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 3일의 휴가 솔직 후기 - 간만에 맛보는 엄마 집밥 같은 영화

bonanza38 2023. 12. 7. 21:22

영화 '사랑과 영혼(Ghost)' 이후 망령과 현생의 사람들이 조우하는 많은 작품들을 만나왔다. 

영화 '신과 함께'는 1,2편 모두 1000만을 넘는 관객을 동원했고, TV 시리즈로도 '도깨비', '호텔 델루나'를 포함해서 많은 작품들은 흥행에도 성공했다. 

 

그래서 '영혼 판타지'는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렸지만 동시에 식상한 소재이기도 하다. 

영화 '3일의 휴가'는 죽은 엄마와 살아있는 딸의 이야기다.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영화를 봤기 때문에 처음에는 엄마 박복자(김해숙 분)가 교도소에서 짧은 귀휴를 얻는 영화인줄 알았다. 

 

하지만 천사 가이드(강기영 분)와 함께 현생의 딸 방진주(신민아 분)를 만나는 영화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식상함이 밀려들었다. 그런데 그런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뒷심을 발휘했다. 

 

늘 먹다가 한 동안 먹지 못했던 엄마의 집밥처럼 간만에 맛보는 과하지 않는 평범한 식단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끔씩 입맛을 돋우기 위해 제공했던 엄마의 특별 후식 같은 태블릿은 신선함까지 제공했다. 

 

엔딩에 앞서 천사 가이드의 태블릿을 통해 아주 새로운 발상이 나오는 시퀀스는 스포일러라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삶의 파노라마를 연상하게 만든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혹자는 '식상한 소재의 나열로 구성된 체루성 영화'라고 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영화를 관람한다면 반은 맞고 반을 틀린 이야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분명 이 영화는 눈물과 아울러 가끔은 콧물도 동반한다. 체루성 영화임에 틀림없다. 손수건은 아니더라도 티슈는 필수품이다. 하지만 식상한 소재가 식상하지 않게 느껴지는 묘한 매력이 있는 영화다. 

 

마치 매일 먹었던 엄마의 집밥을 3일의 휴가를 받고 간만에 먹었던 기억처럼...

'영혼 판타지'물의 식상함을 극복한 엄마의 집밥과 특별 후식 같은 태블릿

3일의 휴가 메인 예고편 - 쇼박스 켑쳐

이 영화는 '영혼 판타지'물이다. 

망령인 엄마가 현생의 딸을 만나기 위해 3일간의 휴가를 얻는다. 

 

교도소에서 짧은 귀휴를 소재로 한 영화도 식상한데 또다시 '영혼 판타지'?

식상한 전개일 것이 뻔해서 그냥 영화관을 나서려다 비싼 관람료 때문에 참고 보기로 했다. 

 

팔짱을 끼고 엄청난 선입견 속에 '한번 울려봐! 우나 봐라."라는 식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차마 눈물을 흘릴 수 없어 참다 보니 콧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뭐지? 이 영화 뭐지?

영화는 선입견으로 가득한 관객조차도 '공감의 강'에 빠트려버렸다. 

 

어떤 점에서 영화 '3일의 휴가'는 관객의 공감을 끌어냈을까?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엄마의 사랑과 냉랭한 딸, 음식, 노래, 사진 등과 같은 식상한 소재가 왜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식상한 소재를 극복하고자 무리한 설정을 했다면 어쩌면 이 영화에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3일의 휴가'는 잔꾀를 부리지 않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오랜만에 휴가를 나온 자녀에게 탕수육, 깐풍기, 초밥으로 가득 찬 스페셜 케이터링을 차렸다면 맛있었을까?

식상할 정도로 많이 먹었던 김치찌개와 잡채 그리고 엄마의 특별 레시피로 만든 만두 같은 집밥이 먹고 싶지 않을까?

 

영화 '3일의 휴가'는 우리가 식상해서 폐기처분했던 평범한 엄마의 집밥을 정성스럽게 차린 영화다. 

물론 특별간식이나 맛있는 식혜 같은 후식으로 식상함을 만회했던 엄마의 기지도 이 영화에서는 엿보인다.

 

엔딩신에 앞서 등장하는 천사 가이드의 태블릿 시퀀스는 평범한 식단에 입맛이 당기지 않을 수 있는 관객들에게 특별한 후식을 제공한다. 죽음에 앞서 누구나 느낄 것 같은 삶은 파노라마를 딸을 위한 엄마의 희생과 연결시켜 감정을 폭발시킨다. 

 

영화 내내 과한 설정과 연출이 없었던 점이 오히려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연기파 배우 김해숙의 절제된 연기와 적절하게 양념 같은 유머를 불러일으켰던 강기영의 연기도 좋았지만 신민아의 아름다운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좋았다. 

 

신민아의 빼어난 외모가 영화와 겉돌았다면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민아는 보이지 않았다. 육상효 감독의 디렉팅을 잘 소화한, 자연스럽게 녹아내린 방진주만 영화에 존재했다. 

구질구질하고 비루한 체루성 영화 VS. 배설을 통한 정화작용을 제공한 영화 

영화 '3일의 휴가' 박복자(김해숙 분) - 출발 비디오 여행

영화 '3일의 휴가'에서 엄마 박복자의 삶은 구질구질하다 못해 비루하다. 

이런 여자의 삶은 이제는 전설이 된 쌍팔년대 엄마들의 삶이 아닌가?

 

자신의 삶이 소중해서 결혼도 하지 않고 결혼을 해도 아이들을 위해 결코 자신의 삶을 희생할 수 없는 지금의 엄마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엄마 같다. 

 

그래서 이 영화에 공감할 수 없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특히 이런 구질구질한 소재를 선택한 이유는 소위 '신파'라고 불리는 억지 눈물을 자아내기 위함이 아닌가? 

 

영화 '3일의 휴가'는 평생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영화다. 

영화 '3일의 휴가'를 보면 필수적으로 먹먹한 감정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극을 통해 누군가의 감정을 눈물이라는 배설의 작용까지 이끌어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 과정이 얼마나 철학적이었으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의 비극론에서 카타르시스를 배설을 통한 정화작용으로 묘사했다. 

 

영화 '3일의 휴가'는 눈물이라는 배설을 통해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설계된 비극이다. 

그리고 그 눈물을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를 한동안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는 영화다. 

 

많은 영화에서 구질구질하다 못해 비루한 삶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억지 눈물을 짜낸다고 비아냥거리는 비웃음을 사는 영화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영화 '3일의 휴가'를 따라가다 보면 먹먹한 감정을 지나 한쪽 눈물에서 자연스럽게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을 느낀다. 눈물을 감추려고 시도하지만 콧물을 숨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배설을 통해 마음속이 정화됨을 느낀다. 

 

아마 가끔씩은 남들 모르게 시원하게 울고 싶은 감정에 사로잡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꼭 엄마와 딸이 아니더라도 모든 인간은 눈물을 흘릴 자유가 있다. 그런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준비가 충만한 사람이라면 영화 '3일의 휴가'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 영화 '3일의 휴가' 평점

영화 '3일의 휴가'는 전술한 바와 같이 식상한 소재 때문에 평점 1점에서 시작한 영화다. 영화 내내 관객들에게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만드는 특별한 긴장감도 없었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영화에 비교적 후한 평점을 주고 싶다. 

 

엄청난 서스펜스를 통해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만드는 긴장감이 없어도 충분히 관객들을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까지 이끌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 

영화 '3일의 휴가' 평점
영화 '3일의 휴가' CGV 무비시그널 -CGV

반응형