을 통해 열람할 수 있어 소개한다. 

한국법제연구원 인사청문제도 연구 자료 바로가기

 

법 개정 이전에 가능한 인사청문회 개정 방안

모두가 인사청문회 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것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정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법 개정 이전이라도 인사청문회를 효율성 있게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1) 현행 법으로도 미국 인사청문회 관련 법률에 비교해도 못지않은 강한 제재 수준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의회 모독죄는 100달러 이상 1,000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1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징역을 부과할 수 있지만 우리 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중형이 가능하다. 또한 의회모독죄 고발을 위한 여건도 미국은 상원과 하원 본회의 의결이 요구되는 것에 비해 우리는 청문회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연서로 고발이 가능하다.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미국 의회 증인 출석 요구 및 불출석 제재 제도의 현황과 시사점, 최정인 참고)

따라서 현행 법을 좀 더 실효성 있게 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은 최근 증인 출석에 관련한 의회 의결이 거의 실행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대부분의 증인이 청문회에 참석하는 관행이 정착되었다. 우리의 경우는 청문회가 형해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국회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강력하게 집행해서 필요한 증인이 불참 시 국회 고발을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또한 증인 채택에 있어서도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은 경우에도 필요한 증인은 다수당과 소수당 상관없이 모두 채택하는 관행을 국회에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쟁에 함몰되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려는 여야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2) 상임위 차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좌석 배치를 달리 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정조사 청문회나 국무총리의 인사청문회의 좌석은 청문위원들이 원형으로 후보자나 증인을 정면에서 볼 수 있다.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루이스 스트라우스의 인사청문회 좌석 배치도 그렇게 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 국회 상임위 차원의 인사청문회는 양쪽으로 나란히 청문위원이 좌석이 배치되어 있어서 고개를 돌려 후보자를 바라보는 구조이다. 이는 청문위원이 후보자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자세보다는 후보자를 검증하기에는 심리적으로 불리한 자세가 된다. 신입사원 면접을 볼 때를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면접 후보자를 정면으로 보지 않고 옆에서 관찰하는 진행은 상상할 수 없는 자석 배치이다. 따라서 인사청문회를 할 때 현행 국회 좌석 배치를 개선하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후보자가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더욱 배가 시킬 것이다. 

이동관 인사청문회장
영화 오펜하이머 루이스 스트라우스 인사 청문회 세트장

3) 실체적 진실을 가리기 위해서 인사 청문 위원의 숫자를 줄이고 1인당 청문 시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 현재 한국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여야의 상임 위원회 국회의원이 총 출동해서 5분에서 7분의 시간 동안 시간에 쫓겨 가면서 질의를 하는 형태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후보자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상임위원회 의원 중에서 여야의 국회의원 비율에 따라서 청문 위원의 숫자를 줄여서 한 청문 위원의 질의 시간을 대폭 늘려야 할 것이다. 이렇게 질의 시간을 늘리면 청문 위원의 질문과 후보자의 답변을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진행할 수 있는 후보자 검증이 실질적으로 가능해진다. 물론 재선을 위해 TV에 조금이라도 나오려는 국회의원이 많겠지만 얼굴만 비추는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적 실망을 여야는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 여당과 야당의 가장 역량 있는 청문 위원을 선정해서 청문회의 실질적 후보자 검증을 할 수 있다면 정당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현재도 국정조사 청문회를 하거나 TV 토론을 할 때 여야의 역량 있는 국회의원들이 선택되고 있다. 따라서 상임위 차원의 인사청문회에도 국정조사에 준하는 청문 위원 선정을 여야가 합의할 필요가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 형해화 피해는 국민의 몫

영어로 청문회를 hearing이라고 한다. 듣다는 말이 영어로 listen과 hear가 있지만 청문회는 listening이 아니라 hearing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listen은 자신이 의지를 가지고 들을 때 사용하는 단어이다. 그래서 음악을 들을 때 listen to music이라고 하지 hear music이라고 하지 않는다. hear는 있는 그대로 아무런 의지 없이 들리는 대로 들을 때 쓰는 단어이다. 청문회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가감 없이 듣는 것이다. 현재 한국 국회 인사청문회는 여야의 정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듣고 싶은 것만 듣는 listening의 장이 되고 있다. 한국 국회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자질을 있는 그대로 검증할 수 있는 hearing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 같은 인사청문회의 형해화의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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